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음악 배우는 직장인 늘어

[뉴스인] 김영일 기자  = 바쁘게 움직이는 도심 속, 사무실 밀집 지역인 강남구의 역삼역 근처도 예외일 수 없다. 점심시간 삼삼오오 식사하러가는 무리들 속 어느 골목에서 낯선 악기소리가 들려온다. “꿍 따라라라~ 따라라” 어디선가 들어본듯 하지만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 채 무심코 지나쳐 버린다.

사무실로 둘러싸인 빌딩 한층엔 실용음악학원 '매치스튜디오'가 있다. 이곳 직장인들에게 꿈같은 공간, 연주하고 연습하고 레슨 받는 곳이다. 직장인 이 모씨는 점심을 거른 채 샌드위치와 우유 하나를 사들고 이곳으로 달려온다. 잠깐 틈을 내 피아노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5년 3월 압구정동의 큰 공연장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친구이자 가족, 동료, 자녀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연주 실력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지인들, 나의 동료이자 친구가 어느새 드럼을 치고 색소폰을 부르고, 기타를 치고,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서 밴드와 함께 노래를 한다. 생각지도 못한 모습. 그들이 만들어낸 음악과 연주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하는 밴드는 세대를 넘나들며 음악과 연주로 한 마음이 된다.

“일 끝난 뒤 학원에 오면 젊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젊은 선생님들과 학생들과 어울려 연습하다보면, 나이를 잊게 됩니다. 어릴 적 연주하다가 말았던 악기를 이제 다시 하다 보니, 젊은 시절의 열정도 돌아오고, 삶의 활력소가 됩니다. 무엇보다 집에서도 자녀들이 아빠를 권위적이지 않고, 친근하게 느끼며, 이런 아빠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55세 이신휘, 싱가포르텔레콤 지사장).

"나 자신을 위한 행복한 시간을 가질 필요성을 느꼈어요. 어린 시절 마칭밴드에서 트럼펫도 불어보고, 중학생 때 그룹사운드에서 드럼을 잠시 연주했던 경험을 살려 다시 음악 활동을 한다면, 더 풍부해진 감성과 인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악기를 배우기로 결심했습니다."(이수정, 43세, ㈜루안코리아 사업자)

"악기라는게 금방 할 수 있는 건 줄 알았어요. 음악인들이 정말 대단하게 생각되더군요. 드럼을 치면서 마음도 즐겁고, 살면서 꼭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습니다. 음악을 들을 때도 자연스럽게 드럼 연주부터 들립니다."(56세, 박영진, 주부).

직장인들이 악기를 배우는 이유도 여러가지다. '결혼식 때 신부에게 축가를 직접 들려주기 위해’(33·박모씨·피아노), ‘회사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데 내 자신을 위해 무언가 해보고 싶어서’(33·이모씨·피아노),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으로 노래도 하고, 공연도 했었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29·김원호·한국섬유기술연구소) 등 다양하다.

매치스튜디오 실용음악학원 정지영 원장은 “2007년부터 직장인과 취미활동을 위해 악기를 배우시는 분들을 위한 나선형 방식의 교육 시스템을 개발하여 시행하고 있다. 자신만의 뚜렷한 목표와 방향을 잡고 오는 경우가 많다. 입시와 전문가들을 가르치는 것과는 또 다른 보람과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매치스튜디오 실용음악학원은 2011년부터 영국 런던의 26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실용음악 대학/대학원 ICMP(The Institute of Contemporary Music Performance)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또한 미국 LA 유명 대학 LACM(전 LAMA)와도 파트너십을 맺어 해마다 영국과 미국 대학의 유명 뮤지션이자 교수진들의 마스터 클래스와 공연, 스콜라십(10주 장학오디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정 원장은 지금까지 300명 이상의 실용음악대학 합격생을 배출하기도 했다. 서울예대, 호원대, 동아방송대 등 명문 실용음악대학을 졸업한 실력파 뮤지션들의 연주와 공연, 앨범 작업, 세션, 강의 등이 수강생들에게 열정을 불어 넣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이제는 음악을 듣기만 하는 시대가 아니다. 평생 가까운 벗으로 삼을 수 있는 악기를 연주하며 기타를 치는 직장인, 드럼을 치는 주부, 색소폰 연주자인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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