[뉴스인] 조성진 간사 = 한참 저널리스트를 꿈꿀 때, 저널리즘과 관련된 한 연구결과를 통해 또 다른 종류의 성차별을 간접적으로 겪은 바 있다. 뉴스를 크게 경성과 연성으로 나눌 때, 경성은 주로 남성이, 연성은 주로 여성이 담당한다는 내용이다. 예컨대 주로 정치계와 같은 무거운 분야의 뉴스는 주로 남성 기자가, 연예계와 같은 비교적 가벼운 분야의 뉴스는 여성 기자가 생산한다는 연구논문이었다.

실제로 뉴스를 보다 보면 그 성격에 따라 바이라인의 성별이 갈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언론사마다 사정은 천차만별이고 뉴스를 소비하는 형태가 각양각색으로 진화하고 있는 과도기이기에, 혹자는 이러한 구분이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전통적으로 경성과 연성의 담당을 성별로 구분 짓는 관례는 아직까지 존재하는 듯 보인다.

기자가 경성 주제가 아닌 연성 주제만을 담당할 경우, 당연히 메인 포지션에서 점차 밀려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점은 자연스럽게 인사 고과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매우 다양한 종류의 성차별이 사회 전반에 보편적으로 존재하지만, 가해자는 전통적인 관례라는 이유로 묵살시키고, 피해자는 차후 부당대우 등을 이유로 올바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또 다른 종류의 성차별을 암묵적으로 덮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출근길 모바일 뉴스에서나 한번 훑고 지나가는 평범한 날들 중 하루. 그렇기 때문에 멀리 있고 또 가볍게 느껴지는 3월 8일의 의미. 하지만 부르키나 파소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이 공휴일이다.

SNS에서도 기념하고 축하하는 세계여성의 날.

3월 8일을 Journée internationale des femmes로 기념하는 이날만큼은 여성의 입장을 한번 더 생각해주는 관례가 있다. 본디 현지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에 페스티벌을 비롯한 각양각색의 행사를 진행하지만 얼마 전 일어난 테러 때문에 올해는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다.

3월 8일, 평상시보다 한적한 모습인 와가두구의 한 거리.

사실 이슬람 문화가 강한 부르키나 파소를 비롯한 여러 서아프리카 문화권에서 또한 공개적으로 혹은 이면적으로 여성을 차별하는 관습이 아직까지 존재한다. 예컨대, 초등학교 입학 성비 비율은 남녀가 비슷하지만, 졸업 비율은 남학생 비율이 월등히 높고, 여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학업을 중도 포기해야 했던 많은 원인이 ‘청소년 정도로 성장한 여자는 생계를 짊어져야 한다’는 현지 사회의 암묵적이고 폐습적인 강요에서 비롯된 것처럼 말이다.

한 샌드위치 가게 주인.

우리의 경우, 청소년 시기까지는 남녀 구별 없이 기본적인 교육이 보장되고, 개인의 재량과 자유에 따라 대학을 진학하거나, 취업을 하거나, 일을 하며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등의 옵션이 있지만, 지구 반대편에서는 기본적인 교육조차도 보장이 어려운 것이 2018년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구촌 이웃들의 현주소이다.

현지 기념품 조차 일하는 여성의 모습이 깃들어있다.

연예계와 문화계, 교육계를 넘어 정치계까지, 여성들의 미투 운동이 불같이 번지는 우리의 모습을 보더라도 겉으로는 오래전부터 성평등을 외쳤지만, 성범죄 피해자 대한 기초보장이 얼마나 미흡했는지, 또한 피해자의 용기에 대해 얼마나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덮으려 애를 썼는지, 그리고 권력을 가진 자라는 이유로 피의자에 대한 관용이 얼마나 관대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자 우리의 씁쓸한 자화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제 수준이 높다고 해서 각종 성차별 및 성범죄의 관용이 허락되는 것도, 경제 수준이 낮다고 해서 여학생들이 무조건 생계를 짊어져야 하는 암묵적인 사회 분위기가 용납되어서도 아니 된다고 생각한다.

여성과 청년층의 2016년 현지 지방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홍보 포스터.

키워드

#N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