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동양사학과 동문회, '고선윤의 일본이야기' 특강

고선윤 교수가 '일본 이야기'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뉴스인] =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동문회는 ‘학습형 동문회 건설’이라는 뜻을 가지고, 동문 강사진을 중심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아시아 연구 프로그램 ASP(Asia Study Program)’, 이른바 동양사학과 최고위과정이다. 그런데 공부도 사후서비스(AS)를 받아야 한다고 ‘After Service Program’이라고 이해하는 동문도 있다.

2012년 시작해 2014년까지 매달 한 번씩 진행된 ASP는 작년 한해 어려움에 처해 중단되었다가 2016년 5월 다시 문을 열었다. 김종수(76학번) 동문회 회장은 이것을 ‘르네상스’라고 표현하면서 김명준(84학번) 총무와 함께 정성을 쏟았다.

◇5월27일 강연

지난 5월27일 금요일 늦은 7시 뉴스인 논설위원 고선윤(84학번)이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일본문화의 원천 헤이안시대’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연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60명이 넘는 수강자가 자리를 메웠다. 동양사학과 동문들만이 아니라 소문을 들은 각계  각층 지인들이 찾아왔다. 

이날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피폭지인 히로시마를 방문한 날이기도 했다. 고선윤 강사는 애피타이저라는 화면을 띄우고,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설계’했다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전쟁이 아니라 원폭에 초점이 맞추어진 ‘과거의 잘못’, 더 나아가 ‘가해자도 또 하나의 피해자’라고 말하는 일본에 대해 비판을 더했다. 또한 G7 정상회의를 개막하고 방문한 이세신궁을 설명하기 위해서 일본건국설화부터 신도, 천황을 이야기했다.

이번 강연에서는 현대의 대표적 작가이자 평론가인 나카무라 신이치로(中村真 一郎)의 “일본인의 미의식은 헤이안 시대에 완성되었다. 그 이전은 준비기이고 이후는 해체기이다”는 말을 시작으로 이 시대가 후대 문화와 일본인의 의식구조에 미친 영향을 이야기했다. 헤이안 시대의 풍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가나문자의 고안, 그리고 일본어로 일본의 자연을 노래한 와카(和歌)를 설명했다.

강연장 모습

◇강사 고선윤

강사 고선윤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일본으로 건너가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귀국해서 동양사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전공을 바꾸어,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1000년 전 헤이안 시대의 문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백석예술대학교 외국어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칼럼을 쓰고 책을 출판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조만간 ‘고선윤의 일본이야기’라는 이름의 책을 안목출판사에서 출간할 예정이다.

이날 고선윤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나는 ‘조센의 여자아이’로 일본에서 학교를 다녔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는 ‘재일교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참 싫었다. 남들과 다르지 않는 삶을 소유하고 싶었다. 작년에 아들이 군에 갔다. 대한민국의 엄마로 더 이상의 애국은 없다고 본다. 이제는 남들과 달랐던 긴 시간의 삶 역시 소중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이 특별난 눈으로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다.”

◇공부 2시간, 술자리 3시간

이것도 동양사학과 전통인지 모른다. 2시간 공부했으니 3시간은 술을 마신다. 강연장 건너편 작은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기고 이야기는 더 깊어갔다. “이런 수업을 대학교 때 들었다면 일본을 전공했을 것이고 내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다”는 후배가 있었고, “대학생 딸아이를 데리고 오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선배가 있었다.

가나문자의 고안을 이야기하다가 한글 창제에 대한 이야기까지 확대되었다. 학교 다닐 때는 그리도 공부하기 싫다고 도망 다니던 사람들이 힐긋힐긋 흰머리 보이는 나이에 다시 모여서 밤은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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