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연맹 홍문권 회장. (사진=금융소비자연맹)

며칠 전 우리는 신부 대신에 언니가 결혼식장에 들어갔다는 황당한 뉴스를 접했다. 필리핀 보이스피싱 조직의 국내 인출책으로 활동하던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혀 결혼을 하루 앞두고 구속됐다. 결혼식을 취소할 수 없었던 가족들이 임시방편으로 언니가 신부 대신 식장에 들어가는 촌극이 벌어진 셈이다. 결국 그 결혼은 파탄으로 끝났다.

이 사례는 금융범죄로 인해 개인의 재산상 피해를 넘어 가정 또는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23조 ①을 보면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더욱 치밀해지고 있는 각종 금융범죄를 보면 국민의 재산권이 과연 국가로부터 보호 받고 있는가에 대해선 확신이 들지 않는다.

매년 수만 명에 달하는 국민들이 2500억 원 이상 되는 금융사기를 당하고 있고, 금융당국의 통계에 의하면 지금까지 보이스피싱, 파밍, 스미싱, 카드복제 등과 같은 금융사기로 인한 국민의 피해 금액은 1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정부는 금융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선글라스, 마스크 등을 착용해 얼굴식별이 불가능할 경우 ATM거래가 제한되었고, 지난 8월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도입한 지연 인출 제도의 기준 금액도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추는 피해 예방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4분기 대포통장을 근절하기 위해 거래중지제도와 해지 간소화를 활성화시키는 한편 금융사기에 사용된 전화번호를 정지시키는 제도도 도입한다고 한다.

정부 대책들은 모두 네거티브 대책이다. 어떤 범죄가 발생하면 그것을 하지 못하게 하는 법률이나 행정 규칙을 제정하는 식이다. 이는 사기범들에게 또 다른 사기 방법을 연구하는 명분만 줄뿐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일반 국민들에게 불편함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제 금융사기에 대한 대책도 포지티브 정책으로 변경되어야 한다. 그나마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채택하고 있는 포지티브 정책은 입출금거래내역 문자서비스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인지 못한 출금 내역을 문자서비스를 통해 알았을 때는 피해를 입은 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기관 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 서비스에 대해 고객들은 매달 900원씩 수수료까지 부담하고 있다.

포지티브 정책의 핵심은 사전예방이다. 국가와 금융당국은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핸드폰을 분실해도, 신용카드가 복사되거나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가 해킹 당해도 국민들의 금융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 금융관련 보안 전문가들이 사전에 금융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보안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한다.

이번에 개발된 금융사기 사전 예방 보안 솔루션은 돈이 출금될 때, 이체될 때, 카드가 승인될 때, 결제가 이루어질 때 마다 사전에 고객들의 핸드폰에 승인요청, 출금요청, 이체요청을 확인해 고객이 확인할 경우에만 처리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금융기관들이 수익 감소를 이유로 이 같은 보안 솔루션 채택을 미룬다면 법으로라도 강제할 필요가 있다. 보안 솔루션이 채택된다면 모든 국민들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행해지는 금융사기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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