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인] 김영일 기자 = 지난 1년 간의 실험을 통해 완성된 극단 아어의 '외계인들(The Aliens)'이 12월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마지막 무대를 선보인다.
미국 현대연극의 새로운 연극적 목소리, 2014 퓰리처 수상작가 '애니 베이커'의 명작 '외계인들'은 “절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삼분의 일은 침묵으로 이루어진다”라는 연출지침이 말해주듯 동양화와 같은 비움의 미학을 보여준다.
'외계인들'에는 특별한 사건이랄 것이 없다. 극적인 사건들은 모두 무대 밖에서 벌어지며, 말해지는 것보다 말해지지 않는 것이 더욱 많은 의미를 갖는다. 등장인물들의 미세하게 떨리는 마음결까지 전해지는 연극이다.
2010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뉴욕 타임스 평론가 찰스 이셔우드는 “잔잔하면서 대단히 아름다운 연극”이라 평하며 잘 알려지지 않은 거장의 묻혀있는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고 극찬한 바 있다.
작가는 '외계인들'을 통해 효과적이지 않은 언어,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통의 어긋남,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관계라는 비논리적인 순간을 강조한다.
실제로 보여지는 것보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순간, 사이들이 오히려 대사보다도 중요함을 내포하고 있다.
1981년에 태어나 매사추세츠 주 애머스트에서 성장한 애니 베이커는 고등학교 시절, 연극에 매료되었다.
그 때부터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친구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해 옮겨 적으며 극작가의 꿈을 키운 그녀는 대학에서 극작을 공부하고, 20대 중반에 첫 작품을 완성했다.
2008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Body Awareness'를 무대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Circle Mirror Transformation', 'The Aliens'를 연달아 발표했다.
'Circle Mirror Transformation'과 'The Aliens'로 오비상(Obie Awards for Best New American Play)을 수상했으며, 2012년 각색한 '바냐 아저씨'는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베스트 10 연극’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2014년에는 'The Flick' 으로 퓰리처상과 오비상을 수상했다. 베이커의 작품은 미국 전역 150개가 넘는 극장에서 상연되었으며, 영국, 호주, 아르헨티나, 멕시코, 러시아 등 해외 각국에서 상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3년 이화희곡번역연구회가 개최한 희곡번역발표회를 통해 애니 베이커 작품이 처음 소개되었고, 올해 극단 아어를 통해 공식적으로 선보이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