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픽사베이)

[뉴스인] 허영훈 기자 = 최근 주식투자 논란에 휩싸였던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다시 불거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스템을 아무리 보완해도 이러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인 문제는 시스템이 아닌 후보자 스스로에게 있기 때문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인사 검증을 위한 수많은 잣대를 동원한들 자신의 ‘속’을 감추려는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에는 당연히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다. 모든 후보자들이 스스로 결격사유를 인정하고 ‘이 자리에 내가 오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솔직히 말해주면 참 좋겠지만 그것을 기대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또 다른 문제는 후보자 스스로가 결격사유가 아니라고 자기최면에 빠지는 데 있다. 인사청문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면제’ ‘논문표절’ ‘재산증식’ ‘불법증여‘ 등 문제들이 시스템 검증 과정에서 이미 한 번은 체크가 되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청문회에 나오는 용기는 어디서 나온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는 통했는지 모르지만 지금 이 시대에도 어물쩍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감추려는 정보력보다 파헤치려는 정보력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인사 검증에 있어서 이런 문제점들은 국회 청문회에 국한되지 않는다. 소리 소문 없는 인터넷 공지와 자체 심사만으로 단체장을 선출하는 정부산하기관은 앞에 열거된 단골 문제들조차 언급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문화예술분야 단체장 선출에 있어서는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큰 진통 없이 심사를 통과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향 대표다. 현재 이 자리는 과거 금융연구원장과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역임한 최흥식 대표가 맡고 있다. 그런데 최 대표는 바로 지난 6일 금감원장에 내정됐다. 관련 기사는 하나같이 내정자를 ‘금융전문가’로 소개하고 있다. 즉 금융전문가가 그동안 서울시향을 이끌어왔다는 것이다.

지난 8월 금감원장 내정자는 최 대표가 아닌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었다. 그러나 김 전 사무총장은 금융계 경력이 전혀 없다는 비판과 분위기 쇄신이 가능할 것이란 엇갈린 시선 끝에 결국 중도하차했다. 비전문가에게 맡길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최 대표 역시 당시 전문성에 대한 문제가 언급되었지만 서울시향의 분위기 쇄신에 무게가 실리면서 무난히 대표로 선출되었다. 어떤 경우는 전문성이 없어도 되고, 어떤 경우는 반드시 전문성이 있어야 되는 것인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특히 금감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최 대표에 대한 검증이 어디까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높은 자리는 본인이 아닌 남이 만들어준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는 것이 현재 우리사회다. 한 길만을 열심히 걸으며 주목할 만한 업적을 남긴 전문가가 아무리 성실히 지원서를 작성해서 제출했어도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으면 인터뷰조차 참여할 수 없다. 어떤 후보들이 지원했고 어떤 심사과정을 거쳐서 선발됐는지 지원자들은 단지 보도기사 몇 줄 만을 보고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기회균등의 음지’다.

인사청문회가 인사검증을 위한 기능은 가지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후보자나 내정자 본인이 그 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 그 자리에 올라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인지, 그 자리에 오르면 정말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은지를 스스로 검증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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