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픽사베이)

[뉴스인] 허영훈 기자 = 프리랜서 고수들의 재능을 고객들과 1대1로 연결해주는 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서 가장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분야는 ‘자기소개서’ 작성이다. 고객 대부분이 20~30대로,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 작성 대행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삼성이나 현대 등 특정 대기업을 명시해놓고 해당 기업 출신의 프리랜서를 노골적으로 찾는 경우도 있다.

최대 5명의 프리랜서로부터 견적서를 받아서 비교해볼 수 있는 이 거래는 보통 5만원에서 30만원 사이에서 대행자가 채택된다. 실제 컨설팅 회사에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들도 부업 개념으로 참여하다보니 고객들은 가격 대비 양질의 결과물을 받아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전문가일수록 가장 좋은 사례라고 판단하는 샘플을 특별한 고민 없이 누구에게나 적용한다는 점이다. 쉽고 빠르게 작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만족도도 상당히 높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제출하려는 지원자에게 정말로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서울의 한 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가장 큰 문제는 ‘文盲(문맹)’이라고 한다. 언뜻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문맹이란 ‘배우지 못하여 글을 읽거나 쓸 줄을 모르는 것’을 의미하는데 최소한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한 취업예정자들이 글을 읽거나 쓸 줄을 모른다는 것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말이 된다. ‘배우지 못해 쓸 줄 모른다’는 의미와 크게 동떨어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를 가장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자기 자신이다. 당연하다. 그런데 왜 그들은 자기소개서 작성을 다른 전문가에게 맡기려는 것일까? 이유는 분명하다. 자기 자신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지식과 경험을 스스로 가져본 적이 없으니 글을 쓸 줄 모르는 것이다. 실업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취업시장의 열기는 늘 뜨겁고 취업의 문은 여전히 좁다. 그런데 취업을 하려는 자들의 노력은 더욱 진정성을 잃어가는 느낌이다. 어떻게 해서든 ‘취직만 되면 되니까’ 식이다. 왜 그 회사에 입사하려는 것인지, 그 회사는 나에게 어떤 비전을 줄 수 있는지, 회사업무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고 나는 그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목표로 회사를 다닐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지만 올바른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자기소개서를 어떤 형식으로, 어떻게 작성하는 것이 높은 점수를 받는 데 더 유리한 것인지에 대한 회사별 ‘팁’을 알아보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나를 소개하는 글을 작성해달라고 부탁하는 것 자체가 회사에 입사할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인사팀 담당자가 봤을 때 ‘배우지도 못했고, 쓸 줄도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과거보다 청년들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인터넷과 모바일로 더 쉽고, 더 빠르고, 더 많이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배움’인지는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더불어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고 돈만 있으면 지식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더욱이 샘플과 대행은 자기 자신을 더욱 추락시키는 지름길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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