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부르키나파소 여성들이 시어버터(shea butter)를 만들고 난 다음 이를 기념하며 춤을 추는 모습 (사진= Mirror)

[뉴스인] 민선홍 = 한국에서 나고 평범하게 자라온 내게 아프리카는 멀고 생소한 곳이었다. 주변에 아프리카에서 살다 온 사람은커녕 아프리카에 다녀 온 사람도 없었기에 그저 TV 다큐 프로그램이나 책을 통해서만 간간이 접해왔다.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어서일까? 아프리카를 커다란 ‘대륙’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나라’로 생각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아프리카 대륙에 사는 사람들은 생김새도 비슷하고 생활방식이나 문화도 대체로 비슷할 것만 같았다. 아시아나 유럽처럼 아프리카 대륙 속에 수십 개의 각기 다른 나라들이 존재하는 데도 말이다.

이런 잘못된 고정관념은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관심을 갖고 국경없는교육가회에서 일하면서 많이 바뀌고 있는데, 이번엔 그 속에서 생긴 작은 에피소드를 말해보려 한다.

부르키나파소에서 페스티마(festima) 축제 때 가면춤을 추는 모습 (출처=CNN)

◇ 아프리카 전통 춤? 그건 너무 광범위해요

국경없는교육가회에서 연례행사로 진행하는 ‘국경없는 청년교육가 캠프’를 준비하면서 생긴 일이다. 이번 캠프 때 아프리카 문화 체험의 일환으로 특별히 부르키나파소 출신 무용단을 초청해 아프리카 전통 춤을 배워보기로 했다. 그래서 코너 이름을 ‘아프리카 전통 춤 배우기’로 지었는데, 이게 웬걸, 그건 너무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현재 아프리카 대륙에는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은 기준으로 55개의 국가가 있고, 각 나라 안에 다양한 민족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라끼리는 물론이거니와 한 나라 안에서도 민족끼리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아프리카의 전통 춤’이라는 제목은 너무나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좀 더 와 닿게 비유하자면, ‘아시아 전통 춤’ 배우기의 느낌이랄까?

그래서 우리는 코너 이름을 수정하게 되었고, 아프리카 전통 춤이 얼마나 다양한 지 검색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정말 수십, 수백 가지의 다양한 춤이 나왔다. 막연히 어린 시절 TV에서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춤이라며 얼굴에 색색의 분장을 하고 볏짚 같은 치마를 두르고 원을 그리며 돌던 춤을 생각했던 상상이 와장창 깨지던 순간이었다.

이번 캠프에서 우리가 함께 배울 부르키나파소의 전통 춤만 해도 종류가 다양했다. 부르키나파소는 63개의 민족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서아프리카 중에서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이다.

춤 종류도 ‘보보동(Bobodon)’에서부터 ‘구룬시(Gourounsi)’, ‘쟈카(Diaka)’, ‘줄라동(Diouladon)’ 등 굉장히 다양했다. 각각의 춤들은 부족 고유의 문화와 생활 방식을 담고 있었다.

부르키나파소의 춤만 해도 이렇게 다양한데, ‘아프리카의 전통 춤’이라면 말 그대로 어느 나라 어느 부족의 어떤 전통 춤인지 설명이 필요한 일이었다.

부르키나파소 가면축제 (출처=Tedchang.free)

◇ 검정은 다채롭지만, 장님한테는 어둡게 보인다

루츠 판 다이크의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라는 책에 이런 노래가 나온다. “검정은 많은 색깔들을 갖는다. 우리가 찾는 빛깔은 검정. 검정은 아주 다채롭고, 검정은 장님한테만 어둡게 보인다.”

세상에는 정말 수없이 다양한 색들이 존재하지만, 그 색들을 모두 섞으면 검정색이 된다. 그런 점에서 검정이라는 색은 단일한 색상이 아니라 그 속에 무수히 많은 색들을 감싸고 있는 색들의 집합일 수도 있다. 아프리카도 이런 것이 아닐까?

아프리카 역시 그 넓은 대륙 안에 다양한 나라와 문화가 존재하지만, 하나하나가 고유의 색을 띠고 있으니 말이다.

눈 뜬 장님이던 나는 그 다채로운 색을 못 보고 그저 아프리카로 뭉뚱그려 바라보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이제는 두 눈을 뜨고 검정 안의 다채로움을 발견해보려 한다.

당신의 눈에 아프리카는 무슨 색인가. 새까맣기만 한 검은색인가? 아니면 그 안의 무수히 많은 색깔들이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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