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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와 춤추다] 공주의 세 가지 수수께끼⑫ 자코모 푸치니의 '투란도트'
정경 논설위원 | 승인 2017.06.20 10:55

*클래식 예술의 한 장르인 오페라(opera)를 널리 알리고 이해를 높이기 위해 기획된 바리톤 성악가 정경의 교육 칼럼 [오페라와 춤추다]를 뉴스인에 연재합니다. 오페라마예술경영연구소는 예술에 관심이 높은 사회인과 학생들에게 예술 상식과 교양을 함양할 수 있는 다양한 오페라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바리톤 정경 (사진=오페라마예술경영연구소)

[뉴스인] 정경 논설위원 = 푸치니의 '투란도트'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펼쳐진다.

◇ 제1막

이야기는 고대를 배경으로 중국의 대도시인 북경에서 시작된다. 군인들로 가득 찬 거대한 광장에 제국의 신하 한 명이 등장해 황제의 포고문을 읽어 내려간다. 황제의 딸인 투란도트 공주가 내어놓는 세 가지 수수께끼의 정답을 맞히는 이를 그녀와 혼인시킬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다면 즉각 참수형에 처할 것이라는 엄명도 함께 내려졌다. 이미 공주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페르시아의 젊은 왕자가 도전했지만 이미 실패를 맛보았고, 황명에 따라 달이 떠오르는 대로 참수형이 집행될 예정이었다.

황제의 포고를 듣기 위해 모여든 인파에는 티타르 왕국에서 왕좌를 잃고 유랑생활 중인 티무르와 그의 젊은 아들 칼라프 왕자도 있었다. 그들은 내란의 불길을 피해 각자 몸을 피했다가 막 재회하게 된 참이었다. 기뻐하던 티무르 왕은 망명생활 중 자신을 도와준 류를 칭찬하며 칼라프에게 소개하고, 예전부터 칼라프를 사모하던 류는 그를 다시 만나게 된 운명에 감사한다.

사형 집행 시간이 다가오고 이에 군중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사형집행인들이 칼날을 가는 소리에 맞춰 군중들은 흥분하여 "숫돌을 돌려라, 도끼를 갈아라"라고 외쳐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창백한 얼굴의 페르시아 왕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처형장으로 끌려가는 그의 절망적인 표정에 군중들은 태도를 바꿔 투란도트 공주에게 자비를 베풀 것을 애원한다. 망루에 나타난 투란도트 공주는 백성들의 애원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얼음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사행집행을 지시한다.

그녀의 잔인함을 저주하던 칼라프는 투란도트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크게 놀라며 한눈에 반하고 만다. 이를 눈치 챈 티무르는 아들을 간곡히 만류한다. 자신들에게는 추적자가 따라붙어 있기에 이곳은 안전하지 못하며, 수수께끼에 도전해도 저 페르시아 왕자처럼 비참한 운명을 맞이할 것이 자명하다며 젊은 왕자의 마음을 돌려놓으려 애를 쓴다. 그러나 칼라프는 투란도트에게 너무 깊이 매료된 이후였다.

수수께끼에 도전하기 위해 궁궐을 향해 뛰어가는 칼라프 앞에 대법관 핑, 집사장 팡, 황실 주방의 책임자 퐁이 나타난다. 그들은 칼라프의 무모함을 조롱하며 목숨이 아까우면 냉큼 돌아가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럼에도 칼라프는 이에 굴하지 않고 "승리는 나의 것, 투란도트는 나의 사랑"이라고 외친다.

티무르는 비탄에 빠진다. 그의 곁을 지키던 류는 눈물을 흘리며 왕자에게 다가가 도전을 만류한다. 그녀가 부르는 '들어보세요, 왕자님(Signore, ascolta!)'은 애절하면서도 청아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곡으로, 류는 이 곡에서 “만일 내일 당신의 운명이 끝난다면, 우리들은 방랑의 끝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잃어버립니다”라며 애원한다.

그러나 칼라프는 아버지 티무르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긴 채 도전을 감행하고 만다. 칼라프는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알리기 위해 징을 세 차례 울리고, 이에 좌절한 티무르와 류, 그를 조롱하는 핑, 팡, 퐁의 합창과 함께 1막이 마무리된다.

◇ 제2막

핑, 팡, 퐁 세 명의 관리가 공주의 수수께끼에 도전장을 낸 칼라프의 이야기를 나눈다. 올해에만 벌써 열세 번째 도전이 있었지만 모두가 정답을 찾아내지 못해 목숨을 잃고 만 것이었다. 이제껏 사형당한 이들의 제사를 치러야 했던 세 관리는 그 일에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고향 호난을 그리워하며 중국에 평화가 깃들기를 염원한다.

궁의 광장에는 도전자를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이윽고 알투움 황제가 등장한다. 티무르와 류는 군중들 사이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황제는 수수께끼가 적힌 두루마리를 들고 새로운 도전자를 불러낸다. 칼라프가 앞으로 나서자 황제는 그의 얼굴을 보며 목숨을 아깝게 여기라며 도전을 재고해보길 권유하지만 칼라프는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인다.

이어 투란도트가 아리아 ‘옛날 이 궁전에서(In questa Reggia)’를 노래하며 등장한다. 이 노래에는 과거 궁궐에 쳐들어온 외적의 군대가 로우링 공주를 능욕하고 무참히 살해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투란도트는 이 공주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외국의 젊은이들에게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를 내어 복수해왔으며, 아무도 자신을 차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칼라프를 위협한다. 그녀는 날카롭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이방인이여, 수수께끼는 세 개, 목숨은 하나”라고 외친다. 이에 칼라프는 “수수께끼는 세 개, 생명이 하나”라고 응수한다.

나팔 소리와 함께 첫 번째 수수께끼가 주어진다. “이것은 어두운 밤을 가르며 무지개 빛으로 날아다닌다. 이것은 모두가 갈망하는 환상이다. 이것은 밤마다 새롭게 태어나고 아침이 되면 죽는다.” 칼라프는 곧바로 정답을 내어놓는다. 답은 바로 ‘희망’이었다.

곧바로 두 번째 수수께끼가 이어진다. “불꽃을 닮았으나, 불꽃은 아니다. 생명을 잃으면 차가워지고, 정복을 꿈꾸면 타오르고, 그 색은 석양처럼 빨갛다.” 칼라프는 ‘피’라는 정답을 내어놓는다.

마지막 세 번째 수수께끼만 맞추면 칼라프의 승리였다. 최초의 승리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분위기는 점차 고조되고, 투란도트는 마지막 문제를 낸다. “그대에게 불을 주며 그 불을 얼게 하는 얼음, 이것이 그대에게 자유를 허락하면 이것은 그대를 노예로 만들고, 이것이 그대를 노예로 인정하면 그대는 왕이 된다.” 이에 칼라프는 확신을 가지고 정답을 외친다. 그의 답은 바로 ‘투란도트’였다. 정답이었다.

군중들은 환호성을 질러대고 당황한 투란도트는 칼라프를 향해 절대 네 것이 되지 않겠다며 소리친다. 그러나 황제는 그녀에게 약속은 신성한 것이므로 지켜야 마땅한 것이라고 결과에 승복할 것을 요구하고, 군중들 역시 황제와 같은 목소리를 내었다.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진 투란도트에게 손을 내민 것은 칼라프였다. 이번에는 자신이 그녀에게 수수께끼를 던지겠노라며 새벽까지 자신의 이름을 알아내라는 문제를 던진다. 또한 도전자의 이름을 알아낸다면 투란도트의 승리이며, 자신이 패배한다면 공주가 원할 경우 목숨도 내어놓겠다고 선언한다.

◇ 제3막

황궁의 정원에 놓인 정자에 걸터앉은 칼라프의 귀에 도시 전체에서 울려 퍼지는 전령의 목소리가 끝없이 들려온다. 전령의 내용은 바로 “도전자의 이름을 알아내기 전까진 잠들어선 안 된다”였다. 승리를 확신한 칼라프는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부른다. 노래를 마친 왕자에게 핑, 팡, 퐁이 달려 나와 이름을 밝히라며 위협한다.

왕자가 이를 거절하자 그들은 미녀들과 보물을 들이대며 왕자를 회유하기 시작한다. 칼라프는 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결국 신하들은 애걸복걸하기 시작한다. 그의 이름을 알아내지 못하면 자신들이 죽을 운명이니 제발 북경을 떠나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이때 병사들이 티무르와 류를 끌고 와 이들이 전날 저녁 도전자와 대화를 나누는 광경을 목격한 이가 있다고 말한다.

이때 투란도트가 등장하고, 핑은 공주에게 다가가 티무르와 류가 비밀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보고한다. 투란도트가 티무르를 고문하려고 하자 류가 앞을 막아선다. 그리고 왕자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고 말한다. 류는 잔혹한 고문에도 끝내 왕자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투란도트는 류에게 그토록 단호한 이유를 묻는다.

이에 류는 ‘가슴속에 숨겨진 이 사랑(Tanto amore segreto)’이라는 아리아로 답을 대신한다. “고백할 수 없는 남몰래 하는 사랑 / 그것은 커다랗고, 어떤 박해라도 / 달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란 표현에는 류의 마음이 절절히 드러나 있었다. 도전자의 이름을 얻지 못한 투란도트는 초조해져 류를 더욱 가혹하게 고문하기 시작한다. 죽음을 직감한 류는 아리아 ‘얼음장 같은 당신의 마음도(Tu che di gel sei cinta)’를 유언처럼 남기고 병사의 칼을 빼앗아 자결하고 만다.

그녀의 희생에 깊이 감명을 받은 사람들은 칼라프와 공주만을 무대에 남기고 슬픔에 빠진 티무르와 함께 류의 시신을 옮긴다. 칼라프는 투란도트에게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감싼 베일을 벗긴다. 격렬히 거부하는 투란도트를 억지로 껴안고 키스를 퍼붓는 칼라프에게 투란도트는 불같이 화를 내지만 칼라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격정적으로 사랑을 호소한다.

류의 희생과 사랑을 목격한 투란도트의 차가운 마음은 조금씩 녹아내리기 시작하고, 날이 밝아올 무렵 칼라프는 투란도트에게 자신의 진짜 이름을 밝힌다. 이어 심판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고 황제가 등장한다. 투란도트는 아버지에게 이 젊은이의 이름을 알아냈음을 알린다. 황제가 그 이름을 묻자, 칼라프는 “사랑”이라고 외치며 칼라프 왕자와 투란도트 공주는 서로 뜨겁게 포옹한다. 수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서 이들의 사랑은 그 결실을 맺고,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
이어지는 제47화에서는 《 『투란도트』, 오리엔탈리즘의 결정체 》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정경 뉴스인 논설위원은 바리톤 성악가로 오페라와 드라마를 융합한 ‘오페라마(OPERAMA)’를 창시했으며 예술경영학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현재 오페라마 예술경영연구소 소장, 국민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오페라마 시각(始覺)’, ‘예술상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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