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홍 주필

[뉴스인] 박길홍 주필 = 박근혜 대통령 주도로 국사교과서 국정화 움직임이 추진되고 있다. 모든 과정과 결과를 공개하고 투명한 절차로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교과서 집필진조차 비밀에 부쳐 있다. 정당하고 떳떳하다면서 모든 것을 숨기고 진행하는 사연은 또 무엇일까.

친일·독재세력은 현재 우리나라 최상위 기득권층으로 보수우파의 중심세력이기도 하다. 이들에게는 자신들이 독점한 권력과 부에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강박의식이 있다. 그 음모의 정수가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통한 친일·독재의 미화다.

주요 콘텐츠 중 하나가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에 건국절이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며 애국심에 호소한다. 그 말은 맞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건국절이 언제인가?’라는 것이다. 즉, 1919년 4월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로 하느냐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로 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민족적 의의와 자존심에 의거하자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로 하는 것이 옳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3·1운동 정신을 계승해 조직적으로 독립운동을 추진하여 나라를 되찾고자 설립하였다. 대한민국 국호도 이 때 정해졌다. 독립지사들은 이 대한민국 깃발을 품에 안고 자신과 가족과 재산을 희생하며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웠다.

1920년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 전투, 김좌진과 홍범도 장군의 청산리대첩, 김구 선생이 조직한 한인 애국단의 이봉창 및 윤봉길 지사 의거, 의열단(義裂團) 활동, 1926년 육십만세운동(六十萬歲運動), 1940년 한국광복군(光復軍) 창설 등 활발한 독립운동을 전개하며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이렇게 대한민국이 일제와 맞서 싸우며 독립을 쟁취하여 광복을 얻은 날이 1945년 8월 15일 광복절이다. 그 후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 정부를 수립하였다. 그날을 축하하는 그날의 사진 속에 걸린 현수막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축하하고 있다.

이상의 사실을 종합하면, 대한민국은 1919년 4월 13일 임시정부를 수립하여 독립운동을 전개하였고 1945년 8월 15일 독립을 쟁취한 후 1948년 8월 15일 정부를 수립한 것이다. 현 대한민국 헌법정신도 이 임시정부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을 건국절로 정하고 독립을 쟁취한 날을 광복절로 정하는 것은 조국 독립을 위하여 생명과 모든 것을 희생하며 투쟁한 민족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과 예우의 표현이며 국가정체성을 굳건히 세우는 일이다.

하지만 일본에 부역하여 부와 권력을 누린 친일파에게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존재이다. 그것을 인정하면 자신들은 민족반역자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국가반역자가 된다. 대한민국 정부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천황과 정부에 충성을 맹세하며 일본군에 입대하여 대한민국 국군(독립군)을 무찌르고 일본경찰이 되어 독립지사를 색출한 것은, 국가 체제와 정체성을 부정하고 무너뜨리려고 시도한 불법 반역행위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법원 역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합법성을 인정한다. 대법원은 강제징용자 손해배상소송에서 “일제강점기의 불법행위가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며 2012년 5월 원고 승소 판결하였다.

일본 법원의 원고 패소 판결에 대해서는 “일본의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불법적인 강점에 지나지 않는다”고 만천하에 공표했다.

그렇다면 어떤 법에 대한 불법인가? 일본 법?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 현행 대한민국 헌법? 일본 법이라면 당연히 당시 강제징용은 합법행위였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이라면 수십 년 전의 행위를 법을 새로 제정하여 불법으로 규정하고 소급해서 처벌하겠다는 것이므로 법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에 대한 불법이다. 일본 식민지배 하에서 발생한 불법행위는 일본 법이 아니라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을 위반했다는 의미이다. 만약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공식적으로 한 국가의 정부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정부의 법 기준에 맞추어 합법·불법을 따질 명분이 없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인정한 것이다.

따라서 친일파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절로 정하고 그 이전의 반역행위는 역사의 망각 속에 매장시켜 버리고 싶다. 어떻게든 친일 반민족 반국가 행위로 부정하게 거머쥔 기득권을 세탁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이 현 대한민국 지배계층인 자칭 보수우파로 거듭 난 친일파가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고 싶어 하는 진짜 이유다. 그리고 아직까지 대한민국에 건국절이 없는 이유 역시 면밀히 성찰하면 친일파들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하기 때문이었다.

친일파에게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구세주였다. 이승만과 미군정(美軍政)은 친일파 처벌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정부 요직에 중용하였다. 현재도 이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 조선 왕실의 종친인 이해승은 나라를 판 대가로 일본에서 조선인 중 최고위인 후작 작위를 받은 대표적 친일파다. 그 후손들은 현재 국내 최고 로펌을 고용하여 국가를 상대로 모두 5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친일로 모은 재산을 국가가 환수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이다. 법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맞나?

독재세력에게도 지워야 할 콘텐츠가 있다. 1965년 한일협정의 업보다. 현재 민족 간 과거사 분쟁에 의한 감정적 대립의 본질은 사과와 반성보다는 영토 분쟁이다. 이러한 국제관계에 둔감했던 박정희 정부는, 현재 화폐가치로 100조원이 넘는 식민피해 보상금을 받기 위하여 한일협정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묵인하였다. 그러고는 이 보상금을 위안부, 강제징용자 등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도 않았다. 현재 일본이 독도 및 식민피해자와 관련하여 취하고 있는 태도는 모두 한일협정에 근거한 것이다.

한·일 외교에서도 대한민국 정부는 한일협정으로 인하여 주장을 관철시키지 못한다. 2015년 10월 한일국방장관 회담에서 우리나라 국방부는 ‘전쟁 할 수 있는 나라’가 된 일본에게 ‘대한민국 영토주권과 한반도 유사시 통제 관할권’에 대하여 명확히 주지시키고자 시도하였다.

즉 “북한은 대한민국 헌법상 우리 영토로서 일본 자위대가 북한에 들어갈 때는 우리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통고하였다. 더불어 한일협정 3조에 명시된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연합총회의 결의 제1995호에 명시된 바와 같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확인한다”를 근거로 내세우며, 한반도 유사시 주도권과 통제권이 우리에게 있음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일본은 “북한은 대한민국의 유효한 영향력 하에 있지 않다. 대한민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이른바 휴전선 남쪽이라는 일부의 지적도 있다”라며 우리의 주장을 일축하였다. 현재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상황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 국방부는 이러한 일본의 잘못된 입장과 관련하여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명시한 한일협정을 근거로 삼아 깊이 따지고 들어가 주장을 관철시킬 계획을 과감히 포기하였다. 계속 따지고 들면 박정희 정부가 독도와 식민피해자를 담보로 받은 보상금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2015년 말 ‘한일 위안부 협상’에서 민족의 존엄과 자존심과 고난을 또 다시 싸구려 매춘부로 팔아먹는다. 일본대사관 앞의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한다는 암묵적 동의  하에 100억 원을 받고 위안부 문제가 공식적으로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 것이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위안부의 법적인 보상이 공식적으로 최종적으로 완결되었다”는 일본의 입장에 반박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 한일협정과 꼭 닮은 협정을 또 맺은 것이다. 국제협약이란 그렇게 국제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이다.

‘한일 위안부 협상’ 역시 같은 맥락에서 같은 공식적 구속력을 가질 수 있다. 영화 속의 독백처럼 “자신의 어두운 면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 어둠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부정할수록 어둠은 강해진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순간 사라진다.”

국사교과서 국정화 운동은 친일과 독재로 국가와 민족을 팔고 수탈해서 권력과 부를 거머쥔 보수우파의 친일·독재 미화 음모일 수 있다. 다음 계획은 영구집권을 위한 개헌을 하는 것이다. 현재 흑심을 다지면서 어버이, 엄마, 청년 등으로 이루어진 자칭 보수단체에 ‘알바’ 비용을 대주며 여론을 조작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면 ‘종북좌파’라는 선입관을 심기 위하여 노력한다. 소위 국가 고급공무원 채용시험인 2015년 5급 행정고시 최종 면접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이어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이 없는 자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초등학교 시험에나 나올 듯한 단순 무식한 문제가 나왔다.

눈 딱 감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국민’이라고 답했다면 무조건 합격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권력과 부를 위해서는 국가와 민족을 팔고 탄압하며 무슨 짓이든지 다 하겠다는 친일파의 신념은 독재로 거듭나며 놀랍게도 오늘날까지 멀쩡하게 건재하고 있다.

2016년 지금 대한민국은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시끄럽다. 교육부는 2015년 10월 31일 자정 한국사 국정교과서 홍보 웹툰에서 “잘못된 역사교과서로 학생들이 대한민국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논리를 펼쳐서 네티즌들을 크게 웃겼다. 김무성 여당대표 역시 10월 26일 최고위원회에서 “현 역사교과서가 청소년에게 패배의식을 가르치고 있다”며 사람들을 크게 웃긴 바 있다.

팩트를 체크하면 “잘못된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학생들이 현 정부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현 정부·여당이 청소년에게 패배의식을 가르치고 있다”이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