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UPDATED 2017.7.21 금 16:44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오페라와 춤추다] 사랑의 묘약, 그 평범하고 당연한 꿈⑥ 가에타노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정경 논설위원 | 승인 2016.12.27 11:10

*클래식 예술의 한 장르인 오페라(opera)를 널리 알리고 이해를 높이기 위해 기획된 바리톤 성악가 정경의 교육 칼럼 [오페라와 춤추다]를 뉴스인에 연재합니다. 오페라마예술경영연구소는 예술에 관심이 높은 사회인과 학생들에게 예술 상식과 교양을 함양할 수 있는 다양한 오페라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 약장수(Dulcamara)의 아리아 'Udite, udite, o rustici'(시골 양반들, 내 말 좀 들어봐요)를 부르는 바리톤 정경 교수 (사진=오페라마예술경영연구소)

[뉴스인] 정경 논설위원 = 도니제티의 최고 흥행 오페라 작품인 '사랑의 묘약'은 이탈리아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여주인공인 아디나는 농장주의 딸로 젊고 애교 많은 미녀이다. 아디나는 두 젊은이로부터 청혼을 받고 있었는데 청혼자 중 한 명이자 남주인공인 네모리노는 연애 경험이 전무한 전형적인 숙맥이었다. 또 다른 청혼자는 인근 마을의 하사관 벨코레였다.

◇ 오페라 '사랑의 묘약' 주요 등장인물

  네모리노(Nemorino)   테너, 젊은 농부
  아디나(Adina)   소프라노, 지주의 딸
  벨코레(Belcore)   바리톤, 군인
  둘카마라(Dulcamara)   베이스, 약장수
  지아네타(Giannetta)   소프라노, 동네 처녀

◇ 제1막

'트리스탄과 이졸데' 이야기책을 읽는 아디나의 모습을 남몰래 훔쳐보는 네모리노는 이웃 마을의 군인인 벨코레가 나타나 아디나에게 열렬히 구애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만다. 다급해진 네모리노는 벨코레가 자리를 뜨자마자 아디나에게 다가가지만 그녀는 그를 귀찮게 여긴다.

이에 네모리노는 사랑을 얻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죽겠다며 끈질기게 구애하지만 아디나는 여전히 차가웠다. 이 장면에서 이중창 '산들바람에 물어봐(Chiedi all'aura lusinghiera)'가 펼쳐지는데, 여기서 아디나와 네모리노는 자신의 마음을 각각 산들바람과 시냇물에 비유한다.

산들바람의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이곳저곳을 오가는 속성과 넓은 바다만을 향해 곧게 흘러가는 물줄기의 습성을 상징한 것이다. 이러한 비유는 곧 진실한 사랑을 믿지 않으며 자신은 변덕스러운 여자라며 구애를 거절하는 아디나의 태도와 아디나를 향하는 마음이 운명적인 것이라 믿는 저돌적인 네모리노의 마음을 잘 드러낸다.

그즈음하여 마을에는 자신을 저명한 의사로 소개하는 약장수 둘카마라가 등장한다. 그는 화려한 언변을 뽐내며 순식간에 마을 사람들을 휘어잡는다. 그는 자신의 가진 온갖 약의 효능을 선전하는데 순진한 시골사람들은 둘카마라의 말에 속아 너도 나도 약을 구입한다.

네모리노도 둘카마라의 상술에 휘둘린 이들 중 하나였다. 아디나가 읽던 책의 내용을 기억해낸 그는 약장수에게 '사랑의 묘약'이 없는지 묻고 둘카마라는 잠시 당황하지만 숙련된 사기꾼답게 자신이 그 약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소개한다.

싸구려 포도주를 사랑의 묘약이라며 어리숙한 농부의 손에 쥐어준 둘카마라는 네모리노로 하여금 큰 대가를 치르게 한다. 사기를 당한 줄도 모르는 네모리노는 어린애처럼 기뻐하는데 오죽하면 그 순진한 모습에 둘카마라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거짓이 들통날 것을 염려한 둘카마라는 네모리노에게 효과는 하루 뒤에 나타날 것이고, 절대 다른 이들에게는 사랑의 묘약을 마셨다고 발설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다.

약을 단숨에 마셔버린 네모리노는 술에 취해 콧노래를 부르며 내일이면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 아디나를 떠올린다. 속사정을 모르던 아디나는 흥에 겨운 네모리노를 보고 의아해하고, 네모리노는 아디나를 보고선 이젠 더 이상 애원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어차피 내일이면 자신의 여자가 되어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디나는 자신을 못 본 척하는 네모리노의 태도에 크게 기분이 상해 마침 지나가던 벨코레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만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도 네모리노는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이때 급작스럽게 전쟁이 발발하며 벨코레의 부대가 당장 다음날 출정을 떠나게 된다. 갑작스러운 사태로 혼인 준비가 촉박해진 아디나와 벨코레는 저녁에 곧바로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한다.

이에 아연한 네모리노는 자신감을 다 잃고 아디나에게 내일까지만 기다려달라면서 애원하는데 아디나는 그를 더 곯려줄 생각으로 벨코레에게 얼른 공증인을 찾으러 가자며 재촉한다. 네모리노의 큰 좌절과 함께 제 1막은 막을 내린다.

◇ 제2막

2막이 오르자마자 마을은 결혼식 준비로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농부들은 노래를 부르고 축배를 들며 흥겨워한다. 이때 약장수 둘카마라가 등장한다. 그는 분위기를 돋우면서 아디나에게 함께 노래할 것을 권한다.

'나는 부자이고, 당신은 아름다워요(Io son ricco, tu sei bella)'라는 의미심장한 노래를 부르는데, 이 곡은 사랑보다 돈이라는 부자의 청혼에 뱃사공 아가씨가 정중히 거절하는 내용을 담은 곡이었다.

아디나가 부르는 소절에서 '당신의 사랑은 영광이지만, 저는 제게 맞는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노랫말이 반복되면서 절묘하게 아디나가 처한 상황과 겹친다. 아디나는 은연중에 네모리노를 계속하여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네모리노는 결혼 잔치에 오지 않았고 대신 공증인이 도착한다. 아디나는 어떻게든 서약을 늦추려고 애를 쓴다.

온통 축제인 마을 분위기와 달리 네모리노는 절망에 빠져 있었다. 실의에 빠진 그를 발견한 둘카마라는 그에게 다시 사랑의 묘약을 마실 것을 권하지만 네모리노는 자신의 모든 돈을 첫 번째 묘약에 이미 써버린 뒤였다. 돈을 구할 길이 없던 네모리노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한다.

한편 벨코레는 아디나가 결혼 서약을 늦출 것을 원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초조한 마음에 밖을 거닐다가 풀 죽은 네모리노를 발견한다. 자초지종을 들은 벨코레는 그에게 당장 돈이 필요하면 군에 입대하면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이에 혹한 네모리노는 단 하루만이라도 아디나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입대를 결정한다. 자신을 팔아 자금을 마련한 네모리노는 서둘러 둘카마라를 찾아 나선다.

축제에서는 마을 여자들이 모여 수군거리고 있었다. 네모리노의 숙부가 세상을 떠나며 거액의 재산을 네모레노에게 남겼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마을 처녀들은 네모리노에게 잘 보이려고 온갖 애교와 아양을 떠는데 이러한 상속 소식을 모르던 네모리노는 드디어 약효가 나타난 것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여인들이 네모리노를 떠받드는 모습을 보고 둘카마라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자신이 준 게 진짜 사랑의 묘약이 아닌가 의심할 지경에 이른다. 이 광경에 기쁘지 않은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바로 아디나였다. 마을 처녀들이 네모리노와 함께 춤을 추기 위해 줄 서는 광경을 보며 아디나는 더 이상 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불안감에 낙담한다.

그녀의 표정을 포착한 둘카마라는 아디나에게도 약을 팔기 위해 접근한다. 그는 네모리노가 갑작스레 인기가 좋아진 이유가 자신의 묘약 덕분이라고 밝히며 그간의 자초지종을 전한다. 네모리노가 사랑의 묘약을 얻기 위해 군대에 입대까지 감수했다는 사실을 들은 아디나는 네모리노의 깊은 사랑을 깨닫고 때늦은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아디나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발견한 네모리노는 그녀에게 다가와 세레나데를 부르기 시작한다. 바로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인 '남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이다.

네모리노의 구애를 받은 아디나는 네모리노에게 군대를 가지 말 것을 권유하며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아디나는 지혜를 발휘하여 네모리노의 입대 신분증을 되사오며 둘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흘러간다. 아디나의 변심에 발코레는 분노하지만 세상에 여자는 얼마든지 있다면서 마을을 떠난다.

네모리노는 둘카마라에게 진심을 다해 감사를 표하고, 이에 마을 사람들의 이목이 자신에게 쏠리자 둘카마라는 기회를 살려 엉터리 묘약을 마구 팔아치운다. 마을 사람들의 성대한 배웅을 받으며 마을을 떠나는 약장수의 뒷모습으로 이 유쾌한 로맨스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어지는 제22화에서는 《진정한 『사랑의 묘약』이란 평범 속의 아이러니》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정경 뉴스인 논설위원은 바리톤 성악가로 오페라와 드라마를 융합한 ‘오페라마(OPERAMA)’를 창시했으며 예술경영학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현재 오페라마 예술경영연구소 소장, 국민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오페라마 시각(始覺)’, ‘예술상인’이 있다.

▶기사제보 newsin@newsin.co.kr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경 논설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