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화폐로 보는 세계사 속 숨은 이야기

*알파고 시나씨(Alpago Şinasi) 하베르코레(Haber Kore) 편집장이 세계 각국 화폐 속에 담긴 그림과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뉴스인(NEWSIN)에 연재한다. 터키에서 태어난 알파고 기자는 지난 2004년 한국으로 유학 와 충남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터키 지한(Cihan)통신사 한국특파원으로 활동했으며, 저서로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2016)가 있다. 지난 9월에는 대학로에서 '한국생활백서'로 스탠딩코미디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편집자주

200달라시 앞면에 나와 있는 야흐야 자메(Yahya Abdul-Aziz Jemus Junkung Jammeh) 전 대통령 초상화

[뉴스인] 알파고 시나씨 기자 = 요즈음 아프리카에서 언론에 많이 노출되는 나라는 감비아(Gambia)이다. 지난해 실시한 대선에서 패배한 야흐야 자메(Yahya Jammeh) 전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불복하다가 국내외 압박을 이기지 못해 지난 21일 기니로 망명하며 공식적으로 퇴임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기사의 의미를 21년 걸린 집권이 이제 끝났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각국 화폐를 모집하는 필자는 “아, 조만간 감비아 화폐 디자인도 바뀌겠구나”하며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감비아의 모든 화폐에는 독점적으로 자메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실려 있다. 건국된 지 50년이 되는데도 이제야 세 번째 대통령이 선출됐다는 것을 감비아 화폐로 설명하고자 한다.

25달라시 뒷면 정부청사

25달라시(Dalasis) 뒷면에 보이는 건물은 감비아의 정부청사로 영국 식민지 시절에는 총독부 역할을 했다. 영국은 20세기 들어 감비아에 총독 중심의 내각제를 도입하고 1947년 이후 총선이 열리게 되었다. 1960년 집권당이 된 인민진보당은 독립의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1962년 정당 내 주도권을 얻어 총리가 된 다우다 자와라(Dawda Jawara)는 감비아 독립에서 큰 공을 세웠다. 1965년 자치권을 얻은 감비아는 1970년 영국에서 완전히 독립했다. 이 신생국가의 초대 대통령은 물론 다우다 자와라였다.

10달라시 뒷면에는 감비아 수도 반줄(Banjul)에 있는 중앙은행이 보인다.

그렇다면 감비아는 언제부터 자기들의 화폐를 사용했을까? 10달라시 뒷면에 보이는 건물은 감비아 중앙은행으로 1971년 건설되었다. 그러나 감비아는 자치권을 얻자마자, 1965년에 자신들의 화폐를 처음으로 발행하고 사용했다. 중앙은행이 생기자 화폐 디자인을 바꾸고 1971년 2차 화폐가 발행되었다.

1970년대 발행된 25달라시 앞면에는 자와라(Dawda Kairaba Jawara)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나와 있다.

그러나 이번 화폐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신권 모두에 자와라 대통령의 사진이 담겼다. 화폐의 달라진 모습을 본 여러 지식인들이 “설마 자와라 대통령이 독재로 가는 것 아니야?”라며 걱정했다. 그런데 그 걱정은 어느 정도 현실로 나타났다. 5번 연속 대선에서 이긴 자와라 대통령은 24년 동안, 즉 1994년까지 정권을 유지했다.

100달라시 뒷면 '아치 22(Arch 22)'는 1994년 7월 22일 발생한 군사정변 기념물이다.

100달라시 뒷면에는 기념물이 하나 보인다. 아치22(Arch 22)인데, 1994년 7월 22일 발생한 군사정변을 기념한다. 자와라 대통령의 독재를 더 이상 참지 못한 젊은 군인들은 야흐야 자메 중위를 지도자로 삼아 쿠데타를 일으켰다.

1996년 열린 민주적인 선거에서 애국재건동맹 후보였던 자메가 대통령이 되었다. 자메는 자와라의 추억을 삭제하는 차원에서 많은 일을 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그의 초상화를 화폐에서 제거하는 것이었다. 1996년 발행된 화폐들에는 자와라 사진 대신 평민들의 초상화가 있었다.

1996년 발행한 5달라시 앞면에는 큰물총새(Giant kingfisher)와 함께 소녀가 담겼다.
1996년 발행한 10달라시 앞면에는 흑따오기(Sacred ibis)와 소년이 보인다.

자메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자와라 전 대통령의 잘못된 정치 방식에 빠졌다. 2010년까지만 해도 별문제 없이 장기집권 해온 자메는 2014년부터는 논란을 일으키는 발언을 하면서 반대세력을 자극했다. 2015년 뜨거워진 반(反)자메 감정은 결국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

50달라시 뒷면의 와쑤 환상열석(Wassu stone circles)은 감비아와 세네갈 문명 유적지다.

이 글에서 정치적인 흐름만 서술해 아쉬운 마음이 드는데, 한 가지 여행 팁을 남기려고 한다. 감비아를 관광하는 외국인들은 대체로 한때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던 제임스 섬을 방문한다.

필자는 또 다른 유적지를 추천하고 싶다. 이는 50달라시 뒷면에 보이는 와쑤 환상열석(Wassu stone circles)이다. 이 환상열석은 옛날 아주 옛날에 감비아와 세네갈 지역 문명에서 남은 유일한 유적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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