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의 날 행사 (사진=허영훈 기자)

[뉴스인] 허영훈 기자 = 지난 1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 기획전시실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농업인의 날 행사추진위원회가 주관한 제22회 농업인의 날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국무총리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국회의원 등 100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이날 행사는 우리나라 농업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들을 격려하고 그동안의 발전성과를 자축하는 뜻깊은 자리로 마련되었다.

공식행사가 끝나고 축하케이크 커팅과 만찬이 이어지는 자리에 사회자의 소개로 국내 유명한 국악앙상블이 축하 연주를 위해 무대에 등장했다. 만찬자리에서의 연주는 관객들의 시선을 모으기 어려운 환경이라 단독공연이라기보다는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로 종종 행사 프로그램에 등장한다. 연주자들도 그런 산만한 분위기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간혹 너무 심하다 싶은 경우가 있다. 한 곡의 연주가 끝나도 참석자들은 만찬을 즐기는 데만 열중하다보니 사회자 안내가 없다면 공연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은 뒷전이다. 공연 중 무대 앞으로 나와 연주자들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연주 중간에 불쑥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무대로 나와 큰소리로 VIP가 도착했으니 환영의 박수를 보내달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행사의 주된 내용은 공연이 아니며 분위기를 좋게 하는 목적으로 공연팀을 부른 것이기 때문에 연주자들이 그런 상황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거나 연주자가 무대를 가려서 올라가면 안 된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국악은 예부터 흥을 돋우기 위한 ‘기생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이는 사람도 있다.

국악을 음악이나 학문이 아니라고 여기거나, 국악연주자를 한복을 두른 ‘기생’으로 취급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행사 목적에 따라 무대연주가 BGM(배경음악)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전에 그런 ‘심한’ 환경을 설명하고 섭외하는 경우는 드물다.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큰 자리니 준비를 잘해달라는 요청만 반복적으로 할 뿐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무대에 오른 연주자들은 실망과 좌절을 가슴에 안고 무대를 내려오게 된다. 연주자로 인정받기보다는 들러리로 취급받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최소한 연주자들을 무대에 올리고 초청공연이라는 타이틀로 불렀으면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 마땅하다. 행사장 구석에서 얼굴 없이 연주하는 이름 없는 중주팀과도 구분되어야 한다. 중주팀을 가볍게 취급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연주자들이 어떤 장소에서, 어떤 관객들을 대상으로, 어떤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는 사전에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주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 없이 연주자를 무시하는 듯한 프로그램 편성은 행사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참석자들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연주자들의 순수한 의지를 꺾게 되는 ‘불편한 관계’의 중심에 서게 된다는 것을 행사 관계자는 명심해야 한다.

더불어 현장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무대 뒤 임시로 마련된 파티션 안에 연주자들을 몰아넣고 알아서 옷을 갈아입게 하거나 메이크업을 하게 하는 행위 역시 사라져야 한다. 행사 참석자들이 앉는 의자만큼이나 연주자들이 서게 되는 무대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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