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독점 아닌 3차산업 정상화 대책 추진해야"

박길홍 뉴스인 주필/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뉴스인] 박길홍 주필 = 우리나라 음식과 옷값은 미국, 도쿄의 2배다. 국민소득 비율로 환산하면 4배에 달하고 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2015년 세계 생활비 조사에 따르면, 세계 133개 도시의 생활비를 미국 뉴욕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서울의 물가가 홍콩과 함께 세계 공동 9위로서 뉴욕보다 1.13배 비쌌다. 특히 옷값과 식료품 값은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CNBC방송은 “서울의 대형할인마트 식품가격이 미국 월마트의 2배에 이른다”라고 분석했다.

재벌들은 그동안 막대한 사내유보금으로 서민 생계형 3차산업에 대한 문어발 확장에 전력투구하며 서민상권을 몰락시켜 왔다. 3차산업이란 1, 2차 산업의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유통산업, 도소매 및 요식업·숙박업, 사회 및 개인 서비스업, 부동산 및 용역업, 금융산업, 전기·가스 및 수도사업, 운수 및 통신업 등을 일컫는다. 이 중 서민 생계와 직결된 산업은 도소매 및 요식업·숙박업, 사회 및 개인 서비스업, 유통산업, 부동산 및 용역업 등이다.

음식, 옷 등을 파는 도소매업 및 요식업을 예로 들면, 재벌의 대형할인마트인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은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고객들로 붐빈다. 이곳에는 떡볶이, 어묵, 순대, 두부, 김치 등 온갖 식품뿐만 아니라 의류, 가구까지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다 판매한다.

재벌 프랜차이즈 빵집, 커피숍, 음식점 등도 연일 호황이다. 재벌의 편의점은 동네슈퍼를 몰락시켰다. 재벌들이 최근 추진 중인 1만2000원 점심 뷔페는 요식업 자영업자에게 사형선고와 같다. 반면 서민 생계형 3차산업은 불황을 넘어 빈사상태이다. 이 와중에 서민들은 재래시장에서 소주 한 잔에 어묵, 순대 한 번 맛보는 낭만마저 옛날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다.

재벌의 대형할인마트와 프랜차이즈 사업은 그동안 중간상인들을 몰락시키며 유통구조를 장악하고 현재 중간마진을 독식하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 그 증거는 현재 전국적으로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이 우후죽순처럼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벌들은 서민의 생계형 3차산업 먹거리를 다 빼앗았으면 유통마진을 낮춰서 식품, 의류 등 생필품 가격을 지금보다 훨씬 더 내려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국민은 식자재 등 의식주 생필품 가격이 1인당 국민소득이 훨씬 많은 선진국과 비교하여 상대 가격이 아니라 절대 가격으로도 더 비싼 황당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재벌의 핑계는 높은 인건비 때문이라 한다. 하지만 인건비 자체도 산수적으로 계산하면 선진국 대비 국민소득 비율만큼 우리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재벌이 선호하는 비정규직 및 아르바이트의 인건비는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다. 선진국의 비정규직 인건비는 정규직의 90% 이상이다.

따라서 선진국에 비해 낮은 인건비와 높은 상품가격 그 차이만큼 마진이 커지며 재벌 카르텔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문어발 확장을 위한 실탄이 되어 서민의 생계기반과 수익구조를 더욱 공략한다.

쿠팡이 전국 2시간 내 직접 배송 무료 배달서비스를 계획하며 향후 2년간 3만9000명의 신규고용을 계획하는 것을 보면 기존의 재벌 대형할인마트, 백화점, 전자상거래 등의 유통마진이 얼마나 폭리를 취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국내 최고 백화점보다 해외직구가 더 좋은 상품을 훨씬 싸게 집에 앉아서 훨씬 편안하게 구입할 수 있다. 쿠팡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편법, 탈법으로 쿠팡을 시장에서 축출하려는 꼼수가 아니라 쿠팡보다 훨씬 싸게 상품을 파는 것이다.

월마트의 체인점 비즈니스 모델을 참조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체인점의 이윤에 상한선을 정한다. 그리고 농산물 직거래로 유통마진을 최소화하고 농민의 정당한 생산소득을 보장하여 수익 증대 및 소비력 제고에 이바지한다. 이는 식품 안전 수준도 높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서민은 쥐꼬리 소득에서 가계부채 상환, 주거비, 교육비 등을 제하면 쓸 돈이 없다. 당연히 저축이 어려워서 노후에는 더욱 쥐꼬리 연금에 목숨을 건다. 이에 따라 서민은 식비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엥겔지수’가 매우 높은 후진국 형 빈곤의 삶을 살고 있다. 

정부는 재벌이 독점하고 있는 3차산업을 더욱 재벌 독점 친화적으로 활성화하는 ‘3차산업 활성화 대책’보다 적정 유통마진을 유도하는 ‘3차산업 정상화 대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다 시행 중인 반독점법(Antitrust Laws)에 따라 소비자를 보호하는 당연하면서도 정상적인 대책일 뿐만 아니라 ‘엥겔지수’를 낮춰서 서민생계 안정화에 크게 기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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