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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이야기] 채식주의자가 본 '세네갈 음식'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김주원 EWB 간사 | 승인 2016.12.23 11:26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에티오피아 항공 기내식 (사진=김주원)

[뉴스인] 김주원 EWB 간사 = 국경없는교육가회는 세네갈 게자와이(Guediawaye) 지역 사립학교와 파트너십을 맺고, 교사연수 및 학생들을 위한 자기주도적활동 과학주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모니터링과 평가를 위해 떠난 이번 출장길은 홍콩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말리 바마코(Bamako)를 경유해 세네갈 다카르(Dakar)에 도착하는 장장 30시간이 걸린 기나긴 대장정이었다.

지난 아프리카 이야기에서 페스코테리안(Pesco Vegetarian, 준채식주의자)임을 ‘커밍아웃’한 터라 사람들의 걱정과 함께 스스로의 책임감을 갖고 떠난 나는 비행기에서부터 시련과 고난을 마주했다. 어쩐지 인터넷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에티오피아 항공의 채식 식사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고, 역시 내게 주어진 옵션은 “Beef or Chicken?”(소고기 혹은 닭고기)이었던 것이다.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가금류는 먹는 채식인도 있기에 양심상 닭고기를 골랐더니 다시 들려오는 말은 “We only have Beef left. Sorry”(소고기만 남았네요, 죄송합니다)였다. 새삼 아프리카에서의 채식 대장정이 참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출장 일정이 시작되었다.

세네갈에서 이뤄지는 워크숍이나 콘퍼런스에는 보통 점심식사와 커피 브레이크가 제공된다. 한국에서는 ‘불필요한’ 것들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곳 문화에서는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대접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하니 진짜 세네갈 로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드디어 첫 로컬 음식을 맛보던 점심시간, 한 테이블에 앉은 선생님들의 모든 이목이 집중되었다. 과연 이 한국에서 온 여자아이가 세네갈 음식을 좋아할까? 하는 눈빛의 선생님들에게 보란 듯이 크게 첫 술을 뜬 순간! 앗, 이 맛은 곱창볶음을 먹고 난 후 남은 기름에 볶아 먹는 볶음밥의 맛이 아닌가?

점심식사로 제공된 볶은 밥과 소고기 (사진=김주원)

나는 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에 식사 시간에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첫 식사를 통해 모든 고민이 해결되었다. 내가 무조건 고기를 거부하는 것이 인도주의적인 마음가짐을 갖고 시작한 채식의 동기나 의도에 반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한 현지에서 먹는 고기는 아주 높은 확률로 공장제 고기가 아니기 때문에, 나는 더 죄책감을 덜 수 있었다. 내가 했던 최선의 선택은 웃으며 즐겁게 그리고 다 함께 식사를 하고 대신 고기는 작은 한 덩이만 받아서 먹고 나머지는 주변 선생님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찐 밥과 함께 나온 생선 요리 (사진=김주원)

세네갈에서의 출장은 고기를 먹지 않아도 살만했다. 보통 점심은 가벼운 쌀을 볶거나 찐 밥과 야채 그리고 고기나 생선이 한 접시(one-plate)에 나오는 형태이다. 그래서 고기와 곁들여진 야채를 주로 먹었다.

그중에서도 볶은 양파가 맛있어서 여러 선생님들에게 요리법을 물어보았는데, 기름에 볶는 것이 전부라는 것을 알고 야채가 신선하면 요리법이 간단해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숯불에 구운 닭고기와 감자튀김, 양파볶음 (사진=김주원)

점심 외에 커피 브레이크 시간에는 맛있는 빵들과 커피, 비쌉과 바오밥 등 현지 음료가 나왔다.

비쌉주스 (사진=김주원)

특히 만두처럼 생겨서 맛도 중국집 만두와 똑같던 파타야가 맛있었다. 먹으면 먹을수록 한국음식이랑 비슷해서, 선생님들이 식사가 입에 맞느냐고 하면 한국이랑 비슷해서 잘 먹고 있다고 걱정 마시라고 말하곤 했다. 무려 30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나라에서 진한 한국 된장국의 맛을 느꼈다면 믿어지는가?

생김새도 맛도 만두와 똑같은 파타야 (사진=김주원)

하루는 아침에 먹을 바게트를 사러 베이커리에 갔다. 길고 바삭바삭해 보이는 바게트를 하나 사서 나와 영수증을 확인하니 단돈 150cfa(약 300원)이 적혀있는 것이다. 점원에게 재차 이 금액이 맞느냐고 물으니 맞다는 대답뿐.

호텔로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바게트는 일반 국민들의 주식이기 때문에 세네갈 정부에서 가격을 고정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바게트 말고도 프랑스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인지 한국에서 먹는 빵들만큼 종류도 다양하고 맛있어서 즐겁게 커피 브레이크 시간을 가졌다.

맛있는 빵과 커피 (사진=김주원)

머나 먼 아프리카로 출장을 가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왔다면 이질적으로 느껴지시는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아프리카를 방문하는 것이 마치 생사의 기로에 서는 일이라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프리카 여행객의 1/4이 죽음으로 돌아오지만 잘 살아서 돌아왔다는 말도 안 되는 문구를 사용해 책을 파는 사람마저 있으니 말 다했다.

그러나 심지어 이 채식인마저 세네갈에서 즐겁게 먹고 행복하게 일하다가 건강히 돌아왔으니, 겁내지 말고 떠나보시라. 아프리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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