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홍 주필

[뉴스인] 박길홍 주필 =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새누리당 김광림,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제1차 ‘여·야·정(與·野·政)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재정 투입에 상당부분 공감했다.

부실화 과정에서 민·관·정(民·官·政) 관련자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원칙하에 정확한 부실 진단을 토대로 국가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였으며 국민 부담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실기업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 등 해당 채권 은행단 및 정부·정치권에서도 배임, 부정청탁 및 알선 등 탈법·범법행위에는 분명히 책임을 묻는 것이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총수는 흥한다. 직원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가족과 함께 비참한 빈곤과 절망의 나락으로 대책 없이 추락하는데 총수는 뒤에서 몰래 호위호식 희희낙락한다. 중소기업 사장들은 망하면 끝인데, 재벌기업 총수들은 망해도 여전히 떼부자다. 내부정보 이용 불법 주식매각, 금융거래 등 기득권 위주 불공정 사회체제가 그들에게 특혜와 특권을 주고 부정을 눈 감기 때문이다. 이를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원칙’이라고 한다.

재벌 오너일가의 배임, 횡령 등 범법행위 처벌과 최소 5배 이상의 징벌적 과징금을 개인재산에서 환수해야 한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에는 음으로 양으로 국민의 혈세가 엄청나게 수혈될 수밖에 없는데 제왕적 경영권을 행사해 온 총수일가가 보이는 작태는 위법성은 물론이고 그 무책임이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다. 세금 쓸 가치가 없는 인간들이다. 총수일가뿐만 아니라 잘못된 경영상의 의사결정에 참여한 전(前) 경영진의 민사적, 형사적 책임도 철저히 물어야 한다.

또한 부실기업 대출로 국민에게 부담을 안겨 준 국책은행 등 금융권 관계자들에게 배임, 금품수수 등 형사적 책임뿐만 아니라 부실대출 결정에 대한 민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들은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에서 직무유기와 배임을 하며 국민세금으로 부실기업을 먹여 살렸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도 부실화돼 국민에게 추가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부실 채권은 지난 1년간 배 이상 늘어 이제 7조 원이 넘는다.

미국은 공룡기업들의 나랏돈 도둑질을 막기 위하여 ‘부정청구법(False Claims Act)을 엄격히 시행하며 수 배의 과징금을 개인재산에서 징수한다.

'재정 투입' 재원 마련 방법에서는 정부·여당과 야권의 의견이 다르다. 정부·여당은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국책은행에 돈을 나눠 주고 국책은행은 부실기업에 돈을 나눠 주어 빚을 갚게 하는 소위 '한국형 양적완화'를 제시한 반면, 야권은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를 주장했다.

하지만 부실기업을 살리기 위하여 돈을 찍어서 국책은행에 공급하는 것은 모든 국민의 돈을 조금씩 각출하여 재벌 오너에게 주는 것과 같다. 화폐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무능과 비리로 국민경제에 부담을 준 재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특혜를 주는 전형적인 정경유착의 관치금융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하는 것이다. 망할 기업은 도태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은 성장하면 된다. 정부가 기업부실을 함께 공모해 놓고 이제와 돈 찍어 빚 갚아주자는 것은 ‘양적 완화’의 탈을 쓴 정경유착·관치금융이다. 즉, ‘한국형 양적완화’라는 국회 통제를 피하는 꼼수를 사용하여 잘 보이는 기업에 돈을 찍어 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살아 난 재벌은 누군가에게는 뇌물을 줄 것이다.

또한, 국민 세금인 추가경정예산, 공적자금 등 국가 재정으로 부실기업을 살리는 것 역시 절대로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살기 어려운 서민들의 피 같은 세금을 긁어  모아서 재벌 범법자의 빚을 갚아 줄 수는 없다. ‘경제정의’, ‘도덕적 해이’ 어느 면으로도 말이 안 된다.

한편, 중후장대형 산업에서 소프트웨어로 정부 주도산업 구조조정은 꼭 필요하다. 인류문명이 인류 탄생 이후 최초로 철기시대에서 소프트웨어 시대로 이행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중후장대형 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이다. 그리고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에서 정부의 임무는 서민 채권자와 양산되는 실직자 복지대책과 범법행위 엄단을 통한 시장질서 확립이다. 이외에는 절대 나서면 안 된다. 그 재원은 재정투입보다 ‘양적 완화’가 더 바람직하다. ‘양적 완화’로 특정기업 특혜 차원의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보편적 목적을 위한 ‘한국형 사회안전망’을 창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서민의 노후 생계대책인 사회안전망을 건설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사명을 띠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명실공히 복지 후진국이다. 대한민국 국민 99%는 노후를 생각하면 불안하고 암담해서 노인 자살률이 세계 1위로 치솟고 있다. 안정되고 즐거운 노후를 계획할 방도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안전망의 중추는 쥐꼬리만 한 국민연금이다. 서민이 별도의 노후 대책을 준비하는 것도 현재 우리나라 경제상황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사상 최고로서 과다한 가계부채가 촉발한 2008년 금융위기 시절의 미국보다도 훨씬 높다. 퇴직 후 원금과 이자를 갚으려면 그나마 있는 재산을 다 처분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 부익부빈익빈이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최악으로 OECD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양극화는 나날이 더 심해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유일호 부총리는 “일자리 창출 여력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솔직히 고백했다. 그러면 어떻게 돈을 벌어서 생계를 꾸리고 가계부채를 갚고 결혼, 출산, 양육을 하나?

유럽, 오세아니아, 캐나다 등 선진국은 출산보조금, 학비보조금 등으로 애 낳거나 대학에 진학하면 취직 안 해도 국가가 생계를 유지해 준다. 호주에서 애 5명 낳으면 일 안해도 유복하게 살 수 있다. 노후에도 굶어 죽을 걱정은 아예 안 한다.

구조조정 실업자 대책과 임박한 보육대란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국가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서는 재정 대책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이 없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처음 시도되는 창조적 모델로서 ‘양적 완화’로 사회안전망 구축을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즉 ‘양적 완화’로 복지 재원을 충당하고 보험료조차 못 내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사각지대도 해소한다. 또한 국립공원 등 개발제한구역 사유지에 장기저리(30년 연 0.5%) 토지담보부채권(ABS, Asset Backed Securities) 발행을 허용하고 전수 매입하는 것이다.

여·야 모두 소속 계층의 이익 극대화나 선거용 포퓰리즘을 떠나 수천만 서민이 평생 열심히 일하면 노후가 보장된다는 믿음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진정성과 사명감을 가지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여 사회안전망의 백년대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사회계층간 기회와 자산의 공정한 분배 및 화합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는 복지와 경제 활성화의 윈·윈 전략일 뿐만 아니라 공익을 위하여 짓밟힌 인권 즉 독재의 잔재를 다소나마 청산하는 길이기도 하다. 소비의 저변 확대와 더불어 내수부양 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구조적 침체이나 단기 부양책이 불씨를 지필 수는 있다. 서민 소비여력 증대, 내수 활성화, 원화 약세, 수출 가격경쟁력 증대, 해외 명품 가격 인상으로 토착 브랜드 성장 여건 조성, 외국인 투자 증가, 해외관광객 증가, 기업수익 증가의 선순환적 경제 효과가 예측된다.

지속적 저금리 기조 하에 ‘양적 완화’는 또한 적정 수준의 인플레 유도, 서민 가계부채 실질적 감소, 재벌 사내유보금 실질적 감소 효과가 있다. 1200조원의 가계부채를 짊어진 서민은 화폐가치 하락으로 상대적으로 빚이 감소된 효과가 있다. 한편 2016년 말 10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재벌 사내 유보금도 현금 가치가 떨어지겠지만, 시간이 가면서 경제활성화로 인한 기업수익 증대로 사내유보금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인플레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가계부채가 상당부분 감소하고 경기가 활성화되어 실업률이 감소하고 소득이 증대되어 구매력이 증가하기 전까지는 디플레의 장기화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다.

부가적으로 화폐가치 하락으로 인하여 외환시장에 개입하며 선진국과의 환율전쟁에서 신경전을 할 필요도 경감할 것이다. 모든 경제 현안이 단칼에 해결되는 것이다. 한편 내수부진으로 인한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로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양적 완화’의 충격을 흡수할 정도는 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야권도 민·관·정의 부실기업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민·형사상 책임 추궁이라는 대전제하에 구조조정 피해자 대책뿐만 아니라 복지 그리고 경제 활성화의 한 방법론으로 ‘양적 완화’를 적극 검토·연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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