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나 유(Helena Yoo)는 헬레나앤코의 대표 아트디렉터로 한국 동시대 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해오고 있다. MTN TV '미녀들의 주식수다'에서 외환 및 주식 시장에 대해 해설했으며, 국제회의 통역사 및 진행자로 활동하며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을 두고 현재 칼럼니스트, 작가, 아트디렉터 등으로 활동 중이다.

이이남 작가의 '빛의 산책'

[뉴스인] 헬레나 유 = 많은 이들이 이이남 작가를 가리켜 ‘제2의 백남준’이라 부르지만, 이이남 작가에게는 스스로를 故 백남준과 차별화시킬 수 있는 분명한 요소 하나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하면서도 전위적이거나 실험적인 예술에 치중하기보다는 대중도 향유할 수 있는 작업을 해 나간다는 것이다.

예술가가 작업을 하며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작품성과 대중성을 본인 작업에 함께 투영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다수의 팝 아티스트들이 본인 작품에 대중 문화를 녹여내어 대중성을 확보하면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이남 작가는 전 세계적으로 본인 작품의 예술성을 인정 받으면서도 대중 친화적인 작업을 해 왔다.

최근에는 ‘평화의 소녀상’ 제작을 통해 아픈 역사를 잊지 말 것을 환기시키기도 한 이이남 작가는 지난 8월 중순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정조의 산책’을 테마로 “빛의 산책”이라는 미디어 아트 퍼포먼스를 또한 선보였다.

이이남 작가의 '빛의 산책'

다음은 ‘빛의 산책’에 관한 이이남 작가와의 일문 일답이다.

-‘빛의 산책’이라는 작품을 통해 주로 나타내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
"수원 화성행궁이라는 역사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한 ‘정조의 산책’을 주로 나타내고자 하였다. 정조의 서체를 보여주는 것과 더불어 퍼포먼스도 가미했다. 500년이 지난 지금, 정조가 머물렀던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과거에는 이곳에서 춤도 추고 공연도 했을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해 미디어 아트 작품으로 승화한 것이다."

-‘빛의 산책’에는 비보이(B-boy)들의 퍼포먼스도 등장하는데, 직접 기획한 것인가?
"그렇다. ‘빛의 산책’은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조의 산책 전, 정조의 산책, 그리고 정조의 산책 후로 나뉘는데 마지막 부분에 매우 현대적인 퍼포먼스를 가미하여 신구(新舊)의 융합을 보여주고자 했다. 역사적인 요소도 현대적인 미디어 아트 작품에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을 작품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작업을 할 때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가?
"일상 생활을 하며 눈에 띄는 것들은 모두 채집을 하는 습관이 있다. 문득 문득 눈에 띄는 것들 것 모두 모아두게 되는데, 그러한 것들을 적절히 활용해 예술 작품으로 재구성하는 편이다. 일상의 모든 것들이 내게는 영감을 주는 요소다.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아내는 것이 예술가가 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일이라 생각한다."

-최근에는 해외에서의 러브콜도 많은데, 해외 전시에 참가할 경우 한국적인 요소를 많이 가미시키는 편인가?
"그렇다. 하지만 단순히 한국적인, 그리고 동양적인 요소를 작품에 드러내기보다는 서구적인 것과 융합시켜 작품을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새로운 영감을 받게끔 하고자 한다. 내 작업을 통해 관객이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좋고, 그것을 넘어 무언가 새로운 자극을 받게끔 하는 것이 목표이다. 동서양의 융합이 단순히 ‘퓨전(fusion)’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재창조하게 하는 하나의 단초가 되게끔 하는 것이 작가로서 나의 역할이다."

-본인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향후의 작업 방향을 말한다면.
"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하나의 예술적인 유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반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때로는 담으려고 하고, 예술적인 아름다움의 표현을 넘어 감상자가 작가의 의도에 대해 보다 많이 생각해볼 수 있는 작업을 하고자 한다."

이이남 작가의 '빛의 산책'

9월에는 ‘2017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를 비롯해 터키의 ‘이스탄불 비엔날레’에도 참여하는 이이남 작가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함께 본인 작업에 녹여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예술가라면 누구나 잡고 싶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비결에 대해 그는 “작품성을 인정 받는 작업을 지속해 나가는 것과 함께,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했다.

지난 8월 선보인 ‘빛의 산책’을 포함해 그의 작품 상당수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이남 작가에게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제2의 백남준’이지만, 그는 스스로를 이미 백남준과 차별화시킬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으면서도 대중 친화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끊임없이 노력하고 변화해야 하는 예술가의 숙명을 타고났으면서도 그에 순응하여 재창조에 재창조를 거듭하고 있는 이이남 작가. 그의 다음 작업은 어떠한 새로운 자극을 담고 있을지 기대해 본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