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픽사베이)

[뉴스인] 허영훈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인사청문회와 일자리 만들기가 연일 주요뉴스로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관심과 정부정책의 지향점은 인사청문회보다는 일자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사회의 절실한 과제이자 피부에 와 닿는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일자리 창출’의 정확한 의미다. 여기서 ‘일자리’는 만들어졌다가 바로 사라지는 자리가 아니라 구직자가 취업을 하고 그 자리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을 포함시켜야 한다. 다시 말해, 취업자가 취업에 성공해서 일자리 하나가 단순히 늘어났다는 숫자적 성과 외에 자신의 목표와 비전을 키워가기 위한 직장생활이 일정기간 유지될 수 있도록 기업환경을 잘 들여다보고, 필요한 경우 위험요소를 기업과 함께 제거하는 노력이 일자리 창출과 함께 병행 추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중소기업청의 최근 중소기업 현황에 따르면 전체 사업체의 99.9%가 중소사업체고 전체종사자의 87.9%가 중소사업체에 취업하고 있으며, 취업자의 약 30%에 해당하는 3명 중 1명이 2년 내에 자발적으로 퇴사하고 있다고 한다. 왜 어렵게 만들어진 일자리, 그리고 어렵게 들어간 일자리가 2년도 되지 않아 버림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취업자가 더 좋은 일자리가 생겨서 상승이동을 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힘들어서 이 직장 더 이상은 못 다니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그 ‘힘들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직장생활이 힘들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일이 많다거나 그 직장인의 의지가 약하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부당한 대우, 불합리한 업무지시, 일관되지 않은 보고체계, 모호한 업무영역, 소극적 문제해결의지, 불분명한 인사시스템, 지켜지지 않는 복리후생제도, 비전 없는 미래 등 퇴사의 이유를 만들어내는 갖가지 요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취업 후 1년 6개월 만에 이직한 30대 직장인의 말을 인용하면, 회사를 잘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우편으로 직장의료보험에서 지역의료보험으로 전환되었다는 통보서를 받았다고 한다. 해당기관에 문의한 결과 퇴직사실이 공단에 통보되어 가입자격이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회사의 답변은 이렇다. 회사의 필요에 따라 해당 직원의 소속을 현 회사를 운영하는 운영사로 변경하고 이에 대한 절차로 퇴사조치 했다가 바로 새롭게 입사조치를 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본인도 모르게 퇴사한 경력이 생기고 연봉계약서의 수정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것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일까?

황당하고 부당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시간 외 근무수당도 없으면서 수시로 야근을 강요하는 상사, 지방출장을 지시하면서 교통비는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는 인사팀의 가이드, 여직원이 혼자 출장을 갔는데 현지에 먼저 가 있는 남자 임원이 내 방에서 자고 가라는 성희롱 발언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쌍팔년도’에나 있었을 것 같은 일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실업 50만명 시대에 일자리가 50만개가 만들어지면 실업자 없는 시대가 열렸다고 좋아할 일이 결코 아니다. 2년도 되지 않아 그 30%인 15만개가 지속적으로 사라진다면 여전히 청년실업문제는 그만큼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이나 로봇 기술 발달로 확산되는 무인생산시스템으로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 전망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평생직장의 개념도 사라진지 오래고 퇴사하는 사람이 있어야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가’보다는 ‘어느 직장에 다니고 있는가’를 더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가 ‘비전지향적’ 직장이 아닌, ‘생계지향적’ 직장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취업에 성공했다는 말은 단순히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이 생겼다는 의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는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사회공헌을 위한 자기성장의 토대가 본격적으로 매칭(matching)됐다는 의미로 해석돼야 한다. 이 해석이 가능하려면 취업당사자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 일자리가 온전히, 그리고 올바르게 유지되도록 기업은 불합리한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정부는 그 노력에 필요한 환경을 만드는 데 더 많은 고민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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