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부르키나파소로 향하는 비행 중 상공에서 내려다본 모습. (사진=이다영)

[뉴스인] 이다영 =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로 향하는 비행편은 보통 세 가지가 있다.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거나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하거나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를 경유하는 방법이다.

한국에서 아프리카 도시로 가는 비행편은 대부분 비싸지만, 유독 와가두구는 항공비가 더욱 높은 것 같다. 그래서 항공비를 절약하기 위해서는 에티오피아를 거쳐 가는 가장 저렴한 항공편을 이용하게 된다. 나는 와가두구를 서너 번 오갔는데도 항상 에티오피아 항공을 이용할 정도다. 이제 그곳을 거쳐 와가두구로 가는 비행기도 편안하기만 하다. 내 집같이 편안해진 부르키나파소 비행에서 볼 수 있는 풍경들을 전해보려고 한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 상공 (사진=이다영)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각국으로 퍼져가는 항공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보딩을 기다리며 게이트 앞 의자에 앉아있다 보면 불어를 쓰는 서아프리카 사람들, 딱 봐도 조금은 다르게 생긴 에티오피아 사람들, 또 어딜 가나 만날 수 있는 중국 사람들, 그 밖의 출신지 사람들이 한데 섞여 있다.

우리가 해외에 나가면 누가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우리만 구분할 수 있는 것처럼 그들도 누가 서아프리카 어느 국가에서 왔는지, 누가 에티오피아 사람인지 알고 반가운 마음에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탑승을 시작하면, 가장 친화력 좋은 사람들은 부르키나파소 사람들인가 싶을 정도로 비행기 안이 시끌벅적하다. 탑승객은 전 세계 각국에서 출장, 친지 방문, 학업 등으로 흩어져 있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부르키나베(Brukinabe)들이 대부분이고 아주 약간의 서양인, 그리고 나 같은 동양인은 거의 유일하다.

그러니 비행기에 탄 부르키나베들은 고향사람을 봤다는 반가운 마음에, 또 자기나라에 방문하는 젊은 아시아인이 있다는 반가운 마음에 서로서로 말을 걸기 시작한다. 이렇게 사람냄새가 절로 나는 비행기에 타면 ‘아, 내가 와가두구 행 비행기에 맞게 탔구나’ 싶다.

에티오피아에서 출발하는 와가두구행 비행기는 99.9% 확률로 개인 모니터가 없는 작고 오래된 소형 비행기다. 모니터가 없는 비행기 안에서는 책을 보다가 잠들기 쉬운데,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나 싶으면 조금씩 비행기 안이 더워진다. 창밖을 보면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눈이 부실 지경이고, 땅을 내려다보면 황토색 광야만 끝없이 보인다.

난 지금 중앙아프리카에서 서아프리카 사이 어디쯤 있는 것이다. 한참 날다보면 몇 개 나라를 거쳐 가는데, 보이는 풍경은 내릴 때까지 물기 하나 없는 황토색 땅과 모래먼지 섞인 대기뿐이다. 낮 비행기를 탈 경우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부르키나파소의 수도 와가두구 상공. (사진=이다영)

진풍경은 와가두구에 착륙할 때 벌어진다. 비행기의 고도가 낮아질수록 내가 본 황토색 땅에는 듬성듬성 나무가 있었고, 땅 색깔과 똑같은 집들이 있는 풍경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한 마을, 두 마을 듬성듬성 모여 있는 마을을 지나다보면 어느새 점점 집의 개수가 늘어난다. 와가두구에 다 왔나보다.

근데 신기한 것은 고층건물이 하나도 안 보인다는 점이다. 아디스아바바에 착륙할 때만 해도 푸릇푸릇한 산과 나무, 한참 지어지고 있는 높은 건물들이 즐비해서 개발도상국의 수도 느낌이 물씬 나는데 와가두구는 그저 모래 색깔 땅과 낮은 건물들이 그렇게 오밀조밀 모여 있을 수가 없다.

이런 풍경을 한참 감상하고 있으면 이 풍경에 나만 매료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된다. 모두가 입을 다물고 그저 창밖만 바라보는 침묵이 비행기 안에 깔린다.

착륙 전 활주로 바로 옆에서는 큰길을 지나는 자동차와 사람, 가로등을 볼 수 있다. (사진=이다영)

착륙이 5분 정도 남은 시점에는 흙빛 저수지와 널찍한 도로, 길을 달리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도 볼 수 있다. 와가두구 공항은 시내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착륙할 때면 이 비행기가 저 작은 흙집들 위에 떨어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공항 옆집들 바로 위를 스쳐지나간다. 그런 스릴을 느낄 때면 바로 활주로에 들어서는데 그만한 안도의 순간도 없다.

와가두구에 도착한 비행기와 공항 수송용 버스에 탑승하는 승객들 (사진=이다영)

안전벨트를 풀고 나면 가장 가벼운 옷만 하나 입고 다 가방 속에 넣는다. 가벼운 옷차림, 가벼운 발걸음으로 밖에 나가면 후끈한 공기가 나를 맞아줄 것이기 때문이다. 와가두구의 높은 온도, 건조함, 모래냄새. 아, 나는 드디어 와가두구에 왔구나. 오감으로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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