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픽사베이)

[뉴스인] 박길홍 주필 = 지카(Zika) 바이러스 감염증은 치사율은 매우 낮지만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최근 남미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1년간 300만~400만 명이 감염되었다. 매개 모기가 아르헨티나에서 남부 미국까지 전역에 걸쳐 분포하며 전 세계로 급속히 전파되고 있다. 일부 나라들은 지카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없으므로 자연면역이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여서 바이러스 확산이 빠르다.

현재 25개국 이상에서 활발히 발병하고 있고 확산의 불확실성 증가로 긴급조치가 필요하다. 브라질은 2016 올림픽경기 개최지역에 매일 훈증소독을 실시하였다. 세계적인 대책과 임산부에 대한 여행경고가 요구된다.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가 지카 바이러스 확산에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개모기인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는 더운 것을 좋아하고 선선한 것을 싫어한다. 뎅기열(Dengue)도 같은 모기가 옮긴다. 주된 매개 모기인 이집트숲모기는 사람 주변에서 진화하여 주공격 목표가 다른 동물들이 아니라 사람이다. 이 모기는 현재 지구 온난화와 사람 환경에 대한 선호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매개체가 모기라는 건 모기가 원숭이 피를 빨 때 바이러스가 모기한테 옮겨갔고, 모기가 다시 사람을 물 때 사람한테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그 모기가 주로 더운 지방에 사는 모기니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안전한 것 같지만 지구 온난화로 우리나라도 매개모기인 ‘흰줄숲모기’가 활동 중이어서 국내 유입 가능성이 있다. 지카 바이러스를 보유한 여행객이나 외국인이 국내에 들어왔는데 ‘흰줄숲모기’가 그 사람을 물었다가 다른 사람을 물면 바이러스가 옮겨간다. 겨울에는 괜찮아도 여름에는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
 
모기가 무는 것 외에 다른 경로로는 성 접촉이 있지만 매우 드물어서 현실적으로 무시해도 된다. 메르스처럼 공기로 전염되지도 않는다.
 
지카 바이러스 자체는 오래전에 발견되었으나 그동안 별 문제없다가 근래에 비상이 걸렸다. 지카 바이러스는 1947년 우간다 지카 숲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뎅기열, 치쿤구니야 열(chikungunya), 웨스트나일바이러스(West Nile virus)와 유사한 종의 바이러스이다.

이후 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적도 부근에서 발견되다가 2000년대 중반 태평양 섬들에 갑자기 나타났는데, 브라질에서 2014년 처음 발견된 후 폭발적으로 확산되며 신생아 소두증을 비롯해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지카는 주로 인구밀도가 높고 모기가 많으며 방충망, 에어콘, 모기기피제가 부족한 나라들에서 급속히 확산 중이다.

미국도 연간 약 20건 발생한다. 하지만 모두 만연지역 여행객이다. 미국은 낮은 인구밀도, 높은 생활수준과 방역 수준 그리고 보다 선선한 기후로 판단할 때 브라질처럼 만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유사한 바이러스인 뎅기열도 만연지역 여행객 외에는 만연한 적이 없다. 지카와 뎅기열은 더위를 좋아하고 에어컨을 싫어하므로 텍사스나 플로리다 같은 더운 지역에는 모기 박멸 대책이 요구된다.

미국질병관리본부(CDC) 슈챗(Schuchat) 박사는 "지카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아니지만 지금 우리가 남북미에서 상대하고 있는 것은 새로운 질환이다. 이렇게 급속히 광범위하게 확산된 전례가 없다"고 밝혔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는 대개 별 증상 없이 그냥 지나가고, 한번 걸리면 평생 면역력이 생긴다. 바이러스는 혈액에 5-7일간 머무른 후 완전히 체내에서 사라진다. 감염자의 80%는 전혀 증상이 없고 나머지도 경증의 열, 관절통, 눈의 충혈, 발진을 호소한다. 하지만 심한 경우 브라질에서 독감처럼 길랑-바레 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 중추신경계를 공격하는 희소한 자가면역질환) 유발이 가능하다. 현재 CDC와 극히 일부 국공립병원만이 지카 바이러스 감염 여부와 감염전력 검사가 가능하다.
 
지카 바이러스의 심각한 문제는 임신 중인 태아에게 영향을 미쳐서 이른바 ‘소두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임신 초기에 감염되면 바이러스가 양수를 통해 태아에 감염되어 뇌와 두개골 발달을 방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브라질에서 이전에는 소두증이 연간 140건 발생하였으나 2015년 4200건 발생하고 그 중 51명이 사망하였다. 생존해도 평생 발달 및 지적 장애를 호소한다.

지카 만연 나라에서는 임신을 자제해야 할까. CDC 권고에 따르면 그렇지는 않고 임산부가 모기에 물리지 않게 하면 된다. 하지만 현실적인 충고로서 임신을 계획 중이거나 임신 중일 때에는 꼭 가야할 필요가 없으면 지카 만연지역에는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한다. 꼭 가야 한다면 모기에 안 물리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지카 보균자와 모기번식지를 관리하지 않으면 여름철에 말라리아, 뎅기열처럼 지카도 풍토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방역당국이 행동수칙, 환자 관리, 모기서식가능지역 소독 등 방역대책을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

국내 보건당국이 “지카 발생국가 여행 후에는 한달 간 헌혈을 하지 말라”고 행동수칙을 밝혔는데, 현재 지카가 유럽, 동남아로 확산되는 만큼 그 대상을 좀 더 넓힐 필요도 있다. 특히 동남아와 태평양의 섬들은 모기 서식지로서 지카 바이러스 만연지역이다.

현재 유일한 예방 대책은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과 모기 박멸 및 모기 생태계 파괴이다. 방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기 박멸이다. 혁신적인 기술로서 감염된 모기군에 생식 불능 수컷 모기 살포가 유망한 대안이다.

지카 매개 모기는 낮에 활동한다. 따라서 밤에 모기장을 치고 자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낮에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야외에서는 긴소매, 긴바지를 입으며, 가능한 실내에 체류한다. 방충망, 에어컨이 모기 퇴치에 큰 도움이 된다.

아직 지카 예방 백신은 없으나 개발 중이다. 유사한 바이러스인 치쿤구니야열과 웨스트나일바이러스 백신 개발의 초기단계는 성공적이다. 제약회사도 참여해 수년이 걸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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