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뉴스인] 유희숙 =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의 교통체증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한국처럼 출퇴근 시간만 되면 온갖 종류의 탈 것들이 모여 도로를 뒤덮는다.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내가 택한 교통수단은 택시였다. 한국과는 달리 이곳의 택시는 요금을 정하고 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터기가 있어 요금이 책정되지만 마다가스카르에서는 택시를 타기 전 기사와 요금을 흥정하고 승차한다.
이 때 기사와 손님 사이에 약간의 눈치싸움이 있다. 처음에는 비싼 줄 모르고 탔는데 알고 보니 요금의 두 배를 불렀던 것이다. 점점 나도 요령이 생겼다. 부르는 요금의 절반을 깎았다. 당연히 기사는 안 된다고 하고 나는 뒤돌아 가는 척을 했다. 그럼 나를 붙잡는다. 그렇게 우리의 거래(?)는 성공하고 만다. 하지만 매일 비싼 택시만 타고 다닐 수는 없는 터. 나는 교통수단을 변경했다.

두 번째 교통수단은 스쿠터였다. 처음엔 무서웠지만 헬멧도 착용하고 잘 다니던 어느 날, 길에서 경찰을 만났다. 경찰은 나를 불러 세우더니 이것저것 증명서를 요구했고 정지하라는 신호에 왜 멈추지 않았느냐며 따져 물었다. 나는 긴가민가해서 멈추지 않았던 것이었다.
잔뜩 겁먹은 순간, 마침 뒤에 오던 한인분이 도와주셨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고 한인분의 도움을 받아 집까지 무사 귀환했다. 다시는 스쿠터를 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세 번째 교통수단은 버스였다. 사람도 타고 닭도 타고 모두가 타는 버스. 버스 요금은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 200~400아리아리(마다가스카르 화폐 단위), 한국 돈으로 100~200원 정도로 택시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다.
이곳에도 옛날 우리나라처럼 버스 안내원이 있다.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내릴 때 즈음 “misy miala(미시 미알라, 내립니다)”라고 말을 해야 내려준다. 그렇지 않으면 정류장을 지나치니 조심해야 한다.
내가 버스를 타며 알게 된 명당자리는 맨 앞자리 조수석과 맨 뒷자리 문 옆이다. 의자와 의자사이에 간이의자까지 놓고 앉아 사람들로 꽉 차면 내리기가 정말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면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곤 했다. 버스를 타도 그들의 눈길은 계속 됐다. 아마 버스를 타는 외국인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동차가 편하겠지만 운전 할 수 없는 내게 버스는 최고였다. 뒤늦게 버스의 참맛을 알았다.
한국에 돌아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할 때 그곳의 시간들이 떠오른다. 바삐 움직이는 한국의 출퇴근 풍경만큼 마다가스카르도 여전히 바삐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