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한글 그림책을 출판한 일본인 야마기와 타카코(山極尊子) 작가가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의 눈으로 본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인(NEWSIN)에서 칼럼으로 연재합니다. 야마기와 타카코는 2008년 한국으로 유학 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석사학위와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교육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지한파 동화작가입니다. -편집자주

북한이탈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잘 스며들 수 있도록 공동체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뉴스인] 야마기와 타카코 = 사회자본이라는 말이 있다. 개인이 가진 자원은 한정적이더라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더 많은 자원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 속에 자본이 배태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대한민국에 오기 전에는 이곳 사람들이 친절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주기도 하고 교회나 회사에서도 친절한 것 같지만 마음을 여는 것 같지는 않아요. 어느 정도만 마음을 열고 깊은 이야기는 할 수가 없어요.”

필자가 만난 많은 북한이탈주민이 편협하고 단절된 커뮤니케이션 환경으로 인해 일종의 고립감을 느끼고 있고, 자신들의 생활을 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정보에서 배제되어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북한이탈주민은 한국 사회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다. 필자는 학위논문을 준비하면서 북한이탈주민과 결혼여성이민자를 동시에 접한 경험이 있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결혼이주여성이 점차 사회적 관계망을 넓히면서 한국인과의 관계형성이 깊어지는데 비해 북한이탈여성은 한국인과는 약한 관계형성만을 유지하고 북한이탈주민과의 관계형성을 더욱 돈독하게 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민족이라 할 수 있는 결혼여성이민자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서 폭넓게 수용돼야 할 대상으로서 인식이 높아지지만 북한이탈주민은 그렇지 않다. 일자리 문제, 미래계획 등 중요한 영역들의 정보는 거의 북한출신들과의 소통을 통해 협소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으로 이뤄지고 있다.

“어차피 우리를 이해해 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속 깊은 이야기는 같은 북한출신 사람들과 주로 나누게 되고 한국 사람들과는 속 깊은 이야기를 하기 어렵습니다. 교회에 다니는데 교회에서도 정말 어려운 것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들은 취업이나 생활 관련 정보의 대부분을 북한출신 사람들로부터 얻습니다. 한국 사회나 하나원, 경찰에서는 제대로 된 정보를 받기 어렵습니다.”

사회자본은 공동체적 측면과 개인적 측면이 있는데 푸트남(Putnam)과 같은 학자는 사회자본 구축을 위해 개인의 노력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사회자본은 공동체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푸트남(Putnam)이 주장한 사회자본의 공동체적 영역의 의미를 북한이탈주민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성공적인 남한사회 정착을 위해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사회 구성원과의 원만한 관계수립을 형성하고자 하는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활용하는 노력이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은 오히려 관계로부터 멀어지고 협소한 그들만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에 처해 있다.

결혼이주여성의 한국사회 적응을 위한 다양한 접근은 수 년 전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은 현재 한국사회가 높이려고 하는 사회자본에서 구조적인 공백의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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