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마다가스카르의 집짓기 현장에서 바라본 하늘. (사진=유희숙)

[뉴스인] 유희숙 = 나는 새로운 곳에 가면 집을 관심 있게 본다. 프랑스에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 항상 느꼈던 것이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집들이 보이는데 창문이 닫혀 있어 집 안은 볼 수 없지만 환한 불빛으로 그 안의 따뜻함을 상상하곤 했다.

나의 첫 번째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도 그랬다.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 남동쪽 인도양에 있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나라이다. 바오밥 나무를 생각하며 언젠가는 꼭 마다가스카르에 가보고 싶었다. 그 꿈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마다가스카르에 머물면서 다양한 집들을 만났다. 그리고 직접 집짓기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국의 내 집을 떠나 이곳에서 집을 만나고 지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집이 크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작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다.

이웃집에 사는 외국인에게 인사하는 마다가스카르 주민들. (사진=유희숙)

일터에서 마음 답답할 때 찾는 2층 테라스가 있었다. 그곳에서 보이는 집.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눈에 보이는 건 나무판자 집이 전부인 것 같았다. 내가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나를 보고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아기들도 데리고 나와 인사하는 그들.

재빨리 카메라를 가져와 사진에 담았는데, 마음이 이상했다.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만나서 뭔가를 해주고 싶었는데 혼자 갈 자신이 없었다. 결국 나는 마다가스카르를 떠날 때까지 그들을 만나러 가지 못했다. 지금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하늘을 볼 시간이 없던 것 같다. 마음의 여유가 없던 탓일까. 마다가스카르의 구름은 유난히 예뻤다. 그 풍경을 보면서 분명 좋은 일들만 가득하겠지 싶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숙소 근처 여기저기를 열심히 걸어 다녔다. 동양 여자가 혼자 다니니 모든 사람의 눈길이 나에게만 쏟아지는 듯했다.

마다가스카르 동네 풍경 (사진=유희숙)

마다가스카르 생활에 발을 내디딘 어느 날 산책을 하겠다고 집을 나섰다. 기분이 좋아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걸어가는 내 뒤에 어떤 남자가 쫓아오고 있었는데 그 사람도 길을 걷고 있겠거니 했다. 순간 내 귀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나오지 않았다. 내 귀에는 달랑달랑 이어폰만이 남았을 뿐, 나의 휴대폰은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울고 불며 따라가도 이미 늦어버렸다. 휴대폰을 소매치기한테 뺏기고 그로 인한 일 처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저녁 6시가 살짝 넘은 시간이었고 늘 가던 길이었기에 집에 가서 쉴 생각만 하고 있었던 찰나, 집 열쇠와 약간의 돈 그리고 내게 남은 마지막 스마트폰마저 택시 강도를 만나 뺏겼다.

뺏기지 않으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 사이의 실랑이가 있었고 나는 쓰고 있던 모자와 현지 휴대폰을 간신히 건져 택시에서 튕겨져 나갔다. 좋은 일들만 가득할 거라는 생각이 산산조각 난 순간이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나 싶었다.

마다가스카르 동네 슈퍼 (사진=유희숙)

그래도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만하길 천만다행이다. 그 이후로 한동안 밖에 나가기가 두려워졌고 그 예쁜 하늘조차 바라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내가 1년 동안 잘 지내러 왔는데 이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면 안 되겠다 싶었다. 내가 항상 더 조심하면서 먼저 다가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처음 그 때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는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예쁜 구름이다. 가슴 속 가득했던 먹구름이 걷히고 솜사탕 같은 구름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행복한 마다가스카르를 내내 만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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