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아름다운 쌩뜨마리의 바다 (사진=유희숙)

[뉴스인] 유희숙 = 마다가스카르는 섬나라이다. 그 섬 속의 섬, 쌩뜨마리(Île Sainte-Marie)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쌩뜨마리는 마다가스카르 북동부에 위치한 섬이다. 휴양지로 유명한 이곳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며 고래들이 서식하고 있기도 하다.

마다가스카르의 수도인 안타나나리보에서 이곳에 가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타거나 배를 타는 방법이 있다. 비행기를 타면 1시간 만에 도착하지만 비용이 비싸다. 다른 방법을 택한다면 수도에서 버스를 타고 그리고 배를 타는 긴 여정의 끝에 도착 할 수 있다. 물론 비용은 저렴하다.

쌩뜨마리섬으로 이동 중 잠시 들른 휴게소의 먹거리 (사진=유희숙)

나는 후자를 택했다. 수도에서 출발하는 야간 버스를 타고 8시간이 걸려 마다가스카르의 항구도시인 타마타브(Tamatave)에 도착했다. 아침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3시간 이동 후 선착장에 도착했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배를 타고 드디어 쌩뜨마리 섬으로 들어간다.

다행히도 구명조끼를 입었다. 그렇지만 사실 무서웠다. 배가 한 번 뒤집힌 적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수도에서 출발한 지 꼬박 반나절이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풍경을 보며 또 다른 마다가스카르를 만날 수 있었다.

모두 안전하게 구명조끼를 착용했다. (사진=유희숙)

쌩뜨마리섬의 바다는 정말 예뻤다. 그 동안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를 떠나 한적한 바닷가 시골마을에 온 느낌이었다.

함께 한 사람들과 섬을 탐방하기로 했다. 섬 속의 섬으로 들어왔는데 놀랍게도 그 속에 또 섬이 있었다. 나뜨섬(Ile aux nattes)이라는 곳이다. 쪽배를 타고 들어가면 완벽하게 자연 속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섬을 둘러보는데 흡사 ‘정글의 법칙’을 촬영하는 느낌이었다. 아름다운 섬 속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돌고 돌아 섬을 나오는데 그제야 사람들이 보인다. 열심히 축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흔들흔들 뒤집힐 것만 같은 쪽배를 타고 섬을 빠져 나왔다.

나뜨섬으로 가기 위해 탄 쪽배 (사진=유희숙)

다음 계획은 자전거를 타고 숙소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시내에 가기로 했다. 차도 많이 다니지 않아 자전거 타기에 좋았다. 가다가 목이 마르면 가게에 들러 음료 하나 마시고 잠시 수다도 떨고 다시 길을 떠나 멋진 풍경 아래 사진도 한 장 찍는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타면 한 번에 빨리 갈 수 있겠지만 오히려 이런 여유가 좋았다.

시내에 도착하니 해가 지고 어둠이 깔렸다. 돌아오는 길은 도로에 가로등이 없어 어두컴컴했다. 우리가 의지할 것은 휴대폰 불빛뿐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반딧불이가 하나둘씩 나타났다. 어둠 속을 밝혀줬다.

순간 떠올랐다. 마다가스카르 생활 초반에 택시 강도를 만나 가방을 뺏겼던 그 순간도 칠흑 같은 어둠 속이었다. 어둠 속에서 나를 위로해주던 마을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무섭게만 느껴졌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 가는 길이 아닌 함께 가는 길, 다리가 터질 듯이 아팠지만 오히려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2014년 새해를 쌩뜨마리 섬에서 맞이했다. 행복하게 2013년을 마무리하고 다시 행복하게 2014년을 맞이하자고 다짐했다. 새해 아침부터 무지개를 봤으니 좋은 일만 가득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 기운 덕분인지 무지개를 함께 본 나의 마다가스카르 인연은 계속해서 나와 함께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 기억 속엔 언제나 행복한 마다가스카르다. "Tsara be!(짜라 베,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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