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뉴시스】정진탄 기자 = 미국 법무부는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과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탄저균 테러가 미 육군 미생물학자 브루스 아이빈스 박사의 단독 범행이었다고 6일(현지시간) 발표하고 200여 장에 달하는 증거자료를 공개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과정 중 자살한 아이빈스 박사가 의회와 언론사 등에 탄저균이 든 우편물 발송으로 5명의 사망자와 17명의 위독환자를 발생시킨 유일한 범인으로 결론짓고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다.

연방법원이 공개한 수사기록은 아이빈스를 "기울어가는 연구와 망상증으로 시달리던 탄저균 전문가"로 묘사하고 테러가 그의 단독 범행이라는 정부 측의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

공개된 자료는 아이빈스가 범행에 사용된 균과 동일한 유전자 정보를 지닌 '에임스(Ames)' 변종의 탄저균(코드명 RMR-1029)을 개발 시점부터 관리해온 유일한 연구원이며 발송된 우편물들 역시 아이빈스 박사의 연구실로부터 온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수사팀은 2001년 9월 초, 범행 불과 몇 주 전 아이빈스가 탄저균과 황열병 예방 접종을 받았으며 그가 이메일에 사용한 언어 역시 발송된 편지의 내용과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아이빈스는 "빈라덴의 테러리스트들이 탄저균과 사린 가스를 소유한 게 확실하며 그들은 모든 유태인과 미국인들에게 죽음을 선포했다"는 이메일을 작성했고 민주당 상원의원 톰 대슐 등에게 발송된 편지의 경우 "우리는 탄저균을 가지고 있다…미국과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문구가 담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빈스는 또 연방수사관들의 요구와 전혀 다른 탄저균 샘플을 제공해 수사에 혼란을 빚으려는 의혹을 받고, 테러 발생 당시의 잦은 야근과 주말 근무의 정당한 이유를 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외에도 실험실 동료들을 용의자로 지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빈스와 같은 연구소에서 일하던 한 직원은 "(박사가) 가끔씩 심각한 망상과 정신착란 증세 보여 행동을 통제하지 못할까 두려웠다"고 증언했으며 박사가 동료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자신이 겪고있는 이중인격성을 묘사하기도 했다고 토마스 델라페라 수사관은 전했다.

이 같은 수사기록들은 지난 6일 탄저균 테러 희생자들의 유족을 상대로 한 연방수사국의 보고에서 처음 공개됐다.

제프리 테일러 미 연방 검사는 아이빈스 박사의 범행 동기로 몇가지 가능성을 내 놓았다. 그는 박사가 자신이 개발한 백신의 필요성을 일깨우려 했거나 가톨릭 신자인 그가 낙태에 긍정적인 두 상원의원을 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테러가 미국 뉴저지의 한 여대생 사교클럽에 대한 아이빈스의 병적 집착에서 빚어졌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테일러 검사는 아이빈스 박사의 자살로 "배심원들에게 증거를 제시할 기회를 잃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그의 유죄를 단순한 의혹 이상으로 증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이빈스의 변호사 폴 캠프는 거듭 박사의 결백을 주장하며 "정부의 결론은 증거가 턱없이 부족하며 모든 정황이 박사를 유죄로 입증하기 위해 끼워 맞춰졌다. 이보다 더 이상 진실로부터 멀어질 순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탄저균 편지 수신자였던 툼 대슐 전 상원의원을 비롯한 몇몇은 이번 수사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들은 "수사 결론이 정황상 증거를 바탕으로 했을 뿐이며 같은 연구소 소속 스티븐 해트필을 용의선상에 올려 600만 달러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불하는 등 7년에 달하는 수사 동안 많은 문제점을 보여 또 다른 엉터리 결론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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