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TV개국을 원하는 범국민 서명운동 안내문 (사진=페이스북)

[뉴스인] 허영훈 기자 = 페이스북에서 ‘국응사’를 검색하면 ‘국악TV 개국을 응원하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공개그룹이 나타난다. 화면 메뉴에서 ‘정보’를 클릭하면 국응사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주요 내용은 이렇다.

이 그룹은 국악TV 개국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며, 현 송혜진 국악방송 사장을 비롯해 많은 국악계 사람들이 국악라디오방송의 한계와 TV방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국악TV방송국 개국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그 결과 작년 국회상임위는 통과했지만 예결위에서 그만 국악TV 개국이 좌절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국악계와 전통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국응사에 모여 국악TV 개국을 위한 큰 함성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해당 그룹을 개설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응사 회원은 약 8000명에 이른다. 단기간에 모인 규모치고는 상당히 크다. 회원들 중에는 국악라디오방송 관계자들과 국악인들이 주를 이루는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름만 들어도 아는 명인, 명창을 비롯해 국악공연 기획자와 연출자, 국악공연기획사와 국악공연장 관계자, 국악전공학생들과 국악애호가들도 상당수 참여하고 있다.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는 정치계, 경제계, 교육계, 언론계 등 국악이 아닌 다른 분야 인사들도 있으며, 클래식 연주자나 지휘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악TV 개국 응원 메시지를 담은 인증사진 (출처=페이스북 '국응사')

국응사가 다른 페이스북 그룹과 다른 점은 회원등록에 그치거나 ‘눈팅’ 또는 댓글 수준의 참여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원들은 스케치북이나 종이에 국악TV 개국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직접 손으로 적고 그 인증사진을 그룹에 올린다. 이런 응원은 릴레이식으로 전개되며 개인 참여를 넘어 단체 수준으로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한 예술단체의 경우 공연 전 짬을 내어 대기실에서 응원메시지를 직접 제작하고, 마치 뮤직비디오와 같이 연주와 연기를 곁들인 영상을 자체 제작해 현장에서 업로드 하는 경우도 있다. 그야말로 응원의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왜 이들은 국악TV 개국을 이토록 열망하고 있는 것일까? 국악TV가 왜 굳이 독립적으로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것도 국가예산으로 말이다.

문제는 ‘대중화’에 있다. 대부분의 특화된 방송은 그 분야의 많은 애호가들이 생긴 후에 TV가 개국한 형태다. 물론 수익사업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국악은 어떠한가. 오랜 기간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국악계가 쉼 없이 노력했지만 좀처럼 대중화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기만 했다. 그야말로 ‘우물 안의 애호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가야금 산조 한바탕의 경우는 한 곡의 연주시간이 60분이 넘는다는 말에 어느 누구도 쉽게 국악공연장을 찾지 않는다. 사실 한번이라도 가야금 산조 한바탕을 직접 감상한 사람은 국악에 대한 모든 편견이 깨질 정도로 깊은 감동을 받게 되는 연주라는 것을 알게 된다.

국악TV는 국악을 ‘소개하는 기능’을 넘어 국악을 ‘보게 하는 기능’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TV를 켰을 때, 다양한 국악을 지속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고정된 메뉴’를 시청자들에게 인식시킴으로써 국악에 대한 무조건적 거리감을 서서히 줄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TV가 주는 ‘호기심 효과’로 국악공연장을 찾게 되는 국악 애호가들이 증가하며, 결국 국악의 대중화라는 목표에 도달하게 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단순히 ‘국악TV가 생겼다’는 것은 ‘열매’가 아니라 ‘씨앗’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국악을 보여주는 것에만 머물러서도 안 된다. 정통국악과 소위 대중국악의 지향점을 각각 어디에 어떻게 둘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에서부터 공익성격의 채널이 갖는 한계를 당당히 극복하고 ‘시청률’로 승부하겠다는 자존심을 건 프로그램 기획을 준비해야 한다.

특정 국악인들의 전유물이 되어서도 안 된다. 출연진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벤트가 자유롭게 넘나드는 ‘열려있는 TV’가 되어야 한다. 국악인들만의 TV가 아닌, 국악에 관심 있는 모든 시청자들의 TV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악의 대중화’는 사실 ‘정통국악의 대중화’가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국응사의 함성과 국악TV 개국이 정통국악의 대중화를 다시 깨우는 분명한 방법론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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