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윤호 논설위원/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러시아연방 변호사

[뉴스인] 차윤호 논설위원 = 요즘 경제도 안 좋은데 세상살이가 불안하고 어지럽다.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공포와 북한 핵무기 공포로 국민들은 불안하다. 경제는 다시 허리띠 졸라매고 땀 흘리면 복구할 수 있다. 지진은 어쩔 수 없는 자연재앙이고 우리는 늘 대비를 잘 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북핵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북핵 문제는 한번 터지면 복구할 수 없는 우리 민족 모두에게 재앙이다.

지난 9월 9일 북한 김정은 정권은 전격적으로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은 날이 갈수록 핵탄두가 소형화, 표준화되어 가고 있고 핵탄두를 쏠 수 있는 미사일은 계속 진일보되고 있다. 국내외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빠르면 향후 1년 안에 핵무기를 실전배치 시킬 능력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우리 대한민국이다. 구소련 붕괴 후 북한 핵개발은 가속화 되었고, 2006년부터 지금까지 5차례의 핵실험을 국제사회가 보는 가운데 감행했다. 한국의 정치 위정자들은 사대주의와 안보 불감증 및 안보 망상에 사로잡혀 북한 핵에 대해 호미로 막을 것을 이제 와서 사드(THAAD)로 막는다고 호들갑이다.

되돌아보면, 우리 국민들이 순진했다. 정치 지도자들을 잘못 뽑은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대북정책은 총체적 실패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햇볕은 뜨겁지 않았고, 제재와 압박은 아프지 않았다. 방법이 틀려 그랬다는 말은 할 수 없다. 지도자의 혜안과 의지가 부족했다. 이제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다. 심지어 백약이 무효라고 할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우리의 운명을 남에게 맡기고 지켜볼 수는 없다. 우리 민족은 어려울 때일수록 위기를 극복하는 특유의 기질이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북핵 해결에 우리가 먼저 나서야 한다. 그래야 주변 관련국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 북핵문제 해결과 대응에 대한 시나리오는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이다.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 측면에서 안보 외에 잃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먼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인해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으로 이어지고,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경제에 장기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반대에 맞서야 한다. 한국이 독자 핵개발을 하면 동아시아의 핵도미노 현상 우려로 미국이 반대한다. 미국의 강력한 반대는 한·미동맹의 해체나 균열 가능성도 제기된다.

둘째, 미국의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다. 이것 또한 미국이 원치 않는 카드다. 1992년 발효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으로 한반도로부터 완전 철수된 미국 전술핵을 다시 한국에 재배치하는 것은 미국에게 큰 부담이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명백한 반대와 동아시아 핵 확산 우려로 동의하지 않고 있다. 미국 군사외교 정책은 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지 않고서도 전투기와 탄도미사일을 통해 한반도에 핵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핵우산에 대한 우리의 믿음과 신뢰는 예전 같지 않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예측 불가능한 비정상적 집단이다. 그 만큼 북한 핵은 위험하고 공격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전술핵은 시간과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태평양 상공의 괌 미군 기지에 배치돼 있다. 가령 북한의 기습도발 시, 미국의 핵우산과 핵 억지력은 최초 목적 달성에 미흡할 수 있다.

만약 북한 핵이 서울상공에서 터진다면 북한에 대한 핵 보복공격은 우리에게 의미가 없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실험 등으로 미국 본토까지 북핵 위협에 노출되면, 미국은 본토방위에 우선적으로 핵 억제력을 집중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그러면 한반도에 유사시 북한 핵무기 공격으로부터 우리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낼 대응방안은 있는가?

셋째, 선제적 군사행동으로 대량응징 보복이다. 이것 또한 근본적 대책이 아니다. 현실성 없는 소설이나 망상에 가깝다. 선제적 군사행동, 즉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의 경우 핵전쟁을 불사할 것을 염두에 둬야 할 위험성이 큰 작전이다. 대량응징 보복이나 선제적 타격은 실행에 옮기기엔 제약이 많다. 핵공격 징후의 사전포착이나 판별이 어렵기 때문에 오판 가능성이 크고 매우 위험성이 크다.

북한의 핵공격 징후 땐 평양을 지도에서 파낸다는 등의 언급은 우리 국군의 레토릭(rhetoric)에 불과하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의 대응수단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은 단합하고 국가와 국민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의 냉철한 혜안이 필요하다.

북한이 핵 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할 때마다 유엔 안보리가 소집되어 북한에 대해 강한 제재안이 마련되지만 최종 조율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북한에게 아프지 않는 제재안이 도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미국도 북한 핵개발과 미사일 실험에 대해 적당한 선에서 수수방관만 해왔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한 ‘전략적 인내’ 정책은 이미 실패했다. 이제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미국이 북한 제재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도록 합리적 설득과 논리적 압박이 필요하다.

북한에 대해 ‘군사적 압박’과 더불어 강력한 ‘비군사적 압박’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비군사적 압박으로 미국이 추진했던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제재’와 ‘대이란 제재’를 능가하는 모델을 도입해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이제는 미국이 중국을 움직여야 한다. 외교는 주고받는 게임이다.

국가안보를 걸고 국가 지도자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 북한 핵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주변국의 눈치만 보지 말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워 국제사회에 당당하게 북핵문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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