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박길홍 주필 = ‘사드’(THAAD)는 우리 돈으로 사서 대한민국 방위를 위해 우리가 직접 운영하자.  남·북 당사자 간 평화협정을 맺기 전까지 북한은 대한민국의 주적으로서 핵미사일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군사강국이다. 실질적 핵보유국 북한에 대한 핵 억제력 확보를 위하여 미국의 종말단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는 자주국방에 큰 도움이 된다.

작금의 ‘사드’ 배치 조건은 대한민국이 부지를 제공하고 미국이 ‘사드’를 배치한다. 즉, 대한민국은 미군의 ‘사드’ 운용에 불편이 없도록 경내 청소만 열심히 하고 운용은 미국이 전담한다. 

요즈음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한반도 ‘사드’는 미국의 MDS(Missile Defence System, 미사일 방어 체계) 일환이라고 심심치 않게 말한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하여 우리나라에 주둔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이 ‘사드’ 값의 반을 부담하고 미군 한국주둔 분담금도 100% 부담하라는 요구를 공공연히 한다. 요약하면 미국을 위한 MD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위하여 대한민국이 영토도 주고 기계 값도 내고 미군 인건비까지 다 내라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사드’가 중국의 군사력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레이더를 장착하고 있어서 중국이 국가 안보의 주요 사안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최대의 잠재적 적국인 미국의 MD 체계를 자기 코앞에 배치하겠다는 미국 요구를 환영한 한국에게 그에 상당하는 불이익을 주고 있다. 이미 이로 인한 경제적 손해가 ‘사드’ 배치 비용의 몇 배에 이르고 갈수록 더 악화될 전망이다.

여기서 가장 심각하면서도 어이없는 문제는 이러한 ‘사드’의 전술적·전략적 중요성과 외교적 민감성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 논의가 한창이던 2015년 그 당시 우리 군의 입장은 “아직 입장을 잘 모른다”라는 것이었다. 우리 군의 최상위 컨트롤 타워가 북한 핵 방어의 최첨단무기인 ‘사드’의 국내 배치에 대하여 “잘 모른다”라는 말도 황당했지만, “미국 마음이다”라는 말에는 너무 한심해서 할 말을 잊은 기억이 있다.

그런데 ‘사드’는 그렇다 치고 또 다른 의문이 든다. 매년 북한의 수십 배(북한 국방비 관련 공식 발표 자료는 없으나 객관적 추정치에 의하면 연 1조-2조원)에 달하는 국방예산을 사용하면서도 군사력이 소위 가난한 나라 북한보다 못해서, 우리나라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제발 전쟁이 났을 때 군사작전권을 갖고 있어달라고 애원하며 매달리는 게 말이 되는가? 자기 나라의 전시 군사작전권이 다른 나라에 있는 나라는 전 세계 주요 국가 중 현재 우리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 역시 ‘사드’ 배치 철회 협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데 대한민국에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하고 있다. 대한민국과 협상해 봐야 다시 미국에 허락을 받아야 하므로 직접 미국과 협상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 장면에서 희대의 아이러니는 역사적으로 평가하면 대한민국이 구세주로 믿고 의지하는 미국이 사실은 구세주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민족이 겪는 심각한 문제들도 사실 미국의 활약이 크다. 미국은 러·일전쟁 직후 일본과 태프트-가쓰라 밀약(1905년 7월 29일)을 맺으며 미국은 필리핀을, 일본은 조선을 사이좋게 나눠 갖기로 한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이 조약을 맺으며 “조선은 아직 자치 능력이 없으므로 일본의 식민통치가 나라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그의 인도주의·합리주의적 소신을 밝혔다. 이후 일본은 대한제국에 을사늑약(1905년 11월 17일)을 강요하여 외교적 주권을 빼앗고 미국은 당연히 이를 묵인한다.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으로 대한민국이 해방되었을 때도 미국은 “조선은 아직도 자치할 능력이 없네”라면서 '미군정'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1948년 8월 15일) 전까지 실시한다. 이 때 미국은 자국의 이익만을 고려한 정책을 추진하여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민족운동세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승전국에 끼지 못한 이유 중 하나이다. 그리고 행정·질서의 효율성과 정돈성이라는 명분하에 친일 관료·경찰·군인 등 반민족 행위자들을 중용하여 친일파가 기득권층을 형성하도록 했다.

그 후 일본이 동남아를 비롯한 48개 승전국들에게 전쟁피해배상을 하며 국제적 주권을 회복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1951년 9월 8일)을 주도했는데, 당시 일본의 요청으로 독도를 대한민국 영토로 인정하지 않았다. 즉 미국은 한·일간 독도 영유권 분쟁의 씨앗을 뿌린 장본인인 것이다.

당시 미국은 대한민국이 그저 공산진영에 대한 최전방 전략적 거점이자 완충지대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기만을 원했다. 따라서 6·25 전쟁 후에도 통일 한반도보다는 휴전선을 원했다. 우리는 힘도 없이 평화만 사랑하는 백의민족이었으므로 강대국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한참의 세월이 흐른 1998년, 대한민국이 준비되지 않은 세계화의 후환으로 ‘초국적 자본’의 무차별 공격을 받다 외환위기에 이은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했을 때, 소위 냉전시대의 형제국가인 미국은 애타게 도움을 청하는 우리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쳤다.

오히려 ‘초국적 자본’의 대리인으로 전락한 IMF(국제통화기금)와 함께 우리의 약점을 이용해 온갖 불공정한 조건으로 우리 금융시스템을 해체한 후 재포장하여 수배의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 이 과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한 체제를 마련하기 위하여, 김대중 정부가 금융개방과 자유무역을 골자로 하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시행하도록 종용하였다. 그 후 ‘초국적 자본’은 우리 시장에서 자유로이 먹잇감을 찾아 다녔고, 일예로 한·미연합군 검은 머리 외국인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사서 재포장만 한 후 수십억 달러의 차익을 남기고 다시 팔았다.

이 위기에서 다행히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과 IMF의 뜻에 동조하지 않고 국가 주도의 자주 독립적 구조조정과 초국적 자본 견제 작전을 추진하여 초국적 자본과 미국 연합군에 대한 전세를 끝내 역전시켰다. 여기에는 금 모으기로 실탄을 제공한 국민의 헌신적인 협력과 희생이 큰 힘이 되었다.

이어서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담보대출 상한선 LTV를 40%로 묶어 ‘초국적 자본’의 범람을 막는 방파제를 더욱 튼튼하고 높게 구축하였다. 그래서 ‘초국적 자본’이 자국민에게까지 핵폭탄을 터뜨려 발생한 2008년 미국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우리나라에는 큰 피해를 끼치지 못하였다.

미국과의 외교에서 우리의 아킬레스건은 ‘미군이 떠나면 우리는 죽음’이라는 피해의식이다. 북한만 해도 중국, 러시아 등과 군사협력 관계를 유지하지만 그들이 직접 주둔하지는 않는다.

물론 미군이 우리나라에서 철수한다면 국방비 부담이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그 정도 국방비를 감당하지 못해 자주국방을 포기한다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미국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당근을 줄 수 있는 나라와 친한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성질이 있다. 대한민국은 이제 적어도 자기 문제는 스스로 알아서 처리할 수 있는 국력을 갖췄다. 우등 민족의 비전으로 정신세계도 가꾸고 있다. 이제 미국에도 당근과 채찍을 줄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이때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미국이 불안해 할 정도로 잘 나가면 미국에 의하여 가장 먼저 칼을 맞는다는 것이다.

일본 역시 대한민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한 협상 상대일 뿐이다.

독일은 외세에 의하여 분단된 직후부터 변함없이 게르만 민족의 동질성과 자부심을 공유하며 서로를 아끼다가 통일을 달성했다. 우리는 외세에 의하여 분단된 직후 서로 원수가 되어 내전부터 치렀고 독일과 비교하면 대화와 교류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아직까지도 휴전 상태로서 상호 최고 적대국으로 대치하고 있다.

그런데 좀 웃기는 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대한민국은 휴전 상대국인 북한과 맺은 휴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다. ‘한국전쟁 휴전협정’은 1953년 7월 27일 미국·북한·중국 사이에 체결되었다. 그 공식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북한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북한이 대한민국보다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것은 우리가 휴전협정 당사자도 아니고 전시작전권도 미국에 있기 때문이다. 남·북간에 평화협정을 맺으면 공식적으로 우리나라가 북한과 통일 협상의 당사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외교 주권을 가지고 있다는 독립국가가 심지어 남·북 동족 간 직접 대화를 하려해도 미국과 미리 사전 협의를 해야만 한다.
 
국방·외교·경제정책을 자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역량과 자격을 갖추고 있는 나라가 독립국가다. 아바타는 실격이다. 국제무대에서 대화상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 당사국인 우리를 빼고 중국, 미국, 일본이 자기들끼리 대책을 논의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본다. 심지어 중국 국민 중 일부는 “미국의 앞잡이인 대한민국과 굳이 외교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나?” 이런 의문까지 제기한다.

사실 냉정하게 지정학적 분석을 하면, 현재도 아직 미국에게 동북아시아의 독립변수는 중국과 일본이고 대한민국은 그에 딸린 종속변수일 수 있다.

외교라는 두 글자는 국익과 힘이다.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의 국방·외교적 첫 번째 관심사는 정의와 평화가 아니라 자국의 이익이다. 외세 의존 외교·국방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강대국의 이익을 위하여 이리저리 이용만 당한다는 것이다. 이 장면에서 아직도 약소민족의 잠재의식과 그로인한 사대주의 무의식에 젖어 있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국익의 손실을 자초할 수 있다.

혹시라도 미국과 중국의 세계 패권 싸움이 격화·악화되어 중국이 대한민국에 있는 미군 ‘사드’ 부대를 공격하는 상황이 온다면 대한민국이 미·중 전쟁의 전쟁터가 된다. 북한, 러시아, 일본이 함께 얽히면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조선 말기의 ‘데자뷰’이다. 그 때도 경쟁적으로 외세를 끌어들이다 한반도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전쟁터가 되어 무참히 파괴되고 독도를 빼앗겼다. 자주국방이 안 되는 나라의 아픔이었다. 이제 아픈 만큼 성숙해질 때이다.

우리가 ‘사드’를 우리 돈으로 사서 자주적으로 대북 방어에 운용한다면 중국의 근본적 태도 변화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중 양국이 외교·국방·경제 등 전방위적인 협력과 더불어 동북아의 안정과 발전을 위한 동반자적 관계 구축으로 협상 테이블을 옮길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궁극적 물음은 바로 100여 년 전부터 지속되어 온 미국의 물음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자치할 능력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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