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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연섭외 표준약관 제정을 촉구한다
허영훈 기자 | 승인 2017.11.30 12:24
(자료사진=픽사베이)

[뉴스인] 허영훈 기자 = 연말이 되면 공연계는 성수기를 맞는다. 모임이나 행사도 많고, 가족이나 연인들은 마음을 녹여줄 공연을 더 많이 찾게 된다. 그 덕에 뮤지컬이나 콘서트 등 무대공연은 물론 클래식과 국악 등 공연예술단체들의 행사공연도 늘어난다. 학교 동창회나 회사 송년모임에서 외부 공연팀을 초청하는 사례는 일반적인 모습이 되었다.

그런데 예매나 환불시스템을 갖춘 대관공연과 달리 초청 형태의 행사공연은 섭외에서 공연 종료까지 특별한 절차나 시스템이 없다. 통상 공연섭외는 전화나 문자 한통으로 쉽게 이루어진다. 일시와 장소, 행사명, 런 타임과 프로그램 및 출연료만 정해지면 섭외절차는 끝난다. 공연자를 보호해줄 장치가 사실 없는 것이다.

문제는 주최 측이 공연팀과 별도의 공연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행사공연이 그렇게 이루어진다. 계약금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고, 공연이 끝난 후에도 한참이 지나서야 출연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상당수에 이른다. 대기업이나 전문 공연대행사 등 극히 일부만이 계약금을 지불한다.

정부기관은 가장 독한 주최 측에 속한다. 거의 모든 공연계약에서 계약금 지급규정이 없고 출연료를 지급하는 시점도 무조건 정부규정을 따라야만 한다. 아무리 견적서에 출연료 잔금지급기한이 명시되어 있어도 무시당하기 일쑤다.

연주팀을 예로 들어보자. 한 달 전 모 동창회 사무국에서 전화가 왔다. 누가 추천해줬다고 하면서 송년회 출연을 확정지었다. 이후 연주자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레슨도 미루며 공연일에 맞춘 연습과 리허설을 진행한다. 의상도 대여했고 헤어와 메이크업도 예약했다. 같은 날짜에 들어오는 다른 공연은 아무리 출연료가 많아도 받을 수 없다. 당연히 겹치기 출연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연주자들은 그 공연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성실히 투입하고 심지어 금전적 투자도 감행한다. 그런데 공연을 목전에 두고 문자 한 통이 도착한다. ‘미안하지만 요즘 사회 분위기도 안 좋아서 이번 행사에서 공연은 빼기로 했습니다. 다음에 더 좋은 무대로 모시겠습니다’   

‘다음에’라는 말은 절대 믿을 수 없는 말이며, 이렇게 일방적인 취소통보를 받은 공연팀은 섭외한 측에 어떠한 보상도 요구할 수 없다. 이런 부당한 대우에 당당히 맞서는 공연팀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이 아니면 다음에 또 불러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더불어 혹시라도 좋지 않은 소문이 공연계에 퍼질까봐 걱정하며 눈치를 보는 탓이다. 전형적인 ‘갑’과 ‘을’의 관계다.

왜 이런 병폐가 공연계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위약금 지급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기준과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연표준계약서를 제시했다고 하지만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유명무실한 방안에 불과하다.

방법이 있다. 공연 확정 후 섭외한 측에서 일방적인 사유로 공연을 취소하는 경우 출연자 수, 연습횟수, 공연시간, 취소날짜 등을 고려한 위약금을 출연료의 최소 10%에서 최대 50%로 해서 공연 취소일로부터 일정 기간 내에 공연팀에 지급하도록 하는 ‘공연섭외 표준약관’을 법으로 제정하고, 별도의 공연계약서 또는 출연계약서가 없더라도 문자나 e메일 등 공연확정에 대한 근거만 있으면 해당약관에 따라 위약금 지급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보호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표준약관은 공연 취소에 대한 섭외 측과 공연팀 간의 다툼을 근본적으로 해소시킬 뿐 아니라, 주최 측에 일방적 공연 취소에 대한 부담을 사전에 충분히 느끼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공연예술계를 발전시키는 일은 공연예술가들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공연섭외 표준약관 제정을 입법기관인 국회에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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