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윤호 논설위원/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러시아연방 변호사

[뉴스인] 차윤호 논설위원 = 북한의 기습적인 4차 수소폭탄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그리고 최근 5차 핵실험 가능성과 탄도미사일 발사 움직임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는 총성 없는 외교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제 북한 핵실험이나 도발은 단순히 남북 간 문제를 뛰어넘어 동북아 이슈다.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진보정권 10년과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보수정권 8년차를 평가해 볼 때 대북정책의 성패는 “햇볕은 뜨겁지 않았고, 채찍은 아프지 않았다”라는 말로 요약 될 수 있다. 

북한은 지난 1월6일 수소탄 핵실험과 2월7일 광명성 장거리 로켓발사를 기습적으로 감행했다. 이에 국제사회는 3월3일 유엔(UN) 안보리의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2270호)을 채택했다.

대북제재 결의안이 전 방위적으로 강력하게 추진되었지만 유엔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최종 결의안에 중국과 러시아의 색깔이 덧칠해져 빛을 바랬고 북한 제재에 대한 실효성은 기대와는 달리 부족해 보인다.

실제로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북제재 첫 달 3월 북중 교역액은 4억 9176만 달러로 지난해 3월 4억 700만 달러보다 2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남북을 제외한 주변 4강인 미국∙중국∙러시아∙일본은 철저하게 자국 이익을 중심으로 해결 답안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가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 가치를 매우 잘 인식하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지금까지 일관적이고 명확하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 핵 위협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적극적인 해결 보다는 북한 핵을 현상유지 및 관리하는 차원으로 접근해 왔다.

미국은 남북한 대치 상황에 있는 한반도에 적절한 긴장을 조성하고 관리 유지시킴으로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확대, 군사무기 수출, 더 나아가 미국이 필요한 시기에 한반도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배치해 북한의 대남도발 억제와 동시에 궁극적 목적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통일에 대해 미국, 중국 그리고 러시아는 외교적 수사로 지지를 보내고는 있지만 우리는 과연 한반도 통일이 그들의 국익에 얼마나 부합될까? 하는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홍용표 통일부장관은 지난 8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통일연구원 개원 25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엄중한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가 이뤄져야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중국의 입장은 국제사회가 단합해서 강력한 반대 입장을 보여주되, 그것이 북한 정권을 혼란에 빠뜨리거나 북한이 붕괴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즉, 한반도 전체를 미∙중간 완충지대로 본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북∙중 관계는 혈맹관계다. 동북아를 중심으로 미∙중 패권경쟁 구도 속에서 중국은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와 전략적 가치로 볼 때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 논평을 보면 “북한의 4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북∙중 관계는 중국의 유엔 제재 참여로 인하여 일정한 냉각기를 거쳐 다시 교류를 회복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한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기본입장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해결이다. 모두가 하나로 연동되어있다.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최대교역국이다. 2015년 북·중 무역규모는 54억 3000만 달러로 전체 교역액의 약 90%가 중국이다. 한반도와 국경을 마주하는 중국이 실효성 있는 대북제재에 동참해야 유엔의 제재가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고 제재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러시아는 중국과 같이 보조를 맞추면서 북한을 비난하면서도 대북제재 수위를 조절하는 입장을 보여 왔고 강력하면서 전 방위적인 대북 유엔제재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러시아는 북한의 핵개발과 유엔 안보리 결의를 무시한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조성할 수 있는 행동은 자제해야 하며 6자회담이나 대화로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북한과의 주요 경제협력인 나진-하산프로젝트는 기존 틀 내에서 합법적으로 계속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입장에서도 낙후된 극동개발과 지하자원의 동북아 수출시장 확보, 더 나아가 극동지역과 동북아에 미·중간 패권경쟁 구도 속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가 필요하다.

그래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북한을 지렛대(leverage) 삼아 한반도와 동북아 외교에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 없이는 한반도에 남북 평화통일은 요원하다. 북한문제는 이제 우리에게 변수가 아닌 상수다. 우리는 이분법적인 흑백사고에서 벗어나는 입체외교가 필요하다. 우리는 굳건한 한·미·일 군사동맹 틀 속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를 전략적으로 유지하는 테두리 내에서 통일한국의 큰 그림을 준비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 강력한 대북제재는 취하면서 북한과의 대화도 필요하다. 이제 남북관계에서 시간은 더 이상 우리 편이 아니다. 대화가 비록 북한 핵 포기를 당장에 얻지는 못 할지라도 5차 핵 실험 등 북한의 핵 고도화 능력을 동결시키기 위해서는 아픈 채찍과 뜨거운 햇볕이 동시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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