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한글 그림책을 출판한 일본인 야마기와 타카코(山極尊子) 작가가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의 눈으로 본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인(NEWSIN)에서 칼럼으로 연재합니다. 야마기와 타카코는 2008년 한국으로 유학 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석사학위와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교육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지한파 동화작가입니다. -편집자주

너와 나, 우리들의 소원 (사진=방찬순 사진작가)

[뉴스인] 야마기와 타카코 =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응 어려움과 사회적 대처 부족은 여러 번 지적한 바 있다. 대체로 대한민국 사회가 가진 편견이나 문제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이는 보다 나은 나라로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이렇게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할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달라진 것은 투표를 마음대로 한다는 것입니다. 내 의사를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었지요.”

투표라는 사회참여 기회에서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은 북한이탈주민에게 생소한 것이었다. 정도의 차이로 인해 그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에 대한 비판이 항상 제기되지만 투표나 비판에 대한 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소한의 요건이다. 이미 민주주의에 익숙한 사람들은 투표나 비판행위를 당연하다고 느낄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이 처한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용어는 사회적 배제다. 마틴  크로나워(Matin Kronauer)가 제시한 사회적 배제의 유형 중 한 가지가 ‘제도적 배제’다. 투표와 비판행위는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제도적 배제’에 속하지만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투표 따위가 제도적 배제에 속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은 이러한 제도적 배제에 익숙해져 있다.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에서 투표에 참여하면서 우리에게는 매우 놀라운 반응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지 않고 너무 심하게 서로를 공격하는 것 같습니다.”

필자가 의미를 되물었을 때 이들의 답변은 대체로 국가의 정책방향에 대한 이견 표출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었다.

1948년 이전부터 받아왔던 강압,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나라가 분리되어 이념적 대결이 펼쳐진 마당에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정착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북한은 국가의 정책결정에 대해 비판을 제기할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인 사회다.

북한이탈주민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비판의 자유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지 모른다. 국가의 정책은 절대적이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은 북한이탈주민의 한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변화의 여지가 없는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필자는 비판적인 언급을 통해 변화의 여지가 있는 대한민국 사회의 변화를 자꾸 요구하는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이 토론과 숙의 민주주의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대한민국에도 가장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 이들이 숙의 민주주의를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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