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SH아트홀에서 오픈 런 공연

뮤지컬 ‘올 댓 재즈’가 공연되고 있는 대학로 SH아트홀

[뉴스인] 허영훈 기자  = 지난 13일 오후 2시경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뒤편에 위치한 공연장 매표소에 도착했을 때는 거센 바람을 동반한 봄비가 조금씩 대학로를 적시고 있었다. 공연장 입구 외벽에는 뉴욕 브로드웨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대형 포스터와 철길로 보이는 조형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예약된 표를 찾아 공연장 로비에 도착했을 때는 공연시작 40분 전이었는데도 이미 관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뉴 오리지널 올 댓 재즈는 2010년 초연작인 창작뮤지컬 올 댓 재즈(All that Jazz)를 배우 겸 작가인 박송연이 새로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초연작 안무와 연출을 맡았던 서병구 안무가는 이번에는 예술감독으로 합류했다.

관객들이 지난 6일 프리뷰 공연부터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아마도 7년 만에 다시 새롭게 선보이는 초연작의 성숙된 작품성과 다양한 볼거리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초연작을 관람하지 못했기에 뮤지컬 마니아다운 날카로운 눈으로 장면과 대사, 그리고 음악과 안무를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막이 오르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지난 13일 오후 3시에 공연된 뮤지컬 ‘올 댓 재즈’ 커튼 콜 장면

야릇한 조명과 함께 중절모를 쓰고 무대에 등장한 누군가가 입에 문 담배에 실제로 불을 붙이는 첫 장면에서 이 공연이 브로드웨이 분위기를 내뿜을 것이란 충분한 기대를 갖게 한다. 장면마다 등장하는 역동적인 군무와 배우들의 노래는 관객들을 작품에 쉽게 몰입하도록 만든다. 역시 안무가가 예술감독을 맡은 이유가 있어 보인다.

처음에는 누가 주인공인지 잘 몰랐다. 그러나 뛰어난 안무가가 주인공의 분신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다음부터 더 이상 혼란은 없었다.

재연이라 그런지 스토리 전개와 구성에는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출연자 모두 각자의 역할을 개성 있게 잘 소화해냈다. 사랑과 헤어짐, 그리고 재회에 따른 수년 간의 오해와 갈등이 해소되는 큰 줄거리 위에 최고를 꿈꾸는 한 안무가의 꿈과 열정이 녹아 있다.

자세한 줄거리는 공연 리플렛에도 나와 있지만 일부러 찾아볼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관람과 동시에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되어 있다. 소위 ‘검증된 공연’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공연이 커튼콜로 접어들면 관객들의 사진촬영이 허용돼 스마트폰으로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이 공연을 직접 본 사람이라는 증거에 실시간 사진만큼 좋은 것은 없으니까.

커튼 콜 후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올 댓 재즈’ 출연자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다 퇴장한 뒤 무대 위에서 다시 배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출연자들의 미소에서 이들도 만족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몇 장의 사진을 찍는 그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남자 주인공 류현우 역을 맡은 조지훈 배우와 여자 주인공 한수연 역을 맡은 권준영 배우를 만나 객석에서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권준영 배우는 지난 2월 대학로 동숭무대소극장에서 개최된 임덕영 연출의 연극 ‘동이’에서 미숙 역을 맡은 베테랑 배우다. 이번 공연에 참여한 계기에 대해 권준영 배우는 "동이를 관람한 박송연 연출과 남자 주인공 조지훈 배우의 눈에 띄어서였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은 마지막 부분에 극중 현우와 오해가 풀리며 잠겼던 사랑이 다시 풀렸을 때를 꼽았다. 그리고 올 댓 재즈를 한 줄로 ‘쇼 뮤지컬’이라 정리했다.

그런데 주의사항도 들었다. "일부 관객들이 르네 젤위거, 캐서린 제타 존스의 영화 ‘시카고’를 떠올리는데 이 공연은 미국의 연출가이자 안무가, 영화감독이었던 밥 포시(Bob Fosse)의 1979년 뮤지컬과 그 영화인 올 댓 재즈를 가져온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좀 더 많은 관객들이 찾아와서 많이 준비한 공연을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조지훈 배우는 올 댓 재즈 초연작에 출연한 배우다. 이번 새로운 버전에 드라마 라인이 더욱 탄탄해지면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조지훈 배우가 다시 캐스팅됐다.

조지훈 씨는 "음악과 춤의 힘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는 평과 함께 수입뮤지컬 대비 롱런 할 수 있는 창작뮤지컬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이어 “작은 소극장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화려한 공연이다. 드라마, 쇼, 음악, 춤 측면에서 대형 뮤지컬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라고 애정과 자신감을 나타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인근 커피전문점에서 올 댓 재즈 프로듀서인 SH아트홀 권순명 대표와 마주쳤다.

권순명 대표는 “각 분야 최고의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모여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뮤지컬 안에 또 다른 쇼를 즐길 수 있는 이번 작품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넷 공연 후기에서도 볼 수 있듯 이 공연을 두 번 정도는 더 관람하게 될 것 같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