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화폐로 보는 세계사 속 숨은 이야기

알파고 시나씨 기자

*알파고 시나씨(Alpago Şinasi) 하베르코레(Haber Kore) 편집장이 세계 각국 화폐 속에 담긴 그림과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뉴스인(NEWSIN)에 연재한다. 터키에서 태어난 알파고 기자는 지난 2004년 한국으로 유학 와 충남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터키 지한(Cihan)통신사 한국특파원으로 활동했으며, 저서로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2016)가 있다. 지난 9월에는 대학로에서 '한국생활백서'로 스탠딩코메디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편집자주

[뉴스인] 알파고 시나씨 기자 = 최근 미국 달러를 둘러싼 논쟁이 하나 있다. 미국 여성시민단체들이 미국 화폐에 유명한 여성 인물의 초상화를 넣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혹시 이 움직임이 성공한다면 7장의 지폐 속 인물 중 한 명의 사진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 인물로 20달러 앞면에 있는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 1767~1845) 대통령이 언급되고 있다.

사실은 20달러에 잭슨 대통령의 초상화가 실려 있는 것도 아이러니한 것이다. 그는 1934년 대선 출마 당시 공약 중 하나가 미합중국 제2은행을 철폐하는 것이었다. 여러 번의 도전 실패 후 대통령이 된 잭슨은 1936년 당시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미합중국 제2은행의 재인가를 거부했다. 이렇게 은행이 해체되면서 미국에서 지폐가 없어지고, 다시 동전만 쓰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 화폐에 사진이 올라가 있는 미국의 역대 영웅 7명 중 잭슨이 충분히 양보할 만한 사람으로 뽑힌다.

미화 20달러 앞면 초상화의 주인공은 앤드류 잭슨 전 대통령이다.

대부분 유복하고 전통 있는 집안과 배경을 가졌던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잭슨은 사회적, 교육적 환경이 좋지 못했다.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그는 어려서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후에 법률을 공부해 촉망받는 법조인이 되었다. 1796년 테네시 주(Tennessee州) 대표 하원 의원을 시작으로 민주공화당에서 입지를 굳힌 그는 영국과의 전쟁을 통해 명성이 더욱 높아졌다.

잭슨 대통령은 미국 초기 대통령들과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었다. 잭슨 전에 당선 된 미국 대통령 6명이 거의 다 그 당시에 지식인으로 부를 만한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잭슨은 이와 달리 일반인에 속했다. 그러다 보니 잭슨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신기한 사연들이 많다.

잭슨 대통령이 무척이나 고집이 센 사람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례로 1812년 미영전쟁(미국의 제2독립전쟁) 시기에 영국군의 포로가 된 그는 자신의 신발을 닦으라는 영국군 장교의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고집불통인 잭슨이 그 지시를 거절하자 장교가 칼로 얼굴을 베었다. 잭슨 초상화에서 볼 수 있는 얼굴 흉터는 바로 그때 남은 것이다.

잭슨 대통령에 대해 빠뜨릴 수 없는 에피소드 중 하나는 결투다. 그는 결투를 3차례나 신청했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유명한 결투는 찰스 디킨슨(Charles Dickinson)과 했다. 찰스는 그 당시 뛰어난 결투자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둘이 1806년에 결투를 벌였는데, 찰스가 쏜 첫 총알이 가슴에 맞았지만 잭슨은 죽지 않았다.

사실 2cm 정도만 옆으로 맞았다면 심장에 맞았을 정도로 위험한 순간이었다. 자신의 차례가 된 잭슨이 총을 쐈는데 작동이 되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도한 후에야 상대가 쓰러졌다. 결국 이 유명한 결투의 승리자는 앤드류 잭슨이었지만, 잭슨 역시 총알을 적출하지 못해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야 했다.

잭슨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는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암살 시도의 대상이 되었던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페인트공인 리처드 로렌스(Richard Lawrence)가 잭슨의 경제정책 때문에 장사를 못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암살을 시도했다. 로렌스는 총알을 2발이나 발사했지만, 하나도 적중하지 못해서 잭슨은 또다시 살아남았다.

로렌스가 해명한 암살에 대한 동기가 설득력이 부족했던 탓에 이 암살 시도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의심과 논란이 있다. 일부 학자들은 잭슨 대통령의 정책들을 극도로 싫어했던 반잭슨파의 상원 의원이 시킨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밝혀진 바는 없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