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마지막날, 상암동 달군 '정신나간 작곡가와 kiss하다'
[뉴스인] 장지선 기자 = 을미년(乙未年)이 지고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안으로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사태로 소비 경기가 얼어붙어 사람들의 여유가 줄어들었고, 밖으로는 파리 사태 등 테러 공포로 2015년 한 해는 혼란스러웠다. 그 때문인지 여느 때보다 연말연시 분위기는 차분하게 흘러갔고, 사람들은 '따뜻함', '힐링' 등 한 해를 즐겁게 끝맺기 위해 다양한 공연과 행사를 찾아다녔다.

2015년의 마지막 날, 서울 상암 JTBC 디지털아트홀에서 열린 KISS the OPERAMA의 그 세 번째 테마인 바리톤 정경의 '정신 나간 작곡가와 KISS하다'는 어수선했던 한 해를 따뜻하게 마무리하고 싶었던 이들에게 '종합선물세트'를 선사했다.
KISS the OPERAMA(키스 더 오페라마)는 올해 11월 제주 해녀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전 세계적으로 제주 해녀를 알리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의 그 첫 번째 공연이다.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에 걸쳐 진행된 공연은 무용가 이은선의 '춤', 지휘자 윤의중의 서울레이디스싱어즈 '프리마베라', 바리톤 정경의 '정신 나간 작곡가와 Kiss하다' 등 폭넓은 스펙트럼을 관객에게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9월부터 11월까지 매달 서울 마포구 폼텍웍스홀에서 생활밀착형 클래식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던 정경의 마지막 날 공연은 그간 진행했던 세 번의 공연을 총망라하고 세계 진출 직전의 포부를 드러내 디지털아트홀을 가득 채운 300여 명의 관객을 흥분시켰다.
공연은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세 작곡가를 단락별로 나눠 유명 곡들을 연주하고, 그 사이 테너 소정섭, 바리톤 송근혁, 소프라노 김정아 등의 공연이 이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중 아리아 '그대 창가로 오라'를 정경이 연주하면서 시작된 공연은 소정섭이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과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중 '네순 도르마(Nessun Dorma)'로 이어 받으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베토벤 이야기는 피아니스트 전지호의 베토벤 소나타 비창 2악장으로 시작해, 송근혁이 뮤지컬 영웅의 주제곡 '영웅'을 연주했으며 이어 깜짝 변신해 트로트 '샤방샤방'을 불러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특히 송근혁은 이번 공연이 데뷔무대인 것으로 알려져 큰 박수를 받았으며 정경은 그의 연주가 끝날 때마다 '브라보'를 외치며 환호했다.
정경 소장은 "송근혁의 무대를 보고 있으니 내 데뷔 때가 생각난다"면서 "(송근혁이) 겉으론 괜찮은 척 하고 있지만 아마 긴장해서 머리 속이 하얗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황순유 아나운서가 "무대에 수백 번 올라 수천 곡의 노래를 했는데도 여전히 떨리느냐"고 묻자 정 소장은 "가수는 무대에 서면 매번 다른 관객들과 만난다"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떨림, 설렘이 있어 무대 하나하나가 굉장히 소중하다"고 전했다.

전지호의 화려한 반주에 정경의 '마왕' 연주로 시작된 슈베르트 이야기는 소프라노 김정아가 세레나데,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I Could Have Danced All Night'를 열창하며 무르익었다.
이어 정경과 김정아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속 두 주인공 라울과 크리스틴으로 분해 'All I Ask of You'를 부르며 환상의 앙상블을 자랑했다.
지난 석달 간 다뤘던 세 작곡가 이야기의 '완결판'을 내놓은 이번 공연의 백미는 마지막 부분에 불쑥 튀어나왔다.

정경 소장은 "오페라마팀이 9일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공연하게 됐다"면서 "그곳에서 올릴 공연을 미리 선보이겠다"고 밝힌 뒤 무용수 4명과 함께 '돈 조반니의 그림자들(Shadows of Don Giovanni)' 프리뷰를 공개했다.
공연의 마무리 단계에서 정경은 배경음악으로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우리 전통 민요인 아리랑을 부르며 함께 고생한 출연진을 소개하는 '커튼콜'을 했다.

지난달 28일 한일 외교장관회담으로 위안부 문제가 타결되면서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는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 문제, 해녀 유네스코 등재 등으로 끊임없이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일본 해녀 '아마'와 경쟁과 여론전에서 밀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좌절됐던 '제주 해녀'는 올 11월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되지만 이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상황이다.
정경 소장은 "뉴욕 공연이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9일 뉴욕에서 울려 퍼질 정경의 공연이 제주 해녀의 유네스코 등재에 큰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