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픽사베이)

[뉴스인] 허영훈 기자 = 최근 눈에 띄는 TV광고가 있다. 배우 박성웅 씨가 등장하는 ‘올바른 운전문화 정착, 좋은사람 편’이라는 제목의 공익광고다. 딸아이에겐 더 없이 좋은 아빠, 동료들에겐 다정한 친구, 회사후배에겐 친절한 선배가 운전만 하면 사납고 난폭한 성격으로 변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런 메시지로 광고가 끝난다. “운전대만 잡으면 변하는 당신,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우리나라 운전자 1% 정도를 제외하고 이 광고를 보고 찔리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매일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출근시간을 떠올려보자. 거리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자동차들, 자동차 사이로 위험하게 질주하는 오토바이, 앞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담배연기,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는 자동차, 끼어주지 않겠다고 위협적으로 차를 가로막는 자동차, 2개 이상 차선을 한꺼번에 변경하는 버스, 길게 늘어선 차들 맨 앞으로 얌체같이 끼어드는 자동차, 요란한 음악을 크게 틀고 달리는 자동차, 휴대전화를 보며 왔다갔다 불안하게 운전하는 자동차, 거기에다 어제는 없었던 공사장이나 접촉사고 현장을 지나가야 하는 상황, 그리고 ‘교육중’이라고 쓰여 있는 노란색 운전면허학원 자동차나 초보운전 자동차 뒤를 따라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 도로는 그야말로 전쟁터가 되고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전투모드’로 운전하게 된다. 

평상시 좋은 사람은 운전습관도 남다르지만 그 좋은 상황도 오래가지는 못한다. 끼어드는 차를 양보하거나 파란색 신호에도 붐비는 교차로에서 정지하는 운전자는 곧바로 뒤차의 경적소리를 듣게 되고 ‘개념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마치 영화 속에 등장하는 ‘헐크’처럼 변하게 된다.

왜 우리는 이런 똑같은 상황을 매일 겪으면서도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걸까? 소중한 생명까지 앗아가는 난폭운전, 보복운전이 난무하는 이 위험한 상황이 ‘안보불감증’, ‘안전불감증’과 무엇이 다른가? 필자는 이러한 상황을 ‘스트레스불감증’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나라 사람이 겪는 여러 스트레스 중에 건강을 해치는 치명적인 상황이 매일 출퇴근 시간에 겪는 스트레스인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고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차가 너무 많아서일까? 내 주위엔 나쁜 운전자들만 있어서일까? 아니면 우리나라 교통문화가 원래 그래서? 아니다. 문제는 바로 ‘나’로부터 시작된다. 나를 정말 화나게 만든 그 운전자의 행동은 안타깝게도 언젠가 내가 한번은 저질렀던 행동과 똑같다는 것을 쉽게 잊어버린다. 한편으로는 무리하게 끼어드는 그 운전자나 초보운전자는 사실 누군가의 아빠고, 엄마고, 자녀일 것이다. 때로는 내가 아는 사람일 수도 있다.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운전한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운전대를 잡는 순간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로 변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한 결과다.       

외국을 방문해 종종 접하는 좋은 문화 중 하나가 바로 교통문화다. 일시정지 표지가 있는 도로 진입로나 신호가 없는 교차로에서는 주위에 차가 전혀 없더라도 꼭 일시정지 후 출발하는 운전자, 방향지시등을 켜고 내 차 앞으로 차선을 바꾸려는 차를 보면 무조건 속도를 줄이는 운전자, 추월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추월차선이 텅텅 비어있어도 지정차선으로만 주행하는 운전자들의 모습이 그 좋은 예다. 

이제는 우리도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자동차운전면허 필기시험 준비에 그치는 공부가 아니라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만 18세가 되기 이전에 올바른 운전문화, 좋은 운전습관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난폭운전이나 보복운전 등을 하고 싶어도 벌금이 무서워서 하지 못할 정도로 선진국 수준의 실질적인 교통범칙금 부과도 검토해야 한다.

언젠가 ‘내 탓이오’라는 문구가 쓰인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자동차를 본 기억이 있다. 사회적 안전장치가 충분히 마련되기 전까지, 그리고 올바른 교통문화가 정착되기 전까지 운전으로 받는 자신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은 스스로 변해야 함을 먼저 인식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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