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홍 주필/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뉴스인] 박길홍 주필 = 최근 ‘설탕중독’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중독하면 알코올, 니코틴, 마약처럼 나쁜 이미지가 있는데 설탕에도 ‘중독’이라는 과격한 개념이 도입되었다. 이것은 단 것을 특히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건강상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다른 중독에 비해 극복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설탕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단 맛을 내는 당 성분을 모두 설탕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포도당(Glucose), 과당(Fructose), 이 둘의 중합체인 설탕(Sucrose), 포도당 2분자의 중합체인 맥아당(Maltose) 등이 있다. 맥아당은 곡식, 감자 등의 주성분인 전분을 맥아의 효소로 가수분해하여 생산하므로 붙여진 이름이다.

액상과당이란 곡식의 주성분으로서 포도당 중합체(Polymer)인 전분을 효소 또는 산으로 가수분해한 후 효소로 과당으로 이성질화하여 생성된 포도당과 과당의 혼합액이다. 올리고당, 매실청, 양파효소(매실 혹은 양파와 설탕을 1대1로 넣고 발효시켜 만든 것) 등도 있다.

액상과당이 그냥 과당에 비해 당뇨에 문제가 되는 것은 포도당이 많게는 절반 정도 포함되어 있어서 당뇨환자에게 해롭기 때문이다. 올리고당, 매실청, 양파효소 역시 포도당 함량이 높으면 해롭다.

과당은 단 맛이 가장 강해서 포도당의 2배이다. 당뇨환자에서 단 맛을 내기 위하여 포도당, 설탕 대용으로 사용한다. 당뇨 환자는 혈중 포도당 농도가 정상 이상으로 높아서 증상이 나타난다. 과당은 체내에서 포도당으로 전환되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당뇨 환자에서 설탕 대용으로 사용한다.

포도당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나 과잉 섭취하면 해롭다. 혈중 지방산과 함께 세포의 필수 에너지원이다. 특히 뇌는 에너지원으로 포도당만 사용 가능하다. 그래서 당뇨환자의 인슐린 과다 투여, 장기 공복 등 저혈당 시 혼수상태에 빠지고 이것이 지속되면 급사하는 응급상황이다. 이 때 당뇨 환자에게는 급히 설탕물이나 사탕을 먹여야 한다.

하지만 혈중 포도당 농도가 너무 높으면 인체 조직에 독으로 작용한다. 가장 손상 받는 장기는 눈, 신장, 말초혈관, 말초신경이다. 그래서 당뇨가 오래되면 합병증으로 눈이 멀고, 신장 부전, 말초감각 이상을 보이며 말초혈관이 손상되어 손 끝, 발 끝 등이 괴사하여 썩는다.

밥을 많이 먹으면, 즉 포도당을 많이 섭취하면 비만이 된다. 인체 에너지 대사를 위하여 사용하고 남은 잉여 당은 모두 지방으로 급속히 전환되기 때문이다. 대사기전 상 지방은 당으로 전환이 불가능하다. 이와 별도로 당의 과잉 섭취는 당뇨, 심혈관계 질환,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유발하고 혈중 L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

특히 임산부에서 당뇨병 위험이 증가한다. 임신 중 호르몬 변화가 당뇨 유발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임신 중 발생한 당뇨는 분만 후에도 반은 성인당뇨로 이행한다. 분만 후 태아에서는 저혈당 위험이 증가한다. 따라서 반드시 산모, 태아 모두 혈당검사가 요구된다. 이외에도 거대 태아, 태아 신경손상, 제왕절개의 위험이 증가한다. 심하면 임신중독증으로 고혈압이 유발되어 분만 시 중풍에 걸릴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설탕 권장량은 하루 섭취 열량 총 2000cal 중 티스푼 6개 분량인 25g 이하다. ‘자연당’ 이외에 ‘첨가당’은 설탕첨가음료(SSB, Sugar Sweetened Beverage), 소다수(Regular Soda), 설탕 첨가 과일 주스(Kool-Aid, Lemonade 등), 설탕 첨가 커피, 홍차, 스포츠 에너지 드링크(Gatorade, Red Bull 등)에 포함되어 있다.

콜라 1캔에는 35g 정도의 ‘첨가당’이 들어 있다. 성인이 하루에 한번 이상 설탕첨가음료(SSB)를 마시면 건강에 해로워서 비만, 성인 당뇨, 심혈관계 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

다이어트 소다나 다이어트 드링크, 무가당 100% 과일 주스, 인공 단맛 감미료 첨가 음료(Artificially sweetened drinks)는 상관 없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설탕과의 전쟁’을 시작하였다. 프랑스, 멕시코 등지에서는 설탕 소비를 줄이기 위해 ‘설탕세’ 도입을 이미 시행중이고 영국은 2018년부터 탄산음료에 ‘설탕세’를 부과한다.

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홍보와 교육에 전력을 기울여 왔으며 그 결과 현재 주된 설탕첨가음료(SSB) 소비계층은 저소득층, 저학력자, 실업자, 비히스패닉계(non-Hispanic) 흑인, 남자, 청소년들이다. 장년층 이상, 고학력자, 백인, 은퇴자, 상류사회는 이를 멀리한다. 건강정보 접근성 때문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식단은 탄수화물 위주여서 아무래도 당 섭취가 서양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식당음식들도 맛을 내기 위해 설탕을 집밥보다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제육볶음, 찌개 등이 집에서 만든 것보다 훨씬 달달한 경우가 많다. 여기에 익숙해져서 점점 더 설탕에 길들여지기도 한다.

서양의 ‘비만세’, ‘설탕세’ 등에 부화뇌동하여 설탕을 과다하게 죄악시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설탕이 만성 성인질환의 주원인 중 하나임은 의학적으로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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