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키요에 가즈시카 호쿠사이 작 '카나가와의 큰 파도'

[뉴스인] =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견해의 온도차로 떠들썩하다. 정치적 문제를 배제한 일본의 미술, 디자인 그리고 그 양성소인 대학에 관해 다루어보고자 한다.

19세기 말 우키요에(浮世絵)를 비롯한 일본의 미술품들이 당시 유럽에 전파되면서 인상파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마네의 작품에도, 고흐의 작품에도 그 흔적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20세기 초반에는 일본에 미술대학이 설립되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서도 제국미술학교(현 무사시노 미술대학)에 한국의 미술학도들이 유학을 했다.

20세기 중반에는 프랑스 조각의 거장 부르델의 제자 시미즈 다카시가 무사시노 미술대학에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으며, 그 제자로는 권진규를 들 수 있다. 또한 근대 한국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서양화가 이쾌대, 장욱진, 김만형, 이중섭 등이 유학한 학교이기도 하다.

1929년 말 21명의 학생으로 시작한 무사시노 미술대학은 1934년 당시 조선과 대만에서도 유학생들이 모여들었으며, 1934년에는 재학생이 436명에 이를 정도로 미술대학 진학자들이 늘어났다.

1935년 동맹휴학사건을 계기로 무사시노 미술대학과 타마미술대학으로 분리되며, 이후 동경예술대학과 더불어 일본의 3대 미술대학으로 불리게 된다.

6ㆍ25전쟁 발발 후 일본 미술대학 유학자들에 대한 정보는 쉽게 구할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본인이 유학하던 시절은 한국의 IMF가 시작되던 1998년도였으며 한국인 재학생을 다 모아도 채 20명 남짓한 시절이었으니 모두가 가족처럼 챙겨주며 지내던 기억이 있다. 동문회를 나가보면 연로하신 화백, 교수님들이 계시니 1980년대 이후로 다시 일본의 미술대학으로 유학을 다녀온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일본 3대 미술대학 중 하나인 무사시노 미술대학 정문.

최근에는 예전처럼 유화, 조각 등 순수예술학과보다는 디자인학과로 유학을 다녀오는 학생들이 훨씬 많다. 일본이 버블경제로 휘청거렸고 최근에는 중국의 약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들의 저변에 깔려있는 디자인의 힘을 배우기 위해서다. 일본 미술대학 교수진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현역 디자이너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하라 켄야(MUJI 디자이너, 나가노 동계올림픽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MUJI디자이너, 프로덕트 디자이너), 나까무라 유고(웹UI, 광고 디렉터) 등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디자이너들이 미술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으니, 그러한 교수진에게서 배울 수 있다는 점은 축복일 것이다.

또한, 일본의 건축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데 선정방식이 노벨상과 비슷하다하여 건축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에는 1987년 단게 겐죠(빅사이트, 동경도청)를 시작으로 1993년 마키 후미히코(마쿠하리 멧세 전시장), 1995년 안도 타다오(빛의 교회, 나오시마 프로젝트), 2010년 세지마 가즈요, 니시자와 류에 공동수상(테시마 미술관), 2013년 이토 토요(타마 미술대학 도서관), 2014년 반 시게루(종이 건축물) 등 자그마치 7명이나 된다.

2010년 이후 일본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한국인 수상자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유학생들의 약진이 계속되고 있다. 그들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미국 유학뿐 아니라 일본에도 눈을 돌리고 있어 유학생들의 입시 경쟁률은 해마다 치솟고 있다. 하지만, 수십 년 간 한국인 유학생들이 보여준 성실함과 우수함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으며 한국인 유학생 숫자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한국의 교육비가 큰 폭으로 상승하여 일본의 대학 학비가 사실상 한국과 다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서울 대학가의 임대료 또한 동경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정도다. 항상 동경의 물가가 세계 1위를 놓치지 않았었는데 서울의 대학생활에 드는 비용은 동경에 필적할 정도이니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경제적 고충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거꾸로 말하자면,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일본의 미술대학에 유학을 한다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비용만큼의 유학비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졸업 후의 진로도 그만큼 확장될 수 있다. 일본으로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 한국기업을 비롯해, 자동차회사, 광고회사, 프로덕트 디자인회사 등 일본 유수의 기업에도 취업의 문이 열려있으니 말이다.

회화, 디자인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사회에 작가, 디자이너로서 활약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사회적으로도 경제 전반적으로도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나라이며 지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가장 가까운 나라임에 틀림없다. 양국 간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며 향후 미래 관계 개선의 주역이 될 젊은 청년들에게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체험하기를 부탁하고 싶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