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조진성 기자 = 서울시와 창원시가 정수장 찌꺼기의 지정폐기물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지난해 8만1783톤을 무단 폐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하태경 의원(바른정당)이 서울시‧창원시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부 지자체가 정수장의 정수처리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오염물질인 정수처리오니(정수찌꺼기)를 적법하게 처리하지 않고 무단으로 업체에 넘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 찌꺼기에는 기준치 이상의 1급 발암물질 비소(As)가 포함돼 있었는데 이것이 논, 밭 등 농경지에 성‧복토재로 쓰인 사실까지 밝혀졌다.

서울시는 관련법상 정수찌꺼기를 발생시키는 사업장폐기물 배출자로서 배출자는 정수찌꺼기에 유해물질이 포함된 지정폐기물인지 미리 확인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폐기물공정시험(용출시험) 결과가 반드시 필요한데, 서울시는 지금껏 단 한 번도 관련 자료를 제출 받지 않고 무단으로 반출시켰다.

또한 관련 규정 대상일 경우 정수찌꺼기로 농경지 등 매립에 쓰일 성‧복토재로 재활용하려면 토양오염우려 기준도 고려해야 하지만, 이때 필요한 토양오염공정시험(함량시험) 결과도 받지 않았다.

이렇게 흘러들어간 서울시의 정수찌꺼기는 작년 한 해에만 8만1031 톤. 지정폐기물로 분류될 수 있는 정수찌꺼기가 농경지 등에 그대로 매립된다면 토양 오염뿐만 아니라 논, 밭에서 자라는 국민들의 먹거리까지 중금속 오염 위협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서울시는 2013년 3월 서울연구원의 검사 자료를 인용하며 정수찌꺼기를 활용한 재활용 제품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지만 하태경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서울 강북정수장의 정수찌꺼기 재활용 제품의 함량을 분석한 결과, 32.47ppm으로 요업제품 함량기준인 20ppm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85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내 비소 성분을 휘발시킨 제품인데도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것은 정수찌꺼기 자체의 비소 함량은 훨씬 더 많았다는 얘기가 된다.

창원시는 더 심각하다. 같은 자료에서 창원 대산정수장의 정수찌꺼기 비소 함량은 최대 322.51ppm이 검출됐다. 시멘트 대체원료 기준치인 50ppm을 6.5배나 초과했고 토양오염우려기준인 25ppm을 12.9배나 초과한 것이다. 그러나 창원시도 마찬가지로 용출시험과 함량시험 결과 없이 작년 752톤의 비소찌꺼기를 무단 반출했다.

또한 지난 2015년 7월에 열린 국립환경과학원 전문가회의에서도 정수찌꺼기의 고농도 비소 검출에 대해 "창원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시료채취해 정수처리오니의 함량분석이 필요하다"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수장 찌꺼기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폐수처리장이나 하수처리장에 비해 정수장은 비교적 깨끗할 것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관련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폐기물관리법상 재활용환경성평가 대상은 12만 톤 이상으로만 규정돼 있어 하수처리장이나 폐수처리장에서 나오는 찌꺼기보다 비교적 훨씬 적은 양의 찌꺼기를 배출하는 정수장은 이 기준을 적용받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하 의원은 "깨끗할 것으로 예상했던 정수찌꺼기에도 기준치를 초과한 비소가 검출됐고, 심지어 지자체는 이러한 독성 물질을 아무 확인도 없이 무단 반출했다"며 "관계 기관은 ▲성‧복토 매립 지역을 조속히 파악해 토양오염조사 실시 ▲정수찌꺼기를 아무렇게나 처리한 지자체가 또 있는지 전수조사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정수찌꺼기의 관련 법령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