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화폐로 보는 세계사 속 숨은 이야기

*알파고 시나씨(Alpago Şinasi) 하베르코레(Haber Kore) 편집장이 세계 각국 화폐 속에 담긴 그림과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뉴스인(NEWSIN)에 연재한다. 터키에서 태어난 알파고 기자는 지난 2004년 한국으로 유학 와 충남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터키 지한(Cihan)통신사 한국특파원으로 활동했으며, 저서로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2016)가 있다. 지난 9월에는 대학로에서 '한국생활백서'로 스탠딩코미디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편집자주

1000디르함 뒷면의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Abu Dhabi)

[뉴스인] 알파고 시나씨 기자 = 전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롯데월드타워는 점점 한국 여행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같은 높은 건물들은 각 나라 관광사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어디인가? UAE(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이다.

UAE에 있는 높은 건물은 부르즈 할리파뿐일까? 부르즈 할리파와 함께 300m를 넘는 100개의 높은 건물 중 20개 이상이 UAE에 있다. 중국처럼 높은 건물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UAE는 어떤 나라일까.

UAE는 중동에 있는 다른 왕국이나 공화국과는 달리 7개 토후국(土侯國), 혹은 아미르국(Emirate)의 연방제로 통치되는 나라다. 7개 아미르국의 아미르(Emir, Amir, 왕)끼리 5년마다 선거를 실시해 대통령이 선출된다.

지금까지 모든 선거에서는 수도인 아부다비의 아미르가 당선됐고, 유명한 도시 두바이의 아미르는 항상 총리로 선출돼 왔다. 이렇게 특이한 체제로 운영되는 UAE는 어떻게 오늘날 잘 사는 나라로 바뀌었을까.

20디르함 앞면 두바이 만과 두바이 요트 클럽(Dubai Creek Golf & Yacht Club)

20디르함(Dirhams, AED) 앞면에는 요트 모양으로 만들어진 두바이 요트 클럽 사진이 있다. 20디르함 뒷면에는 신드바드의 만화에서 볼 수 있는 홍해와 인도양의 전통 배인 도우(dhow) 사진이 있다. 도우를 중요하게 여기는 중동의 작은 왕국 UEA 역시 오래전부터 해양 무역이 활발한 지역이었다.

20디르함 뒷면에 나와 있는 도우(dhow)

영국 입장에서 기술한 역사에서는 "아랍인 해적을 몰아내고 자국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UEA 입장에서 기술한 역사에서는 "걸프 지역에서 러시아와 프랑스 영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영국은 이 지역을 침략했다. 이후 각 아미르와 휴전을 맺은 영국은 이 지역을 ‘휴전 해안(Trucial Coast)’이라는 총독부 아래 통일시켰다.

중동에서 석유가 나오면서 영국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다만 196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로 영국은 더 이상 홍해 지역으로 군사를 파견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1971년 UEA는 독립했다.

200디르함 뒷면의 아랍에미리트 중앙은행(United Emirates Central Bank building)

1970년까지 영국 속국들이 공용으로 쓰는 화폐를 사용했던 UAE는 200디르함의 뒷면에 보이는 중앙은행을 개설하면서 1973년부터는 자국 화폐를 사용했다. 완전히 독립한 UAE는 석유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중동의 홍콩, 즉 지역의 무역 허브로 가야겠다고 판단하고 경제 발전 계획을 그런 방향으로 세웠다.

200디르함 앞면에는 셰이크 자예드 경기장(Zayed Sports City, Sharia court building)이 나와 있다.

중동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들을 주최하려던 UAE는 그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 UAE는 이 정책을 스포츠로 뒷받침하려 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200디르함 앞면에 보이는 셰이크 자예드 경기장이다.

1979년 개장해 아부다비에 위치한 셰이크 자예드 경기장은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걸프컵이 3번, FIFA 클럽 월드컵이 2번이 열린 셰이크 자예드 경기장에서 1996년에는 아시안컵이 개최됐다.

100디르함 뒷면 두바이 월드무역센터(Dubai Trade Center)

UAE라고 하면 수도 아부다비보다도 가장 큰 도시인 두바이가 먼저 떠오른다. 두바이는 실제로도 오늘날의 UAE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두바이의 첫 걸음, 혹은 첫 도전은 무엇이었는가? 바로 100디르함 뒷면에 보이는 두바이 월드무역센터다.

건설 당시 그 지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두바이 월드무역센터는 아직도 유명한 다국적 대기업들과 일부 국가의 영사관들이 입주해 있는 중요한 장소다. 시간이 흘러 중동을 비롯한 세계 무역의 중심지가 된 두바이에는 특이한 호텔들의 잇따라 건설돼 휴양지로도 떴고 관광 산업으로도 꽤 많은 돈을 벌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UAE에 가면 먼저 두바이에 들린다. 두바이에 다녀온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모두 비싼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거나 쇼핑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두바이는 오직 쇼핑이나 호텔만으로 요약이 될 도시가 아니다. 아랍족의 문화나 역사를 안전하고 예쁘게 관찰할 수 있는 도시다.

100디르함 앞면에는 현재 두바이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알 파히드 요새(Al-Fahidie fort)가 있다.

혹시 두바이에 가게 되면 100디르함 앞면에 보이는 두바이 박물관을 무조건 방문해야 한다. 예전에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면서 알 파히드 요새(Al Fahidi Fort)라고 불렸던 이곳은 특별하게도 1973년까지 두바이에서 가장 큰 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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