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 엄용수 회장

유재석, 신동엽, 박명수는 20여년 전 개그맨으로 데뷔해 현재 대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사진=나무위키, SM C&C, 벅스)

[뉴스인] 김다운 기자  = 최근 방송계에서 개그맨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유재석, 신동엽, 박명수 등은 20여 년 전 공중파 개그맨으로 데뷔해 지금은 이름 석 자만 말해도 전 국민이 아는 대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박나래, 장도연, 양세찬 등 젊은 개그맨들도 여러 방송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개그맨들의 삶은 늘 유쾌하고 밝고 화려하다. 하지만 그런 동료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는 개그맨들이 있다.

지난 17일 뉴스인과 만난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 엄용수 회장은 보이지 않는 개그맨들의 힘든 현실을 토로하며 현 개그계의 상황을 꼬집었다.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 엄용수 회장은 현 개그계의 현실을 꼬집었다. (사진=민경찬 기자)

엄용수 회장은 1981년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해 80년대 개그계를 주름잡았으며 현재까지도 방송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0년 사단법인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를 만들고 6년째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개그맨 후배들을 향한 걱정으로 어깨가 무거워보였다.

엄 회장은 "현재 협회 개그맨들이 800명 정도 되는데 그 중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아봐야 170~180명에 불과하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잘나가는 일류 개그맨들은 어마어마한 돈을 받고 활동하지만 반면에 다른 사람들은 평균소득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엄 회장이 데뷔할 당시 방송사는 KBS, MBC 두 곳이었고 개그맨 수도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 때문에 데뷔는 곧 성공이었고 방송에 얼굴이 나가는 순간 유명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한 해에 데뷔하는 개그맨만 해도 100명이 넘고 이름을 알렸다 싶으면 대부분 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으로 활동한다. 그러다 보니 기획사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기 개그맨들은 점점 위로 올라가고 무명 개그맨들은 빛 한번 못보는 실정이다.

그는 "내가 데뷔할 때만 해도 개그맨들이 20~30명밖에 없었기 때문에 쉽게 유명해질 수 있었다"며 "아마 지금 데뷔했으면 1년도 못 버티고 그만뒀을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코미디쇼 제작을 계획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았다.

무명개그맨들이 얼굴을 알리려면 먼저 쇼가 흥행해야 하고, 흥행을 위해서는 인기 개그맨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 인기 개그맨들을 섭외하기에는 제작비 차원에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엄 회장은 "특히 기획사에 소속된 개그맨들의 경우 요구하는 출연료가 상당히 높다"며 "한정된 제작비의 80~90%를 유명 개그맨들의 출연비로 지급해주면 결국 남은 10%의 돈을 90%의 무명 개그맨들이 나눠 갖게 된다"고 한탄했다.

엄용수 회장은 현 개그계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민경찬 기자)

개그맨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결국 코미디언협회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그는 "협회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기금마련이 중요한데 협회원들 대다수가 생활이 어려운 개그맨들이다 보니 회비나 기부금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라며 "춥고 배고프고 힘든 사람들만 모여 있다 보니 가난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 회장은 후배 개그맨들에게 늘 버텨내라고 당부한다.

엄 회장은 "많은 개그맨들이 데뷔하고 1년도 채 안 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후배들의 현실을 알기에 마음이 아프면서도 후배들을 보면 늘 버텨서 살아남으라고 충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 회장은 "일류 개그맨들에게만 출연료가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막고 무명 개그맨들의 최저 생계비, 최저 제작비 등 가이드라인을 정해 약자들이 내몰리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그맨들이 정상의 자리에 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뒤에서 받쳐주는 무명 개그맨들의 힘이 있어야 한다"며 "성공한 개그맨들이 현 개그계의 현실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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