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픽사베이)

[뉴스인] 허영훈 기자 = 지난 11월 22일 통계청 국가통계 포털에 따르면 올해 국내 신규 박사 학위취득자 90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 중 미취업자는 22.9%에 달했으며, 특히 수도권대학 박사의 미취업률은 4명 중 1명꼴인 24.1%로 나타났다. 박사학위 취득자의 실업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년 2월이면 국내에서 1만3000명이 넘는 박사가 배출될 예정이다. 이러한 실정상 박사의 취업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걱정할 문제는 박사의 수나 취업률이 아니다. ‘제대로 된 박사를 배출하고 있느냐’이다.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대학들조차 이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문제다.

최근 수년간 국가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학위논문표절 문제가 후보의 자질검증을 떠나 사회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를 공감해왔다. 그럼에도 국내 대학들이 제대로 된 박사를 배출해내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도교수의 가이드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심사위원 몇 명의 심사만 통과하면 박사가 되는 한국의 학위취득 시스템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박사가 되기 위한 인성과 자질, 나아가 박사가 된 후의 계획과 비전에 대한 검증은 필요 없는 것일까? 그런 이상적인 그림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치더라도 박사과정 중 스스로 과제를 해결하고 연구결과물을 심도 있게 고찰하면서 자신의 학문적 견해를 논문에 충분히 반영하는 사례는 얼마나 될까?

박사과정 마지막 학기가 되어서야 자신이 다루려고 하는 주제와 비슷한 분야의 논문을 찾고, 그와 유사한 연구방법을 선택해서, 인용 중심의 선행이론을 전개하고, 통계학을 전공한 지인이나 외부기관의 도움을 받아 그럴싸한 설문결과가 나오면 그것을 결론으로 포장하는 일에만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분야는 그나마 좀 덜하지만 예술분야 박사학위는 문제가 심각하다. 학부와 석사과정을 거쳐 음악 또는 미술을 전공한 예술가들은 예술적 가치 외에 학문적 가치를 찾는 작업에 익숙하지 않다. 자질 부족이 아니라 그런 훈련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음악전공자를 예로 들어보자. 대학 졸업 후 유학길에 오르거나 전문 연주자로 성장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통 레슨강사로 활동하거나, 예술단체에 취업하거나, 학원 등을 운영하는 경영자로 성장하다가 예술경영분야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과정까지 마친 후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논문을 쓰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직장을 다니고 있거나 자기사업을 영위하면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박사학위는 근본적으로 ‘박사학위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박사가 되어야 할 사람’이 받아야 하지 않을까?  

박사는 학위논문 한 편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전공분야를 끊임없이 연구 및 분석해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는 후보에게 박사학위가 주어져야 한다. 무늬만 박사는 결코 박사라고 할 수 없다.

더욱이 이러한 박사가 학계로 진출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대학 역시 박사를 몇 명 배출했다는 양적 수치에 익숙할 것이 아니라, 단 한 명이라도 훌륭한 박사를 배출했다는 질적 자부심으로 학위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 대학은 박사학위 받기 정말 어렵다”는 소문에 진심으로 기뻐하는 대학과 후보 모두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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