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픽사베이)

[뉴스인] 허영훈 기자 = 최근 수해를 입은 충북지역 도의원들이 유럽으로 해외출장을 떠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해당 의원들은 비난 여론이 들끓자 지난 19일 밤 서둘러 일정을 취소하고 항공편이 마련되는 즉시 귀국하기로 했다. 정치계에서도 ‘정무감각’이 없다며 이들을 비판하는 데 동조하는 분위기다.

불행히도 이런 뉴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고위급 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이 국가재난 등 비상사태를 전후해 출장이나 연수로 포장한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심심치 않게 적발이 됐고 국민적 지탄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렇게 비난만 하는 것에 문제점은 없을까. 혹시 외유성의 공무상 해외출장을 맹목적으로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비난의 핵심은 공직자가 ‘국민의 고통을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것과 ‘국민의 세금으로 놀러갔다’는 것에 있다. 만약 놀러간 것만이 아니라면 그 출장은 사실상 문제될 것이 없어야 한다. 해외연수에 대한 필요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외연수는 선진사례를 체험하면서 지식이나 정보, 노하우 등을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개발에 적극 활용하는 것에 목적이 있고, 인센티브 여행의 성격도 일부 있다. 관련 근거와 원칙을 통해 정부나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공무상 해외연수를 시행해왔고, 예산편성, 시기, 대상 및 목적지 선정, 일정관리 등 관련부서의 공식적인 준비 작업을 거쳐 실시해왔다.

이번 충북지역 도의원들의 해외출장 역시 그러한 과정에 따라 진행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해당 일정을 중지하게 되면, 항공권과 숙박 등 예약 건들의 줄줄이 취소와 더불어 위약금 지급 등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근거와 절차를 거쳤음에도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심각한 일이 발생했으니 ‘무조건 돌아오는 것이 맞다’는 논리는 적절하지 않다. ‘돌아오는 것이 좋겠다’는 것으로 풀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놀러갔다’는 것에 있다. 만약 이번 도의원들의 해외출장이 누가 보더라도 철저한 기획을 바탕으로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면 비난의 강도가 이렇게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직사회나 일반의 인식에서 볼 때, 공무상 해외연수가 떳떳하려면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적지 않은 공연예술가들이나 방송인들이 부친이나 모친의 임종 직전에도 그 사실을 숨기며 공연이나 녹화를 묵묵히 마친 사례가 있다. 물론, 이러한 사례들과 외유성 해외출장을 비교한다는 것에는 무리가 있지만 여기서 ‘목적’과 ‘책임’,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평가’가 필요하다.

공연이 아무리 중요해도 부모님의 임종을 맞이하는 상황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겠지만, 큰 슬픔을 안고서도 공연을 끝까지 책임지고 마치려는 자세에 우리는 박수를 보내게 된다. 공무상 해외출장 역시 어떠한 국내 상황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출장의 목적을 달성해야만 하는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면 우리는 당연히 ‘한국은 걱정하지 말고 출장에 집중하라’는 주문을 하게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이 해외출장을 가는 경우, 공무와 여행을 뚜렷이 구분하고 일정별 목적을 세분화하는 한편, 출장결과보고서에 대한 엄격한 평가기준도 재검토되었으면 한다. 이와 더불어 일정을 취소하고 즉시 귀국해야 하는 경우와 그 절차 및 후속조치에 대한 명확한 지침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이 공무상 해외출장을 떳떳이 갈 수 있어야 한다. 공무상 해외출장 역시 국민을 위한 업무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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