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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외국에서 병들어가는 한글, 점검은 누가?
허영훈 기자 | 승인 2017.11.09 10:42
(사진=허영훈 기자)

[뉴스인] 허영훈 기자 = 지난 5일, 일본 오사카 시립주택박물관으로 향하는 1층 승강기 앞에는 오전이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일본의 주거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일본전통의상인 기모노 체험을 할 수 있어 외국 관광객들이 필수코스로 찾는 오사카의 명소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옛 거리와 주택, 상점 등을 재현한 구간은 관광객들이 직접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당시의 다양한 생활상을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시설물 보호와 관람안내를 위한 푯말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위에서부터 일본어, 영어, 중국어, 한글 순으로 함께 표기되어 있었다.

그 중 한 푯말이 눈에 들어왔다. 계단을 올라가지 말라는 내용이었는데 맨 아래 한글은 ‘계단을 오르 금지’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단어도, 문장도 불완전한 상태였다. 도대체 누가 해석을 했고, 누가 승인을 했는지, 그리고 이 푯말이 언제부터 세워져 있었는지 의아한 마음과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사진=허영훈 기자)

그런데 그 실망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바로 다음 건물 안에는 이런 푯말이 세워져 있었다. ‘Take off your shoes’라는 문구 아래에는 ‘구두를 벗어 주십시오’라고 되어 있었다. 보통 ‘shoes’는 구두가 아닌 ‘신발’로 해석되는 것이 맞고, 특정한 구두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면 당연히 ‘신발을 벗어 주십시오’가 맞는 표현이다.

이런 문제는 비단 이곳 박물관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오사카를 방문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가는 신사이바시에 있는 한 의류매장에서는 남성 및 아동의류를 뜻하는 ‘MEN/KIDS’ ‘男装/童装’ 푯말이 벽에 붙어있었는데 그 옆에는 한글로 ‘여성/아동’이라고 쓰여 있었다.

(사진=허영훈 기자)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올해 지난 5월까지 일본을 찾은 관광객 4명 중 1명은 한국인이었다. 가장 많은 한국인이 방문하는 일본에서 한국인을 위한 표기가 이렇게 곳곳에서 잘못 쓰여 있는 상황이라니 다른 나라는 과연 어떨까 하는 염려가 든다.

외국에서의 잘못된 한글 표기는 한국의 문제는 분명 아니다. 잘못 해석하고, 올바른 검증과 감독 없이 그대로 표기한 해당 기관이나 기업 또는 외주업체의 잘못이나 실수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가장 빨리 지적할 수 있는 주체는 현지인이 아닌 현지에 거주하고 있거나 방문 중인 한국인이다. 더 나아가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기관은 한국대사관이나 영사관 또는 문화원일 것이다.

각국에 주재하고 있는 한국문화원에서는 잘못된 한글 표기를 제보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과 방법을 아는 한국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다.

우리는 한글의 우수성을 뽐내며 세계에 늘 자랑하고 다닌다. 외국에서 병들어가고 있는 한글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누구든 한글의 바른 표기는 분명한 책임이자 의무이다. 그것을 몰랐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우리 정부와 각국 한국대사관은 문화원 또는 민간단체 등과 협력해 외국 주요관광지를 시작으로 한글표기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을 실시하고 지속적인 개선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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