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돌아온 원조 힙합 아이콘, 현진영

[뉴스인] 정지영 객원기자 = 한국 가요계 1세대 힙합아이콘 현진영이 8년만에 재즈힙합을 들고 화려하게 컴백했다.
지난 1월 발매된 현진영의 디지털싱글 '무념무상'은 힘들었던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홀로 오롯이 걸어온 힙합 인생과 다사다난했던 인생 이야기를 가사에 담아내고 있다.
소외된 계층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모습과 우리가 짊어지고 가는 삶의 무게를 현진영식 화법인 담담하지만 풍자 섞인 노랫말로 녹여낸 '무념무상'은 16비트 스윙 재즈힙합 곡으로 반복적인 코드의 진행에 일반적이지 않은 구성과 색다른 사운드가 특징이다.
3일 현진영을 만나 '무념무상'에 대해 들어보았다.

-오랜만에 앨범을 준비하며 힘든 점은 없었나.
"'무념무상'은 2007-2008년 이미 만들어놓은 곡이다. 곡에 맞는 가사와 주제를 정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사회 병폐에 관한 것, 그 시점을 나의 시각으로 할 것인가 소외된 그들의 시각으로 쓸 것인가 하는 점을 많이 고민했다. 정확한 타이틀로 가사와 멜로디를 맞추기 위해 세상을 둘러보고 소외된 분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가지면서 그들의 삶을 체험하고, 그들의 시점으로 써나가는 방향을 잡게 되었다.
곡을 완성하기까지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고 둘러보는 편이다. 밖에서 사람들과 그들의 삶과 부딪치면서 가슴으로 와 닿는 곡을 완성하고 싶어서이다. 작업실에 앉아서 끄적끄적 써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한곡한곡 마음과 생각을 담아 만들고 노래하고 싶다. 그래서 이번 곡이 나오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이 곡을 쓰기 위해 노숙자들과 한달 간 생활했다고 들었다. 이유는.
"우리의 시각에서 보는 편견을 노래하고 싶지 않았다. 진정으로 그들의 삶을 공유하고 대화하면서 그들의 생각과, 세상을 보는 시각을 정확하게 알고 싶었다. 노숙인들도 그들만의 생활 규칙과 방식, 뚜렷한 틀을 가지고 있다. 몸이 약한 사람, 연장자, 가장 오래 그곳에서 생활한 자 등이 잠자리에 대해, 무료급식을 이용하기 위한 줄을 설 때에도 먼저 배려 받는다.
그들에게 다가간다고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처음엔 맞기도 하고 귀를 물어뜯기기도 하면서, 과연 이것이 맞는 것일까란 회의감이 들기도 했었지만, 며칠이 지나면서 차츰차츰 그들의 삶속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소외된 계층이 아니라 도리어 우리가 그들에게 소외된 사회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탄광촌에서는 며칠 지내지 못했지만, 그들 또한 우리가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거칠고 터프하기만 한 이미지가 아닌, 진정한 가장의 모습, 일을 마친 뒤 깨끗이 씻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발걸음에서 가장으로서의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을 짧은 시간동안 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과연 사회에서 소외된 것일까. 그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것이 아니라 일부 몰지각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에게서 소외된 것이다. 나는 정치나 사회 문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레 알고 느끼는 것은 이런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것은 사회가 아닌 일부 잘못된 정치가나 경제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현진영이 하는 재즈힙합은 무엇인가. 그것을 고집하는 이유는.
"흔히들 말하는 대중음악. 거기서 대중의 기준은 무엇인가? 나를 앞서가는 가수, 앞서가는 작곡가라고들 얘기하는데,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본인들이 평소 듣지 않았던 음악이라고 해서 어렵게 느낄 뿐, 재즈는 어려운 음악이 아니다, 재즈를 만드는 뮤지션은 어렵지만, 듣는 청중들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 재즈다.
'재즈는 어렵다'라는 편견부터 고쳐야 할 것 같다. 주변에 존재하는 많은 음악장르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예전엔 내가 힙합이라는 얘기만 해도 '힙합'이라는 단어조차 기사에 언급 되지 않았다. 본인들이 모르는 주제에 대해서는 아무리 말을 해도 실어주지 않았다. 아직도 음악 평론가조차 음악의 시대적 배경이나 흐름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턱대고 현 시대에만 맞추어 가수를 비난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힙합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재즈가 있다. 재즈의 스윙에서 파생된 힙합이란 비트가 있다. 거기에 랩퍼들이 랩을 하면서 만들어진 분야다. 내 곡은 힙합비트에 재즈를 얹는 것이 아니다. 스탠다드 재즈를 만들고, 거기에 힙합적인 비트를 만들어 내어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비트를 섞는 과정에서 재즈적인 코드나 멜로디가 무너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무념무상'을 들어보면 스캣을 많이 하던데, 평소에 그런 장르의 음악을 많이 듣거나 연습하나.
"나는 음악을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이지만, 그 중 재즈를 가장 많이 듣는 것 같다. 물론 아버지의 영향도 있다. 어린 시절부터 접하던 음악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웠다. 재즈이론을 따로 공부하거나 한 적은 없지만, 그냥 몸에 자연스레 배어있는 것 같다. 굳이 재즈뮤지션처럼 표현하기보단 내 자신이 느끼는 대로 부르게 된다. 스캣도 나의 마이너적인 정서가 있어서 몽환적이고 좀 아득한 느낌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최대한 내 자신이 느끼는 데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앞으로 준비할 음악적 방향은.
"잠시 인기를 누리다가 사라지는 곡을 만들고 싶지 않다. 사연이 있고, 삶과 인생을 담아내고 노래하여 오랫동안 사랑받는 곡을 만들고 싶다. 앞으로도 재즈피아니스트 배장은과 작업을 많이 할 것이다. '무념무상'도 블루스적인 좀 더 슬로우 템포로 보컬과 피아노 둘이서 만의 연주로 작업하고 있다. 나의 감성과 프로 재즈뮤지션인 배장은과의 협업이 좀 더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또한 여러 뮤지션과의 작업으로 좀 더 발전적이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세상을 둘러보고 느껴보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소통하며 가슴으로 노래할 수 있는 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