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화폐로 보는 세계사 속 숨은 이야기

*알파고 시나씨(Alpago Şinasi) 하베르코레(Haber Kore) 편집장이 세계 각국 화폐 속에 담긴 그림과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뉴스인(NEWSIN)에 연재한다. 터키에서 태어난 알파고 기자는 지난 2004년 한국으로 유학 와 충남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터키 지한(Cihan)통신사 한국특파원으로 활동했으며, 저서로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2016)가 있다. 지난 9월에는 대학로에서 '한국생활백서'로 스탠딩코미디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편집자주

2009년에 발행된 통가 20팡가 앞면의 투포우 5세 조지 왕

[뉴스인] 알파고 시나씨 기자 =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돈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연동되는 환율이나 금리, 금시세에 따라 정한다. 그래서 각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화폐들을 국제금융시장에서 환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나라 화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환전이 불가능하다. 자국 화폐의 환율을 국제금융에 맡기지 않고 그 나라가 알아서 정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나라는 북한 원화와 쿠바 페소이다. 사회주의국가나 패쇄적인 국가들에서는 무역 규정이 국제금융규정에 안 맞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필자가 이야기하려는 화폐의 나라는 패쇄적인 곳이 아니라 휴가 때 놀러 가도 좋을만한 나라의 화폐다. 바로 통가(Tonga)의 팡가(T$)이다.

통가는 호주의 동남쪽에 있는 남태평양의 조그만한 섬이고 왕국이다. 현지어로 통가는 남녘이라는 뜻이다. 이 나라는 국제무역이 활발하지 않은데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휴양지 관광산업으로 대부분 생활한다. 통가는 자국 경제를 위해 팡가 환율을 국제금융에 맡기지 않는다. 미국 달러, 유럽의 유로, 호주 달러, 뉴질랜드 달로, 일본 엔을 보고, 그 통화들의 균형에 따라 알아서 정한다.

통가 100팡가 앞면에 나와 있는 현직 왕 투포우 6세(Tupou VI) 초상화

팡가(pa'anga)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입헌군주제 국가 화폐인 만큼 각 지폐에는 현직 왕인 투포우 6세(Tupou VI)의 초상화가 있다. 필자는 투포우 6세의 사진을 보자마자 깜작 놀랐다. 대개 그 지역에 있는 웬만한 섬나라들은 서구 열강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는데 통가는 어떻게 식민지 지배를 받지 않을 수 있었나 해서다.

통가와 그 섬 근처에는 예전에 통가 제국이 있었다. 물론 말은 제국이지만 왕조 수준이었다. 통가 제국에는 18세기부터 큰 내전이 발생했다. 국왕 투포우 6세 증조 할어버지 투포우 1세가 그 당시 통가 주변에 돌아다니는 유럽 선교사들과 동맹해 나라를 재통일하고 입헌군주제를 선포하며 초대 왕으로 즉위했다.

그리고 그 도움을 받았던 선교사 중 왈데마르 베이커(Shirley Waldemar Baker)를 국무총리로 임명했다. 조지라는 이름을 받고 기독교로 개종한 투포우 1세는 서양 선교사들을 통해 서구 침략을 막았다. 물론 영국이 1900년에 맺은 영국-통가 우호조약으로 통가의 외교와 군사권만을 보유하게 되었지만, 통가의 왕가가 살아남았다는 자체는 오늘날 통가 사람들에게 큰 자부심이다.

통가 2팡가 뒷면에는 고래가 그려져 있다.

통가는 10만 인구로 워낙 작은 나라여서 외국 돈이 거의 관광으로만 유일하게 들어오는 경제 구조다. 정부는 관광객을 끌기 위해 다양한 홍보활동을 한다.

예를 들어 2팡가 뒷면을 보면, 하나의 큰 고래 사진이 보인다. 이 사진으로도 이해할 수 있듯 통가는 스쿠버 다이빙 애호가들에게 좋은 나라다. 다이빙할 수 있는 장소들이 많고, 예쁜 자연과 함께 바다 밑에 있는 세계를 즐길 수 있다.

통가 10팡가 뒷면에 그려진 왕릉의 동상들

통가에 가면 방문해야 하는 관광지 중 하나는 10팡가 뒷면에 보이는 왕릉이다. 그러나 통가 왕릉은 가까이서 보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육로로 가는 길이 막혀 있고, 바다 쪽으로 가야 가깝게 볼 수 있다고 한다.

통가 50팡가 뒷면에 나와 있는 수도 누쿠알로파의 왕궁

통가에서 갈만한 두 번째 장소는 50팡가 뒷면에 사진이 있는 통가 왕궁이다. 수도 누쿠알로파(Nuku'alofa)의 랜드마크로 인식돼 있는 이 궁전의 단점은 안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청와대는 들어갈 수 없지만, 그 앞에서 매일 매일 외국 관광객들이 기념사진 찍는 것을 연상하면 이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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