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승 교수

[뉴스인] 유화승 교수(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 동서암센터)= 최근 무허가 제조업자가 암환자에게 복어독을 임의로 판매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많은 암환자들에게 복어독은 항암효능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 민간요법으로 활용되지만 이미 보도가 나간 것처럼 복어독의 주성분인 테트로도톡신의 치사량은 0.2~0.5mg으로 청산가리(시안화칼륨)의 치사량인 0.15g과 비교해 봐도 1000배 이상 강력한 맹독이다.

2001년 5월 1일부터 2006년 5월 1일까지 발생한 53명 방글라데시 복어독 중독자를 분석해보면 입 주위 마비감 38명, 전신 마비감 34명, 상하지 무력감 33명, 두통 25명, 오심 구토 24명 순으로 보고됐다.

이처럼 복어독은 매우 강한 독성을 지닌 위험한 물질이기도 하지만 한편 암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아주 근거가 없는 것만은 아니다. 복어독은 과잉으로 활성화된 암세포막에 존재하는 나트륨 통로를 차단시켜 암세포의 침윤 이동을 억제함으로써 암의 증식을 차단하고 항암 치료 중에는 항암제 내성을 억제해 항암 치료 효과를 높여 주기도 한다. 나트륨 통로를 차단시키는 성질을 이용해서 통증 조절의 효능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복어독은 암세포의 변신을 차단하는 효능을 가진다. 전이 과정 중의 암세포는 우선 형태 변화를 통해 용이하게 이동하고 침투할 수 있는 모양으로 변신한다. 1차 전이 과정인 이동 과정에서는 이동하기 쉬운 모양으로 변화하는 것이고(상피간질전환 과정), 이동 과정을 마치고 새로운 전이 장소에 도착해서는 2차 형태 변화(간질상피전환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전이암으로 자리잡게 된다.

복어독은 연구 결과 암 전이 과정 중 암세포의 1차 형태 변화와 2차 형태 변화 모두를 차단하는 것으로 나타나, 암의 성장과 전이를 효율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난 2011년 캐나다에서 각종 암환자를 대상으로 암성 통증에 대한 복어독의 효과와 안전성에 관한 임상시험이 진행되었다. 마약성 진통제로도 조절이 안 되는 41명의 암환자(폐암 12명, 위장관암 8명, 유방암 6명, 전립선암 4명, 기타 15명)에 대해 30ug을 피하 주사로 1일 2회 4일 연속 투여한 결과 50% 이상에서 진통효능이 나타났다.

또한 45명의 환자 중 4명에게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났으며 그 중 3명은 복어독과 직접 연관성이 없고 1명만이 복어독과 연관된 부작용으로 판명되었는데, 이 환자는 64세 여성으로 대장암이 간, 폐로 전이된 경우였다.

첫째 날 두 번째 주사를 맞은 후 1시간이 경과한 다음 고혈압과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혈압은 176/96, 호흡수는 16회, 산소 포화도는 97%였으며 복어독 농도를 절반으로 낮추어 진행한 결과 더 이상의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처럼 치명적이기도 한 복어독이지만 적절한 소량을 정확한 적응증에 투여할 경우에는 암성통증과 전이를 막아주는 명약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문의학적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비단 복어독의 문제만이 아니라 독성을 지닌 천연물 모두에 적용되는 원칙이다. 양날의 칼의 칼자루는 반드시 해당분야의 전문 의료인에게 쥐어주도록 하자.

키워드

#N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