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픽사베이)

[뉴스인] 허영훈 기자 =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어부들의 극한 삶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방송됐다. 깊은 바다에 사는 아귀를 낚기 위해 온갖 위험 속에서 바다와 싸우는 뱃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을 다뤘다. 밤낮 없는 피곤함에 온갖 역경을 맨몸으로 이겨내야만 하는 그들의 공통된 목표는 무엇일까? 물고기를 배에 가득 채우는 ‘만선(滿船)’이다.

어부의 목표가 만선이라면 농부의 목표는 ‘풍작(豐作)’일 것이다. 한해 땀 흘리고 수고한 대가가 풍성한 수확으로 돌아올 때 보상과 보람을 동시에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선과 풍작이 의지대로 쉽게 이루어질까? 절대 그렇지 않다. 어업과 농업의 공통점은 자연의 허락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결실을 못 본다는 것이다. 어부와 농민은 그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수고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다른 직업이나 사업보다도 실패를 부르는 위험요소들이 더 많다.  

그런데 프로그램 말미에 아귀를 얼마 잡지 못한 고깃배 선장이 감동적인 말을 전한다. “만선은 중요하지 않아요. 마음의 만선이 훨씬 중요하죠. 마음의 만선.”

만선과 같이 땅에서는 수확의 계절이다. 농사를 짓는 한 농부의 TV 인터뷰 자막이 앞선 선장의 말처럼 눈에 띈다. “한 해 농사 망치는 건 아무 것도 아니에요. 얼마든지 그럴 수 있으니까요.”

두 사람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낄까? 자신이 하는 일에서 만선과 풍작을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 가정과 학교, 직장이나 사업장 등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우리는 각자 바라는 목표들이 있다. 그런데 혹시나 그것을 안일한 태도로 쉽게 기대한 적은 없었는지, 또는 쉽게 포기하고 주저앉은 적은 없었는지 한 번쯤은 뒤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은 ‘로맨스 병’과 ‘분위기 병’에 사로잡혀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처럼, 같은 잘못이라도 내가 한 것은 괜찮고 남이 한 것은 잘못이라고 사정없이 비판하려는 성향이 ‘로맨스 병’이다. 도로 위에서 함부로 욕하는 운전자,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로 당당하게 음식을 만들어 파는 업주,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는 운전자 등 로맨스 병에 걸린 사람들은 너무도 많다.

‘남들이 그러니까’ 또는 ‘나도 안하면 안 될 것 같아서’라며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증상이 ‘분위기 병’이다. 무조건 비슷한 댓글부터 다는 네티즌, 남들이 욕하면 더 크게 욕하는 사람, 좋다는 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등이 분위기 병에 걸린 사람들이다.

이 두 가지 병은 현재 우리 사회 전반에 심각하게 퍼져 있다. 이기적인 삶이나 목표 없는 삶으로도 대변된다. 1등만 살아남으니까, 돈이면 다 되니까, 또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만선의 결과물만 바라보며 승승장구한 사람들이 한순간에 몰락하는 것을 쉽게 본다. 당장 눈에 보이는 화려함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것은 진정한 열매도, 행복도 아니다.

어부가 말하는 마음의 풍요로움과 농부가 말하는 긍정의 힘처럼 나누고, 베풀고, 기다리는 삶이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서 로맨스 병과 분위기 병을 치유하는 사회적 백신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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