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맞춤옷을 입고 외교부 행사에 참여했다. (사진=한아로)

[뉴스인] 한아로 = 부르키나파소 길거리나 건물 안에서는 손쉽게 형형색색의 화려한 옷을 입은 여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일반 면보다 도톰해 보이는 천 위에 빨주노초파남보 기본 색을 넘어서 밝은 연두색, 핫핑크색까지 넘나드는 색의 범위와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자연을 닮은 아프리칸 무늬가 프린팅된 옷은 이 곳이 아프리카임을 더욱 실감나게 해준다.

◇ 생애 첫 '천' 쇼핑과 양장점 방문
 
20대 중반인 나에게 ‘양장점’이라는 단어는 예전 80년대에 있었을 법한 단어로 들릴 만큼 낯설다. 어렸을 때부터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찍어낸 SPA브랜드 옷을 입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부르키나파소에서 처음으로 옷을 맞췄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와가두구에서 가장 큰 시장(grand marché)에는 천을 파는 상인들이 손님을 끌어들이느라 소리를 지르며 정신없이 돌아다닌다.

특히 우리 같은 외국인 손님은 그들 눈에는 최고의 먹잇감이다. 시장입구에 들어선 순간부터 상인들이 각종 천을 내밀며 와서 만져보라고 성화다. 20분쯤 지나니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된 것처럼 상인들이 무리지어 우리를 따라다니고 있다.

시장에서 원하는 천을 골라 원하는 만큼 잘라서 사고 나면 양장점에 방문해 디자인을 정하고 치수를 재면 된다. 양장점에 들어가면 의자에 앉아 직원이 건내주는 잡지들을 뒤적이며 원하는 디자인을 찾아 재봉사와 상의를 한다. 어떤 디자인이 더 나와 어울릴지, 소매의 통과 길이, 치마의 길이 등 세세한 부분까지 재봉사와 상의 끝에 결정을 한다.

보통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달까지도 걸리기 때문에 옷을 입기 원하는 날짜를 정확히 말해야 한다. 이제 천은 재봉사의 손에 맡겨진 채 옷이 만들어지길 기다린다. 약속한 날짜에 양장점에 다시 방문해 만들어진 옷을 입어보고 사이즈나 디자인들을 그 자리에서 손 보면 옷 맞추는 과정이 끝난다.

시장에서 천을 사기 위해 상인과 흥정을 벌이고 있다. (사진=한아로)

◇ '여성의 날' 옷, 맞추셨나요?

부르키나파소에서 3월 8일은 굉장히 중요한 공휴일이다. 바로 여성의 날. 매년 여성의 날을 위한 천이 디자인되어 나오고, 천 장사꾼들이 길거리나 건물을 돌아다니며 천을 팔기 시작한다. 이 날이 오기 한 달 전부터 부르키나 여성들은 올해의 여성의 날 천을 사고 디자인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 시즌에 양장점에 가면 같은 천을 손에 들고 있는 여성들이 잡지를 뒤적이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양장점에게는 일년 중 극성수기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의 날 당일에는 모두 같은 천이지만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지은 옷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부르키나파소에 온지 어느덧 6개월, 내 옷장 속에는 화려한 아프리카 무늬를 자랑하는 맞춤 드레스가 5벌이나 걸려 있다.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옷을 맞춘 셈이다. 초반에는 재미있고 신기해서, 나중에는 평상시에 입을 아프리카 옷이 필요해서 만들게 된 게 이렇게 많아졌다. 옷장을 보고 있으면 아프리카는 예상보다 나에게 꼭 맞는 맞춤옷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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