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간 배당금 1조 4000억원…기술사용료 부담은 소비자 몫?

[뉴스인] 마소연 기자 = 생리대 가격 인상을 시도했던 유한킴벌리(대표 최규복)는 지난 1일 출시된 신제품의 가격만 8% 가량 인상하고 올 하반기 중저가형 생리대를 출시하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했다.
그러나 생리대 가격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한킴벌리가 주주들에게는 거액의 현금을 배당하면서 제품 가격 인상의 부담은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407억원 중 1300억원을 현금배당했다. 배당성향은 무려 92.4%에 이른다.
지난 2009년에는 1490억원의 당기순이익 중 1450억원을 배당하며 97.2%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제조업계의 평균 배당성향 20.4%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유한킴벌리의 ‘국부유출’은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된 바 있다. 유한킴벌리는 지난 1970년 미국 킴벌리 클라크(Kimberly-Clark Corporation)와 유한양행이 합작투자를 통해 설립한 법인이다.
이름 탓에 독립운동가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유한양행의 자회사로 오인하기 쉬우나 유한킴벌리의 대주주는 지분의 70%를 소유하고 있는 헝가리법인 ‘Kimberly-Clark Trading LLC.’다. 나머지 30%만 유한양행이 소유하고 있다.
또한 유한킴벌리의 경영 일선에서 유한양행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규복 대표 선임을 두고 킴벌리 클라크와 유한양행 간에 소송전까지 벌어진 적 있는데 결국 킴벌리가 이겼다”며 “더 이상 공동경영체제라고 볼 수 없고 지금은 킴벌리 클라크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 간 유한킴벌리가 배당한 금액은 약 1조 4033억원. 그 중 1조원에 달하는 9823억원 이상을 킴벌리 클라크가 가져갔다. 또한 킴벌리 클라크는 상품 매출액에 따라 매해 300억원대의 기술사용료도 받고 있다.
배당금을 줄이면 실질적으로 제품 가격을 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유한킴벌리가 킴벌리 클라크 측에 지급한 기술사용료는 약 370억원. 이 금액은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면 단순계산으로는 생리대 가격을 1000원 가량 인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유한킴벌리가 지난해 발간한 사회책임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생리대 제품 매출액은 2339억 1600만원. 생리대 가격을 임의로 7000원이라고 가정한다면 판매량은 약 3341만개로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임의로 설정한 가격을 6000원으로 인하한 후 동일한 판매량을 기록했다면 제품 매출액은 2005억원 가량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한킴벌리는 거액의 배당금 외에도 매출액의 3% 이상을 킴벌리 클라크 측에 기술사용료로 지불하고 있다”며 “이러한 로열티는 첨단산업 분야에서나 있을 법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리대는 면세대상인데다가 선택의 폭이 좁고 반복구매할 수 밖에 없는 생활필수품”이라며 “이익금을 전부 배당금으로 퍼주고 킴벌리 측에 로열티, 수수료까지 챙겨주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 16년 간 유한킴벌리가 기부한 금액은 236억 170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기부금은 배당금 1300억원의 1.8%에 불과한 23억 8000만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 1조 5100억원에 비하면 0.16%에 불과한 금액이다.
이에 대해 유한킴벌리 측과 수차례 연결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