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수가 인상 시급…가입자단체, 건보 제정 우려
이런 과정에서 의료계가 조만간 다시 열릴 수가조정회의 결과에 대해 자포자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정치권과 정부 등과 접촉해 고군분투하며 '수가 100% 인상안'을 만들어냈지만 가입자 단체가 "근본 개선책도 아니고 의료보험 재정을 생각하자"면서 강하게 반대해 충격을 받은 것이다.
타협에 실패해 투표에 들어간다 해도 가입자단체는 물론 보험재정과 관련된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수가 100% 인상안'에 찬성표를 던질지 미지수다.
13일 대한흉부외과학회 관계자에 따르면 정치권과 정부 등을 만나 '수가 100% 인상안'을 추진했지만 최근 복지부 산하 건정심에서 열린 회의에서 가입자 단체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국회 토론회와 공청회를 여는 등 열심히 했고 전재희 장관을 비롯해 복지부에서 많이 도와줬다"면서 "이젠 대응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미 끝난 게임? 타협과 투표 둘 다 난제
건정심은 건강보험 가입자ㆍ의약계ㆍ가입자를 대표해 각각 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의결 결정 방식은 타협이 원칙이지만 실패할 경우 투표로 넘어간다.
일단 가입자 단체가 '수가 100% 인상안'에 대해 거의 수용불가를 천명했기 때문에 타협은 힘들다.
투표로 넘어가더라도 총 24표 중 가입자단체와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가 16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과반수 확보도 버거워 승산은 없다.
학회 관계자는 "회의가 열리기 전에 건정심 위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100% 수가 인상해도 흉부외과 교수 월급 한 푼 안 올라
대학병원의 흉부외과 교수들이 주로 활동 중인 학회가 온 힘을 다해 '수가 100% 인상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정말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학회 관계자는 "수가를 올려 늘어난 병원 수익으로 인원을 보충해 흉부외과를 살리자는 것이 목적이다"며 "월급 한 푼 더 받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흉부외과 의사 혼자 진료하는 지방의 작은 의료기관보다 우수한 인력을 대거 보유한 서울의 대형 의료기관에 심장수술을 받기 위해 몰리면서 수가 인상분을 인력 투자비로 쓰겠다는데 왜 막냐는 것이다.
그는 또 "(저수가로 인한 지원 기피 때문에 우수한 의료진이 거의 사라진) 10년 뒤 심장수술을 받기 위해 2000만 원을 들여서 미국에 갈 거냐"며 "수가 올려봤자 전공의 늘겠냐고 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